<신문로 칼럼>미국은 냉전으로 복귀하고 있는가(임현진 2002.02.14)

지역내일 2002-02-13
미국은 냉전으로 복귀하고 있는가
임현진 서울대학교 교수 사회학 현 듀크대학교 초빙교수



취임 1년을 맞은 부시대통령이 지난달 집무실에서 짠과자를 먹다가 기도가 막혀 잠시 졸도하였다. 안으로 탄저병 위협에 시달리랴, 바깥으로 테러 대응에 혼신을 다하다보니 제아무리 건강한 그라도 피로가 쌓였을 것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백악관 안에서 걱정이라곤 성병감염밖에 없었다는 바람둥이 클린턴 대통령 시대가 그립다는 농담까지 최근에 회자되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만큼 격무에 시달리는 국가 지도자도 드물다. 동서냉전체제가 무너진 작금 세계 초강대국으로서 국제정치경제를 관장하는 미국의 대통령 자리는 보통의 지력과 체력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 미국의 정책성패는 전세계에 직간접의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통령의 판단과 결정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대미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 미국의 국내외정책이 우리의 현실에 미치는 파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한반도의 평화와 전쟁이 미국의 세계전략과 동북아 정책의 틀 안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만치 국방과 안보에서 우리의 입지는 좁고 선택의 폭은 넓지 못하다.

미국의 국내외정책 한국의 이해와 직결
남북관계만 하더라도 미국의 영향권을 벗어나기 힘들다. 부시정권 출범이후 남북관계의 정체가 그 실증이다. 북한으로서는 온건노선의 민주당 정부보다 강경일변의 공화당 정부가 불편하다. 부시대통령이 금년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이라크와 이란과 함께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악의 축’에 있는 테러위협국으로 발언한 이후 남북관계는 더 꼬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우리 정부도 반성할 점이 많다. 정상회담으로 새로운 남북관계의 물꼬를 텄다고 하지만 그것을 정략적으로 이용함으로써 미국으로부터의 불신을 자초하게 되었다. 한반도문제를 푸는데 우리가 독립변수가 되기 위해서는 정권을 넘는 국익 차원에서 미국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권력적 발상의 통일접근은 남북관계는 물론이거니와 한미관계에도 해로울 뿐이다. 플로리다주 재개표논란 끝에 과반수 미달의 국민지지를 얻고 취임한 부시 대통령이 현재 역대 대통령중 최고의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경에는 작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와 미국방성건물에 대한 테러이후 그가 보인 국가지도자로서의 리더십에 있다.
테러응징이라는 국가적 명분아래 국민동원에 성공한 일종의 민중주의적 리더십이다. 케네디 대통령의 ‘평화봉사단’에 버금가는 ‘자유봉사단’의 제안도 장기적인 전쟁수행으로 인한 폐해를 공동체적 단합으로 이겨보자는 계산이다.
부시대통령은 취임 직후 진보와 보수를 균형 짓는 ‘동정적 보수’(compassionate conserva tive)의 입장에 설 것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일년의 국내외 정책은 그와는 다소 일탈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쿄토의정서의 파기 선언은 세계중심국으로서 국제적 환경문제에 관한 미국의 책임회피다. 자국만을 위한 국가미사일방어체제도 탈냉전 기류에 역행한다. 석유의 대외의존도를 줄인다는 의도의 알래스카 야생생물보존지역의 석유개발도 자가당착적이다. 더욱이 테러퇴치를 위해 민간인도 군사법정에 세우는 일련의 행정명령은 자유국가의 상징 미국의 헌법정신에 위배된다.
민주당이 발의한 교육진흥법에 서명함으로써 청소년에 대한 관심을 보인 것은 업적이다. 미국사회의 일상노동을 담당하고 있는 불법체류 멕시코인들에 대한 사면도 성과다. 그러나 민주당이 부자만을 위한 것으로 반대하는 감세안을 경기부활의 방편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저의에는 2004년 재선을 의식하고 있다는 비난을 벗어나기 힘들다. 연두교서에서 밝힌 근래 20년간의 최고액수인 국방예산 380억 달러도 국내안전경비와 더불어 정부재정 적자를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미국식 일방주의적 다자주의는 국가이기주의
2002년 부시대통령의 연두교서는 테러와의 전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미국인들의 국내안전 확보와 민생경기 활성화를 약속하고 있다. 대다수 미국인들의 관심이 테러에서 경제로 옮아가고 있는 실정을 감안한 현실적 조처다.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두 가지 고민이 있다. 화약고라 할 엔론비리로 인해 공화당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적지 않다. 미국정치에서 여론이 차지하는 엄청난 중요성을 감안할 때 엔론비리는 앞으로 공화당정권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대테러 국제공조를 얻는데 일단 성공하였다. 그러나 이란, 이라크, 소말리아, 필리핀, 북한, 수단, 시리아 등으로 전쟁이 확대되는 것에 대해 유럽국가들은 부정적이다. 국제정치에서 미국식의 일방주의적 다자주의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미국이 채택하고 있는 힘의 논리에 의한 세계질서관은 신냉전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전쟁을 평화로 바꿀 균형된 시각과 행동이 세계초강대국 미국에 부과되어 있다.


임현진 서울대학교 교수 사회학 현 듀크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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