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다. 10일간 입원을 했으므로 침대 옆의 자물쇠가 없는 사물함에 예금통장, 신용카드 등이 들어 있는 핸드백을 넣어 두고 생활하였는데, 어느 날 새벽 입원실을 비우고 검사를 받고 다시 돌아와서 위 핸드백이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경우 A씨는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A씨와 병원 사이에는 입원과 치료에 관한 민사적 계약이 체결되었을 것이고 소지품의 관리에 대한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소지품 관리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소지품의 소유자인 A씨에게 있는 것일까? 민법 제2조 제1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쫓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판례 역시 신의성실의 원칙은 민법 전반에 걸쳐 적용되는 원칙으로 채권관계에서도 급부의무 외에 보호의무를 신의성실의 원칙으로부터 나오는 파생의무로 인정하고 있다. 즉, 계약내용에서 언급된 의무 이외에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계약 상대방에 대한 일정한 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사안에서 판례는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는 경우에 있어서, 병원은 진료뿐만 아니라 환자에 대한 숙식의 제공을 비롯하여 간호, 보호 등 입원에 따른 포괄적 채무를 지는 것인 만큼, 병원은 병실에의 출입자를 통제ㆍ감독하든가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입원환자에게 휴대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시정장치가 있는 사물함을 제공하는 등으로 입원환자의 휴대품 등의 도난을 방지함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여 줄 신의칙상의 보호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이를 소홀히 하여 입원환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자가 입원환자의 병실에 무단출입하여 입원환자의 휴대품 등을 절취하였다면 병원은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입원환자에게 귀중품 등 물건보관에 관한 주의를 촉구하면서 도난시에는 병원이 책임질 수 없다는 설명을 한 것만으로는 병원의 과실에 의한 손해배상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63275 판결).’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A씨는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어떤 경우에나 무조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판례가 적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병원이 입원환자의 휴대품 등의 도난을 방지함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지 않은 경우에만 청구가 가능하다. 즉, 손해배상책임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도난시에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설명이나 문구를 넣는 것이 아니라 도난을 방지함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하는 것이다.
보통 음식점이나 상점에 보면 물건보관에 관한 주의를 촉구하면서 도난시에는 책임질 수 없다는 문구가 붙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경우에도 음식점이나 상점 측의 과실이 인정된다면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이므로 그러한 문구에 신경을 쓰기 보다는 실질적인 도난 방지를 위한 조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법률사무소 유안
유달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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