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모동에 사는 주부 문정숙(38)씨. 요즈음 시간만 나면 컴퓨터를 켜고 넥슨이라는 게임에 몰두한다. 아무리 잘 해 보려고 해도 실력이 영 늘지 않는다. ‘언젠가 잘 되겠지, 노력하면 안될 게 무어냐’는 심정으로 짬짬이 해 보지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손가락 놀리랴 아이템 먹으랴 도망치랴 상대를 추격해 죽이랴 피하랴 바쁜 와중에 채팅까지 하는 게이머들의 실력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더구나 불쑥불쑥 튀는 채팅은어에 황당함까지 가세한다면 문씨 결심이 이쯤에서 무너질 만도 하다. 그렇지만 알 수 없는 즐거움도 있다.
‘고고, 레뒤, 시작해여, 님아, 님들, 줄겜, 강퇴, 헛, 울님 바버, 넘 놀랐당, 아싸, ㅡㅡ,ㄴ ㅓ ㄹ ㅏ ㅂ ㅗ ㅈ ㅏ, 머징? 굿또, 흠....’등 의 말들이 채팅창에 오르면 모르는 영어단어 해석하는 만큼의 시간이 걸린다. 게임을 하는 시간이 늘수록 그녀는 감탄에 또 감탄! 컴퓨터 세대들의 놀라운 창의력, 이 세대들에게 하루라도 게임을 못하게 한다면 미래가 열리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남편·자녀 게임에 몰두, 소외되는 엄마
그녀가 게임을 시작하게 된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다른 집은 컴퓨터 게임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와 말리려는 부모 사이의 총성 없는 전쟁이 일상화라지만 그녀의 집은 신랑과의 전쟁이다. 회사에서 퇴근만 했다하면 컴퓨터 앞에서 게임을 시작하는 남편, 밤을 세우며 즐기고 있는 신랑과의 무언의 고립은 그녀로 하여금 마우스와 키보드 선도 잘라 협박해 보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남편의 게임중독은 날로 심각하다. 심지어 아이와 함께 네트웍 게임을 즐기는 것을 보면 아이 둘 키우며 살림만 열심히 한 자신이 너무도 세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소외감마저 들게 한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나도 한번 해보자’ 인데 그 실력이 신통치 않다. 그래도 학창시절 제법 컴퓨터를 만져봤다는 그녀는 함께 게임 하던 아이의 입에서 ‘벼엉신, 엄마는 병신 엄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화끈거리는 얼굴과 함께 컴퓨터 게임의 갖가지 병폐들을 머릿속에 다 그리게 된다.
신세대는 컴퓨터 게임으로 통한다
그러나 어쩌랴 신세대는 게임으로 통하고 친구들과 온라인게임을 하며 놀고 게임이 끝난 뒤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또래집단의 친교방식인 것을.
이미 게임은 청소년 뿐 아니라 회사원들에게도 하나의 놀이문화로 형성되고 있다. 회사원 김태경(35)씨는 게임의 매력에 대해 “누군가와 싸워서 이기는 것도 재밌지만 그 안에서 뭔가 계획하고 이뤄 가는 게 좋다. 목표를 정하면 게임에서 주어진 조건들을 변형하고 조작해 뭔가를 창조하는 것”이라면서 “또한 온라인으로 이어진 수많은 삶과 게임을 하다보면 얘기를 직접 나누며 자신의 편견을 깨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는 걸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게임중독은 지능의 보약, 부모가 대처하기 나름
주부 문정숙씨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고자 컴퓨터 게임이 공격적이고 폭력적이며 인간관계의 형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뒤로하고 게임의 매력을 이해하는 쪽으로 나섰다. 막을 수 없는 유행을 부정하고 방관하기보다 이해하고 긍정적인 모습을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그녀가 게임중독증을 병이 아닌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하게 된 데는 지난 가을 발표된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의 보고서가 큰 역할을 했다.
9세∼24세 국민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게임몰입증의 현황과 대처방안이란 이 보고서는 “게임이용이 학습능력을 떨어뜨리기 보단 사고력과 지적인 능력을 자극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며 오히려 부모의 게임에 대한 견해가 부정적일수록 병리적 중독증세는 강화되고, 부모가 긍정적일 수록 게임의 긍정적 영향이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요지다.
미국 하버드대에서도 게임과의 상호작용으로 발견을 통한 학습능력을 높여주며, 독립적인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준다거나 게임이 자기 존중감과 학습동기를 부여해 준다는 내용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제 더 이상 자녀들의 게임을 막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게임이 아니면 대화가 안 되는 아이들과 게임메니아들의 일상 속으로 도전장을 던져보자. 비록 손가락은 기부스를 한 것처럼 자연스럽지 못하고 대화창에 말 한마디 올려놓지 못할 실력이지만 신랑과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한 걸음씩 온라인 세상으로 뛰어든 문정숙씨처럼 우리들에게 있어 인터넷 게임도 하나의 이색적인 생활체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윤은희 리포터 gangcholyun@hanmail.net
손가락 놀리랴 아이템 먹으랴 도망치랴 상대를 추격해 죽이랴 피하랴 바쁜 와중에 채팅까지 하는 게이머들의 실력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더구나 불쑥불쑥 튀는 채팅은어에 황당함까지 가세한다면 문씨 결심이 이쯤에서 무너질 만도 하다. 그렇지만 알 수 없는 즐거움도 있다.
‘고고, 레뒤, 시작해여, 님아, 님들, 줄겜, 강퇴, 헛, 울님 바버, 넘 놀랐당, 아싸, ㅡㅡ,ㄴ ㅓ ㄹ ㅏ ㅂ ㅗ ㅈ ㅏ, 머징? 굿또, 흠....’등 의 말들이 채팅창에 오르면 모르는 영어단어 해석하는 만큼의 시간이 걸린다. 게임을 하는 시간이 늘수록 그녀는 감탄에 또 감탄! 컴퓨터 세대들의 놀라운 창의력, 이 세대들에게 하루라도 게임을 못하게 한다면 미래가 열리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남편·자녀 게임에 몰두, 소외되는 엄마
그녀가 게임을 시작하게 된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다른 집은 컴퓨터 게임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와 말리려는 부모 사이의 총성 없는 전쟁이 일상화라지만 그녀의 집은 신랑과의 전쟁이다. 회사에서 퇴근만 했다하면 컴퓨터 앞에서 게임을 시작하는 남편, 밤을 세우며 즐기고 있는 신랑과의 무언의 고립은 그녀로 하여금 마우스와 키보드 선도 잘라 협박해 보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남편의 게임중독은 날로 심각하다. 심지어 아이와 함께 네트웍 게임을 즐기는 것을 보면 아이 둘 키우며 살림만 열심히 한 자신이 너무도 세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소외감마저 들게 한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나도 한번 해보자’ 인데 그 실력이 신통치 않다. 그래도 학창시절 제법 컴퓨터를 만져봤다는 그녀는 함께 게임 하던 아이의 입에서 ‘벼엉신, 엄마는 병신 엄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화끈거리는 얼굴과 함께 컴퓨터 게임의 갖가지 병폐들을 머릿속에 다 그리게 된다.
신세대는 컴퓨터 게임으로 통한다
그러나 어쩌랴 신세대는 게임으로 통하고 친구들과 온라인게임을 하며 놀고 게임이 끝난 뒤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또래집단의 친교방식인 것을.
이미 게임은 청소년 뿐 아니라 회사원들에게도 하나의 놀이문화로 형성되고 있다. 회사원 김태경(35)씨는 게임의 매력에 대해 “누군가와 싸워서 이기는 것도 재밌지만 그 안에서 뭔가 계획하고 이뤄 가는 게 좋다. 목표를 정하면 게임에서 주어진 조건들을 변형하고 조작해 뭔가를 창조하는 것”이라면서 “또한 온라인으로 이어진 수많은 삶과 게임을 하다보면 얘기를 직접 나누며 자신의 편견을 깨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는 걸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게임중독은 지능의 보약, 부모가 대처하기 나름
주부 문정숙씨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고자 컴퓨터 게임이 공격적이고 폭력적이며 인간관계의 형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뒤로하고 게임의 매력을 이해하는 쪽으로 나섰다. 막을 수 없는 유행을 부정하고 방관하기보다 이해하고 긍정적인 모습을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그녀가 게임중독증을 병이 아닌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하게 된 데는 지난 가을 발표된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의 보고서가 큰 역할을 했다.
9세∼24세 국민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게임몰입증의 현황과 대처방안이란 이 보고서는 “게임이용이 학습능력을 떨어뜨리기 보단 사고력과 지적인 능력을 자극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며 오히려 부모의 게임에 대한 견해가 부정적일수록 병리적 중독증세는 강화되고, 부모가 긍정적일 수록 게임의 긍정적 영향이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요지다.
미국 하버드대에서도 게임과의 상호작용으로 발견을 통한 학습능력을 높여주며, 독립적인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준다거나 게임이 자기 존중감과 학습동기를 부여해 준다는 내용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제 더 이상 자녀들의 게임을 막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게임이 아니면 대화가 안 되는 아이들과 게임메니아들의 일상 속으로 도전장을 던져보자. 비록 손가락은 기부스를 한 것처럼 자연스럽지 못하고 대화창에 말 한마디 올려놓지 못할 실력이지만 신랑과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한 걸음씩 온라인 세상으로 뛰어든 문정숙씨처럼 우리들에게 있어 인터넷 게임도 하나의 이색적인 생활체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윤은희 리포터 gangcholy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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