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골에 사는 부부가 늦게 아들을 낳아 장성하자 재 넘어 처녀와 짝을 지어 주었다. 이웃집에는 3년이 지나도 태기가 없는데 삼신 할머니가 도우셨는지 일년이 체 되지 않아 달덩이 같은 손자를 보게 되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신이 나서 밥만 먹으면 동네에 나가 자랑이 늘어졌다.
하루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마을에 놀려가고 서방님은 땔나무하려 산에 간 뒤 며느리가 집에서 빨래를 했다. 지금에야 세탁기에 넣어 돌리기만 하면 되지만 그 시절 삼베나 무명옷은 삶아서 빨아야 했다. 한창 빨래를 삶고 있을 때 방에서 아기가 울었다. 얼른 들어 가 젖을 물리고 보니 어른들도 없는 터라 잠시 누어서 젖을 먹이려다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옛날 시집살이는 고달팠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샘터에 물동이를 이고 물길으러 가야 한다. 물이 흔한 동네야 괜찮았지만 가물 때나 물이 부족한 동네에서는 남보다 일찍 가지 않으면 우물이 바닥을 드러낸다. 삶은 빨래를 해야하고 보리방아를 찧어야 한다. 박꽃 필 무렵이 되면 무쇠 솥에 저녁 보리쌀을 앉혀야 한다. 이렇게 고된 나날이 연속되니 젊은 새댁들은 방바닥에 등 부치면 잠들기 십상이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잠에서 깜짝 깨고 나니 낭패가 났다. 빨래를 모두 태워 버렸다. 옛말에 ‘삼동서 중에 속곳이 하나’라는 말도 있듯이 옷이 귀한 시절에 잠자다가 빨래를 다 태워 버렸으니 친정으로 쫓겨가게 생겼다.
시어머니가 돌아오자 며느리는 울면서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용서를 빌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친정으로 쫓아낼 줄 알았던 시어머니는 도리어 “얘야, 그러지 마라. 내가 잘못했다. 내가 아기를 업고 마을을 갔더라면 네가 빨래를 태우지 않았을걸 너 시아버지께 내가 용서를 빌마”라고 했다.
그때 아들이 나무를 한 짐 해서 집에 왔다. 나무지게를 빼고 나니 자기 어머니가 아내에게 잘못했다고 말하는 이야기가 문지방을 넘어왔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자초지종을 들은 아들은 자기 어머니에게 “아닙니다. 어머니! 저가 잘못했습니다. 지난 장날 아침 장작을 팰 때 이웃집 개똥 아비와 장 가기가 바빠서 대충 굵직굵직하게 갈라놓아서 그렇습니다. 작게 장만해 두었으면 그 장작이 다 타도 빨래는 타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가 잘못 했습니다”라고 했다.
저녁 늦게 할아버지가 오시자 온 식구가 빨래를 태운 것은 각자가 내 잘못이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용서를 비는 가족들에게 “모두 저녁 배불리 먹고 잠이나 일찍 자라. 이번 일은 다 내 잘못이다. 작년에 그 솥을 사려 장에 갔을 때 너무 더워 목을 축이려 마신 탁주가 한잔이 두 잔이 되고 두 잔이 석 잔이 되다 보니 큰 솥 살 돈이 부족하여 작은 솥을 샀더니만 결국에는 이런 일이 벌어 졌구나. 그 때 술을 마시지 않고 큰솥을 샀더라면 빨래는 타지 않았을 것을. 이 모든 잘못은 내가 했으니 태운 옷은 새로 장만하기로 하자”라고 하였다 한다.
요즈음은 똑똑하고 지도층에 있는 사람이나 지도자가 되어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분명한 자기 잘못임에도 그 잘못을 남에게 잘도 전가하는데 똑똑 하지도 않는 옛 농촌의 평범한 가족에게 우리들은 배워야 할게 없는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배용규 안동쌀전업농회장
하루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마을에 놀려가고 서방님은 땔나무하려 산에 간 뒤 며느리가 집에서 빨래를 했다. 지금에야 세탁기에 넣어 돌리기만 하면 되지만 그 시절 삼베나 무명옷은 삶아서 빨아야 했다. 한창 빨래를 삶고 있을 때 방에서 아기가 울었다. 얼른 들어 가 젖을 물리고 보니 어른들도 없는 터라 잠시 누어서 젖을 먹이려다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옛날 시집살이는 고달팠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샘터에 물동이를 이고 물길으러 가야 한다. 물이 흔한 동네야 괜찮았지만 가물 때나 물이 부족한 동네에서는 남보다 일찍 가지 않으면 우물이 바닥을 드러낸다. 삶은 빨래를 해야하고 보리방아를 찧어야 한다. 박꽃 필 무렵이 되면 무쇠 솥에 저녁 보리쌀을 앉혀야 한다. 이렇게 고된 나날이 연속되니 젊은 새댁들은 방바닥에 등 부치면 잠들기 십상이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잠에서 깜짝 깨고 나니 낭패가 났다. 빨래를 모두 태워 버렸다. 옛말에 ‘삼동서 중에 속곳이 하나’라는 말도 있듯이 옷이 귀한 시절에 잠자다가 빨래를 다 태워 버렸으니 친정으로 쫓겨가게 생겼다.
시어머니가 돌아오자 며느리는 울면서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용서를 빌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친정으로 쫓아낼 줄 알았던 시어머니는 도리어 “얘야, 그러지 마라. 내가 잘못했다. 내가 아기를 업고 마을을 갔더라면 네가 빨래를 태우지 않았을걸 너 시아버지께 내가 용서를 빌마”라고 했다.
그때 아들이 나무를 한 짐 해서 집에 왔다. 나무지게를 빼고 나니 자기 어머니가 아내에게 잘못했다고 말하는 이야기가 문지방을 넘어왔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자초지종을 들은 아들은 자기 어머니에게 “아닙니다. 어머니! 저가 잘못했습니다. 지난 장날 아침 장작을 팰 때 이웃집 개똥 아비와 장 가기가 바빠서 대충 굵직굵직하게 갈라놓아서 그렇습니다. 작게 장만해 두었으면 그 장작이 다 타도 빨래는 타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가 잘못 했습니다”라고 했다.
저녁 늦게 할아버지가 오시자 온 식구가 빨래를 태운 것은 각자가 내 잘못이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용서를 비는 가족들에게 “모두 저녁 배불리 먹고 잠이나 일찍 자라. 이번 일은 다 내 잘못이다. 작년에 그 솥을 사려 장에 갔을 때 너무 더워 목을 축이려 마신 탁주가 한잔이 두 잔이 되고 두 잔이 석 잔이 되다 보니 큰 솥 살 돈이 부족하여 작은 솥을 샀더니만 결국에는 이런 일이 벌어 졌구나. 그 때 술을 마시지 않고 큰솥을 샀더라면 빨래는 타지 않았을 것을. 이 모든 잘못은 내가 했으니 태운 옷은 새로 장만하기로 하자”라고 하였다 한다.
요즈음은 똑똑하고 지도층에 있는 사람이나 지도자가 되어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분명한 자기 잘못임에도 그 잘못을 남에게 잘도 전가하는데 똑똑 하지도 않는 옛 농촌의 평범한 가족에게 우리들은 배워야 할게 없는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배용규 안동쌀전업농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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