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사람들이 TV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몇 달 전 ‘잘 먹고 잘 살자’는 모 TV방송국의 단 2회 짜리 프로그램덕에 유기농 야채가 동나고 한국인들의 식습관이 바뀐다고 호들갑이다. 몇 년 전에도 채식중심의 식생활 개선 TV강의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더니 한동안 시들한 듯 하다가 이 프로는 다시 불을 붙였다.
그뿐 아니다. 입시지옥 때문에 시들어 가는 학생들, 즉 고등학교의 아침 굶은 아이들을 찾아가는 ‘밥차’가 드디어 0교시 수업을 폐지시켰다. 0교시 수업폐지가 과연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꼭 먹게 해 줄지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아이들에게 한 끼 밥을 잘 먹이자는 쪽으로 국민의 여론은 모아졌다. 그러나 한 끼만 급한 것이 아니라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끼니이기도 한 학교급식도 시급하다. 어찌 보면 잘 먹고 잘 사는 건 집에서 밥 먹는 엄마들뿐인지도 모른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모 외국어 고등학교 학생이 엄마따라 우리 모임에 나왔다. 그 아이는 내게 시민단체들이 학교급식 문제 좀 해결해 줄 수 없느냐는 것이다. 그는 “해도 너무해요”라는 말을 체념한 듯 내뱉었다.
해마다 늘어나는 학교급식의 대형 식중독사고
학교현장에 대한 불신을 심어 줄까봐 문제제기도 조심스럽지만 기왕 아이들의 건강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니 내친김에 학교급식도 해결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부실한 음식뿐 아니라 날씨는 점점 더워 오는데 이럴 때쯤 대형 식중독사고들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식중독사고 1건당 1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한 비율이 98년 15.4%에서 99년 23.8%, 2000년 86.7%. 지난해는 1학기만으로 72.2%로 증가했다. 학교 급식의 확대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수십 명씩 병원 응급실을 메우고 있는 교복 입은 아이들을 뉴스에서 본다 그 때마다 “왜 아이들이 당하는 문제는 시정되지 않고 되풀이되는 건가”하고 분노했었다.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학교가 직영으로 운영하지만 중·고등학교는 절반 혹은 그 이상이 외부 업체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학교급식 위탁업체로 선정되기 위한 뒷거래 소문도 공공연히 나돈다. 선정대가로 재단이나 학교에 거액의 사례비를 내거나 대형업체가 위탁을 받아 군소 업체에 하청을 주는 등 마치 건설업체들의 하청비리를 보는 듯하다. 결국 거액의 사례비나 3년 안에 뽑아야 하는 억대의 시설비 때문에 아이들의 음식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게 했다. 대안학교로 출발한 지방의 모 고교는 학생수도 많지 않은데 급식업체로부터 받은 1억 가까운 기부금 때문에 재단과 학부형들의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직영으로 운영하는 학교의 식자재 납품업체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학교급식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교육부와 지자체의 체계적 노력과 학부모의 작은 관심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식단 개발 및 표준식단제 도입이다. 정책적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조리할 수 있는 식단을 개발하고, 각 학교별 개별식단제가 아닌 인근학교들을 그룹화 집단화해서 식자재를 공동 구입한다. 산지 직거래 등을 통해 미로같은 식품 유통체계를 개선하고 물류비용절감, 고정고객이 확보되니 싼값에 유기농 야채 계약재배 등이 가능하다.
둘째로는 식자재 공급업체나 위탁업체 선정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만약 부정이 있을 시는 아이들의 건강을 좀먹는 부도덕성을 과감히 처벌해야 한다.
교육부, 지자체, 학부모가 해결가능
셋째는 검품 검수체계 재정비다. 부정기적으로 그러나 자주, 학교급식사전 검품 검수를 실시하여 식자재 공급 창고 등의 위생상태를 점검하고, 시간상으로 반품이 불가능한 점을 이용해 저질 식자재가 납품되는 일이 없도록 한다.
넷째는 열악한 주방시설, 조리기구 및 배식 용기의 규제 및 개발이다. 펄펄 끓는 국을 프라스틱 통에 담아 시뻘건 프라스틱 바가지로 퍼서 배식하는 모습이 계속 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학부모들의 참여이다. 하루에 2명씩만 조를 짜서 오전만 학교 급식현장에 참여한다면 3년 졸업할 동안에 한번만 봉사하면 된다. 학부모들이 주방을 지킨다면 저질 식자재에 비위생적 조리과정, 부실한 식단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제 정부와 학부모는 ‘청소년기의 학생들에게 정상적인 신체발달과 온전한 활동에 필요한 영양권장량을 영양사에 의해 적절하게 계획된 균형 잡힌 영양공급과 함께 식사함으로써 오는 공동체의식 고취 등등’의 애초 학교급식의 목표달성을 위해 나서야 한다.
최영희 상임이사
그뿐 아니다. 입시지옥 때문에 시들어 가는 학생들, 즉 고등학교의 아침 굶은 아이들을 찾아가는 ‘밥차’가 드디어 0교시 수업을 폐지시켰다. 0교시 수업폐지가 과연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꼭 먹게 해 줄지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아이들에게 한 끼 밥을 잘 먹이자는 쪽으로 국민의 여론은 모아졌다. 그러나 한 끼만 급한 것이 아니라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끼니이기도 한 학교급식도 시급하다. 어찌 보면 잘 먹고 잘 사는 건 집에서 밥 먹는 엄마들뿐인지도 모른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모 외국어 고등학교 학생이 엄마따라 우리 모임에 나왔다. 그 아이는 내게 시민단체들이 학교급식 문제 좀 해결해 줄 수 없느냐는 것이다. 그는 “해도 너무해요”라는 말을 체념한 듯 내뱉었다.
해마다 늘어나는 학교급식의 대형 식중독사고
학교현장에 대한 불신을 심어 줄까봐 문제제기도 조심스럽지만 기왕 아이들의 건강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니 내친김에 학교급식도 해결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부실한 음식뿐 아니라 날씨는 점점 더워 오는데 이럴 때쯤 대형 식중독사고들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식중독사고 1건당 1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한 비율이 98년 15.4%에서 99년 23.8%, 2000년 86.7%. 지난해는 1학기만으로 72.2%로 증가했다. 학교 급식의 확대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수십 명씩 병원 응급실을 메우고 있는 교복 입은 아이들을 뉴스에서 본다 그 때마다 “왜 아이들이 당하는 문제는 시정되지 않고 되풀이되는 건가”하고 분노했었다.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학교가 직영으로 운영하지만 중·고등학교는 절반 혹은 그 이상이 외부 업체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학교급식 위탁업체로 선정되기 위한 뒷거래 소문도 공공연히 나돈다. 선정대가로 재단이나 학교에 거액의 사례비를 내거나 대형업체가 위탁을 받아 군소 업체에 하청을 주는 등 마치 건설업체들의 하청비리를 보는 듯하다. 결국 거액의 사례비나 3년 안에 뽑아야 하는 억대의 시설비 때문에 아이들의 음식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게 했다. 대안학교로 출발한 지방의 모 고교는 학생수도 많지 않은데 급식업체로부터 받은 1억 가까운 기부금 때문에 재단과 학부형들의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직영으로 운영하는 학교의 식자재 납품업체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학교급식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교육부와 지자체의 체계적 노력과 학부모의 작은 관심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식단 개발 및 표준식단제 도입이다. 정책적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조리할 수 있는 식단을 개발하고, 각 학교별 개별식단제가 아닌 인근학교들을 그룹화 집단화해서 식자재를 공동 구입한다. 산지 직거래 등을 통해 미로같은 식품 유통체계를 개선하고 물류비용절감, 고정고객이 확보되니 싼값에 유기농 야채 계약재배 등이 가능하다.
둘째로는 식자재 공급업체나 위탁업체 선정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만약 부정이 있을 시는 아이들의 건강을 좀먹는 부도덕성을 과감히 처벌해야 한다.
교육부, 지자체, 학부모가 해결가능
셋째는 검품 검수체계 재정비다. 부정기적으로 그러나 자주, 학교급식사전 검품 검수를 실시하여 식자재 공급 창고 등의 위생상태를 점검하고, 시간상으로 반품이 불가능한 점을 이용해 저질 식자재가 납품되는 일이 없도록 한다.
넷째는 열악한 주방시설, 조리기구 및 배식 용기의 규제 및 개발이다. 펄펄 끓는 국을 프라스틱 통에 담아 시뻘건 프라스틱 바가지로 퍼서 배식하는 모습이 계속 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학부모들의 참여이다. 하루에 2명씩만 조를 짜서 오전만 학교 급식현장에 참여한다면 3년 졸업할 동안에 한번만 봉사하면 된다. 학부모들이 주방을 지킨다면 저질 식자재에 비위생적 조리과정, 부실한 식단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제 정부와 학부모는 ‘청소년기의 학생들에게 정상적인 신체발달과 온전한 활동에 필요한 영양권장량을 영양사에 의해 적절하게 계획된 균형 잡힌 영양공급과 함께 식사함으로써 오는 공동체의식 고취 등등’의 애초 학교급식의 목표달성을 위해 나서야 한다.
최영희 상임이사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