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이 꾸미는 1학년 교실의 진풍경

초보학부모 좌충우돌 일기 2

지역내일 2002-04-10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을 가보면 재미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학부모가 되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도 구시대의 사고로 이해하기 힘들 것 같은 일들이 있다.
창문에 매달려 열심히 유리를 닦고있는가 하면 물통을 들고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 걸레질을 열심히 하는가 하면 책상을 밀었다 당겼다 줄맞추기에 바쁘고 교실 뒤로 자리한 게시판에 작품을 만들 듯 정성스럽게 꾸미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누굴까. 아이들, 선생님, 아니면 용역회사에서 나온 사람들? 아니다. 바로 그 교실의 주인인 학생들의 엄마다. 예전 같으면 상상이나 해 본 일이었던가 마는 요즈음 아이들이 너무 편하게 크는 것은 사실인가 보다.

환경미화 - 학창시절의 감회
초보학부모가 된지 1달이 다 되어 가는 요즘 윤인화씨는 무척이나 바쁘다. 첫아이라 궁금한 것도 많고 의욕에 넘쳐 어린 동생이 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은 채 반에서 중책을 맡아놓고 보니 할 일이 참 많다. 처음에는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어야지 하는 생각에 임원을 하겠다고 했는데 타고난 ‘미모(?)’ 덕분에 임원대표까지 되어 엄마들을 지휘하게 되었다.
임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대표는 또 뭔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한 일 그야말로 좌충우돌 실수의 실수 투성이다.
처음 대표들이 학교에 간 날 윤인화씨,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혼자서 수 작업을 하고 계시는 선생님을 돕겠다고 앉은자리에서 오리고 붙이고 하는 일들이 마치 학교 다닐 때 환경미화 준비를 하는 것처럼 분주해 지며 엄마들과 함께 나누는 수다들이 재미있다.
옛날처럼 특별한 심사는 없다고 하지만 다른 반에 지기 싫은 묘한 경쟁심도 생기면서 우리 반을 좀 잘 꾸며야지 하는 욕구가 지금 내가 학교를 다니고 있나 하는 생각으로 웃음 짓게 한다. 초등학교 시절 환경미화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지만 벌로 화장실을 청소하고 유리창을 닦던 일들이 요즘 아이들에겐 추억거리가 되지 못할 것 같다. 엄마들의 극성에 아이들의 세상이 점점 좁아지고 있지나 않나 하는 걱정도 된다.

엄마들의 수다 속에 나타난 극성 모델
엄마들의 수다 속에는 재미도 있지만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아이를 입학시켜놓고 노심초사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은가 보다. 이 녀석들이 잘 할까 친구들과는 잘 지내는지 선생님께 꾸중듣지는 않는지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빠지지 않는 걱정거리는 선생님의 마음 읽기다.
모든 학부모들이 대부분 가지고 있는 선입견, 선생님은 무언가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 엄마들로 하여금 뭐가 필요할까 어떻게 해드려야 할까 그래야 우리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덕이 되겠지 등등, 우리 선생님은 어느 쪽일까 바라고 있을까 아니면 요구할까, 차라리 속 시원히 말해주지 뭘 해 달라고 하면 좋을 텐데 등.
언제나 화제의 중심은 돌고 돌아 선생님의 깊은 뜻에 이르게 된다. 선생님이 필요한 것이 아직 없다고 말해도 탈, 신경쓰지 말라고 해도 탈, 무엇인가를 요구하기 전에 먼저 인사를 해야하는 것이 아니냐 청소기가 필요할 것이다느니 에어컨 커텐 등등 새로 해 넣자느니 어이없는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대표엄마로서 잠시 망설여져 갈팡질팡하는 윤인화씨. 무엇이 올바른가를 판단하기 이전에 아이에게 불이익이 돌아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모성의 감정이 불쑥 불거진다.

교실 꾸미기를 하며 나눈 선생님과의 대화
그러나 중심을 잡아야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교실 꾸미기를 함께 하며 간간이 들려주시는 “교실을 예쁘게 꾸미는 것 보다 깨끗하게 이왕이면 아이들 작품을 하나라도 더 걸어 주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서 담임 선생님의 교육적 가치관을 느낄 수 있지 않았는가.
더욱이 함께 일하며 아이들 학교생활 적응을 위해 단체생활을 하는 곳에서의 예절을 집에서도 끊임없이 주지시켜 달라는 당부, 아이들을 미워하지 않고 사랑으로 보듬으려고 애쓰며 심하게 야단치지 않고 칭찬 한마디 더 하려고 한다는 말을 왜 엄마들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일까, 잠시 윤인화씨의 마음은 혼란스럽다.
어쩌면 선생님과 아이들이 바라는 교실의 모습을 엄마들의 주관으로 좌지우지하고 있지나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어찌되었던 다른 교실과는 달리 윤인화씨의 교실은 꾸밈에 있어는 모양새는 없어도 아이들의 작품들로 가득 채우고 봄맞이 대청소를 하듯 깨끗이 정돈되었다.
열심히 청소하고 뒷정리를 끝내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윤인화씨. 입학 전 만났던 선배 학부모의 말을 되새기며 임원 엄마로서 건강한 학교 풍토 만들기에 모범이 되어야 겠다는 다짐을 한다.

윤은희 리포터 gangcholy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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