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임기말 증후군’과 청와대 풍수 ②

‘신적 권위’ 부여받은 신들의 거처

지역내일 2002-05-23 (수정 2002-05-24 오전 11:37:44)
입지상으로 보면 청와대는 ‘명당(明堂)’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청와대 바로 뒤로 주산(主山)인 북악산이 당당하게 서 있고 그 앞쪽으로는 안산(案山)인 남산이 멀리 조산(朝山)인 관악산을 사이에 두고 있다. 좌청룡(左靑龍)으로는 낙산이, 우백호(右白虎)로는 인왕산이 청와대를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다.
명당수(明堂水)인 청계천이 청와대를 감아 돌아가고, 멀리 객수(客水)인 한강이 흘러 물의 흐름도 좋다. 특히 청계천은 이른바 ‘서출동류(西出東流;서쪽에서 발원해 동쪽으로 흐르는 물 흐름)’로 풍수가에서는 “똥물이라도 약이 된다”고 할 정도로 명당의 필수조건처럼 여긴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지난 90년 청와대 본관 신축 당시 공사현장에서 ‘천하제일복지(天下第一福地)’라는 표지석이 발견되어 노태우 대통령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흐뭇하게 했다. 이 표지석은 지금 청와대 구 본관 뜰에 서 있다.

◇ 풍수적 소응은 ‘발복’ 아닌 ‘신적 권위’ = 그러나 역대 대통령의 운명 여부를 떠나 청와대 풍수 자체를 탓하는 의견 또한 만만치 않다.
풍수지리를 학문의 반열로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풍수학자 최창조(전 서울대 교수)씨는 청와대 터를 ‘신(神)들의 거처’라고 주장한 바 있다. 풍수 논리에 따르면 청와대는 원래 사람이 살 땅이 아니라 죽은 영혼들의 거처이거나 신들이 노니는 곳이라는 것. 때문에 그 터에 사는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풍수적 소응(昭應)은 ‘발복(發福)’이 아니라 ‘신적 권위’라는 주장이다.

사람이 신적권위를 부여받았으니 나쁠 것도 없지 않냐고 얘기할 수도 있으나 풍수에서는 인사(人事)가 천도(天道)를 넘보는 일을 허용하지 않는다. …역대 대통령들이 그곳에 있을 때 신적인 권위를 지니고 살다가 천도를 넘본 대가로 그 뒤끝이 좋지 않았다는 것은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한국의 풍수지리》 최창조, 1993, 민음사)

최창조씨는 청와대의 대안으로 통일이 될 때까지 성남의 세종연구소를 사용할 것을 추천하기도 했다. 풍수적으로도 세종연구소 터가 ‘삼태기 혈’이라 임기가 차면 툴툴 털고 떠날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곳은 외부 노출을 꺼리는 땅이기 때문에 경호상으로도 안전하다는 주장이다.

◇ “거주하는 사람에 비해 큰 집도 문제” = 전주 우석대 김두규 교수도 “원래 청와대 터는 경복궁에 기를 뿜어주는 물탱크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뒤편 북악산에 박혀 있는 거대한 암반들이 강한 기운을 표출해 청와대 터가 ‘제왕지지(帝王之地)’에는 적합할지 모르나 우백호인 인왕산에서 표출하는 강기(剛氣)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사람을 어지럽히게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풍수지리로 박사학위를 받은 박시익 건축사는 “북악산에서 내려오는 산줄기가 골(骨)이 져서 골육상잔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김 교수와 비슷한 견해를 펼쳤다.
박 건축사는 “청와대가 거주하는 사람에 비해 너무 큰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풍수건축학적 입장에서 보면 ‘기거하는 사람에 비해 너무 큰집은 나쁜 기가 모이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 이 기사는 시사여성주간지 미즈엔 5월 29일자에 실린 내용입니다. 애초 본지는 2회에 걸쳐 전재할 예정이었으나 지면 관계로 3회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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