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대입은 정시가 아닌 수시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의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비율은 78.4%로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수시와 정시 비율이 7대 3으로 잡혀가고 있어 ‘수시’ 전형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지역 고등학교에서 수시로 합격한 학생들의 지원 대학 및 전형 유형별 교과와 비교과 활동을 분석해봤다.
고2, 조종사에서 물리학자로
양정고등학교(교장 김정수) 3학년 윤태훈 학생은 서강대 물리학과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했다. 조종사가 꿈이었던 태훈군은 시력 탓에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비행기가 하늘을 날 때 필요한 힘의 크기와 착륙하는 순간 속력에 따른 이동거리 등 관심 분야였던 비행기와 물리를 연관시켜 물리학도를 꿈꾸게 됐다.
“물리시간에 ‘광속에 가까운 우주선의 시간은 정지한 지표면의 시간보다 느리게 간다’는 상대성이론에 대해 배우고 나서 상대적인 시간 경과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습니다. 그러던 중 EBS 다큐프라임 ‘빛의 물리학’을 시청하고 이를 단행본으로 엮은 책을 읽으면서 물리학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물리학자가 꿈인 태훈군은 수시 6개의 카드 모두를 물리학과로 선택했다. 연세대 천문우주, 고려대 물리학과(논술), 서강대 물리학과(학생부종합, 논술), 한양대 물리학과(논술), 성균관대 물리학과(논술) 중 서강대 학생부종합전형에 최종합격했다.
물리 공부로 터득한 기본 원리, 다른 교과로 확장
물리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책을 찾아 기본적인 원리를 터득하면서 체계적으로 학습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 이 공부법은 다른 과목의 공부 방식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시험 성적을 단기간에 올리기 위한 학습방법보다는 수고스럽더라도 스스로 찾아서 원리를 터득하는 자기주도적 학습법이 기본을 탄탄하게 해주고 다양한 응용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태훈군은 학원에 다니지 않고 교과서 중심으로 원리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보완할 수 있는 오답노트를 작성하면서 자주 틀리는 문제를 체크했다. 이렇게 풀이과정을 정리하면서 약점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공부법은 점차 자리를 잡게 됐다.
공부법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성적은 쉽게 오르지 않았다. 주변에서 걱정도 많이 했지만 자신을 믿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 성적은 점점 상승했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국어에서도 자신감이 생겼다. 이 내용은 자소서 1번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에 대해 배우고 느낀 점’에 강조했다.
국제교류활동, 천문학으로 연결
자사고인 양정고에서 운영하는 국제교류활동에 참여한 내용은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 활동’으로 자소서 2번에 어필했다.
“국제교류 프로그램으로 파트너인 프랑스 학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우리나라도 프랑스에 못지않은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많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어요. 창경궁을 미리 답사하고 공부하면서 과거 우리나라의 천문학이 서양에 비해 상당히 발달된 학문의 한 분야였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습니다.”
태훈군은 농본국가인 조선시대에는 해와 달의 움직임, 계절에 따른 별자리의 변화 등을 살펴 시각과 절기를 정확히 알아내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천문학이 국가차원에서 중요하게 다뤘던 학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점이 뜻밖의 수확이었다고 고백했다.
천문우주에 대한 관심, 소립자 물리학으로 완성
태훈군의 물리학에 대한 애정은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비롯됐다. 상대성이론을 공부한 태훈군에게 ‘인터스텔라’는 천문우주에 대해 깊이 빠져들게 했고 이종필 교수의 저서 『인터스텔라』를 통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천체물리학적 이론이 영화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웜홀, 덧차원, 블랙홀, 상대성이론에 대한 심도 있는 설명은 읽는 내내 호기심을 유발했습니다. ‘웜홀에서 주인공이 과거의 자신을 보는 것이 가능할까?’ ‘블랙홀에서 5차원 공간이 존재할까?’ 등 수없이 많은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다양한 책을 읽고 인터넷을 검색했습니다.”
지적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읽은 책은 2학년 때 10권이 넘었고 3학년 1학기에도 6~7권을 학생부에 채울 만큼 많았다. 그 중 『시공간의 미래』에서 웜홀의 개념, 웜홀을 통한 시간 여행의 이론적 방법과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스티븐 호킹의 주장까지 자소서 4번 ‘지원동기‘에 물리학에 대한 관심을 어필하기에 충분했다.
“덧차원와 관련된 책을 읽다 초끈이론이라는 것을 공부했고 소립자 물리학에 관련된 책까지 읽으며 물리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인터스텔라’ 영화에서 시작한 천문우주에 대한 관심은 소립자 물리학에 대한 책으로 연결됐고 자소서 4번 물리학에 대한 전공적합성을 어필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렇다고 태훈군의 학생부 독서란에 물리학 관련 책만 기록된 건 아니다. 1~2학년 때는 인문학과 관련된 다방면의 책이 기록돼 있고 2학년 후반부터 물리학과와 관련한 책으로 집중했다.
학업역량, 교내 대회 수상으로 증명
물리에 대한 관심은 교내 대회에서도 드러난다. 과탐 과목의 교과우수상은 물론 독서기록인 ‘다상량’ 동상 수상, 양정4품 인증, 성적 진보상 등으로 학업역량을 증명했다.
“만족할만한 내신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내신을 애초에 포기하고 수능으로 턴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내신 준비 기간에 마음이 풀어져 공부를 더 안하게 되더라고요. 내신이 조금 낮더라고 끝까지 간다는 생각으로 종합전형을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