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취미로 많은 사람들이 손꼽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뜨개질이다. 어릴 때 어머니들은 누워 있는 아이들 머리맡에 앉아 목도리부터 겨울코트까지 요술처럼 만들어 내곤 하셨다. 목2동의 서울시 도시재생 희망지 사업 주민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뜨개 모임에 모여든 회원들은 추운 겨울을 모르고 뜨개질에 한창이다.
도안 보는 법부터 꼼꼼하게
뜨개 모임에 모여든 사람들 중에는 학창시절 뜨개질 한 번 안 해 본 사람은 없었다. 소소하게 목도리나 수세미 등 가장 쉬운 단계의 작품들을 만들어 본 경험들은 모두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늘 거기서 멈춤이다. 좀 더 복잡한 단계로 난이도가 올라가는 모자, 장갑, 스웨터 등의 작품은 포기해 버리게 된다.
뜨개 모임은 지난해 가을 목2동이 서울시 도시재생 희망지 사업에 선정되면서 강좌가 만들어지고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김장미 강사는 초등학교 때부터 흥미를 갖고 시작한 뜨개를 계속 취미로 이어오다가 2013년부터 전문적으로 배우고 익혔다. 배우면서 느낀 점은 처음에 배울 때 제대로 배워서 혼자서도 다양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도안 보는 법을 늘 꼼꼼하게 가르친다.
뜨개질도 그냥 손으로 막 뜨면 되는 것 같지만 숫자와 도안이 탑처럼 쌓여 있는 설계도 안에서 움직이는 작업이다. 처음 배울 때 도안 보는 법을 제대로 익혀 놓으면 다른 복잡하고 난이도 높은 작품도 혼자 힘으로 뚝딱 해낼 수 있다. 뜨개 모임의 회원들은 김 강사가 열심히 그리는 도안을 따라 그리기도 하고 옆 사람에게 묻기도 하면서 익히려 애쓴다.
머리핀부터 인형까지 손으로 만드는 재미
그동안 뜨개 모임에서 만든 작품들이 꽤 되는데 지난 성탄절에는 시즌에 맞춰 성탄 장식들을 만들었다. 차받침이나 수세미를 만들어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했고 머리핀이나 옷장식품은 딸을 가진 회원들이 선호하는 아이템이었다. 유재명 회원은 “예전에 어머니가 뜨개질로 옷을 만들어 주시면 신나서 입고 다니던 생각이 나요. 저도 젊을 때 아이들에게 만들어 주다가 안하고 미뤄두었는데 다시 배우게 되니 즐거워요. 지인들에게 수세미를 선물하는 것도 재미있어요”라며 뜨개질 배우는 기쁨을 이야기한다.
10여명의 회원들은 한손으로 실을 잡고 바늘을 부지런히 움직이다보면 나도 모르게 만들어진 머리핀이 신기하기만 하다. 손은 한 코 한 코 정성을 들여 만들지만 입으로는 수다가 끊이질 않는다. 집안 대소사부터 오늘 아침 먹은 밥상 메뉴까지 웃음꽃을 피워 가느라 시간가는 줄도 모른다. 방학이라 따라온 아이들도 엄마의 손놀림을 홀린 듯 바라보면서 신기해한다.
잡념을 없애고 한 곳에 집중
뜨개 모임의 수강료는 무료로 약간의 재료비만 부담한다. 주부들은 부담도 줄이면서 즐거운 취미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 모임이 있는 목요일마다 즐거움이 두 배가 된다. 신재은 회원은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함께 모여서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고 뜨개 작품도 만드는 게 삶의 활력이 돼요. 도안 보는 법도 몰랐는데 배우게 돼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라며 뜨개 모임을 자랑한다. 지난 성탄에 만들었던 산타 인형의 인기가 생각보다 높았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설 명절을 겨냥해 한복과 어울리는 머리핀과 돌돌이 장미 머리띠를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자녀들을 생각해 만들어 보라는 취지였는데 오히려 회원들이 더 즐거워하며 옷 장식으로 응용할 생각들을 해낸다.
초급 난이도가 지나면 좀 더 어려운 작품들에 도전을 한다. 지금의 기초 단계가 소품을 만드는 수준이라면 중급에서는 모티브를 여러 개 만들어 보면서 패턴과 뜨개 기술도 익힌다. 그리고 담요 같은 큰 작품을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뜨개 작품을 만드는 시간만큼은 아이 걱정, 집안일 걱정의 잡념을 없애고 알록달록한 색실에 손을 맡기며 힐링 타임을 가지는 회원들의 얼굴이 환하다.
모임시간 : 매주 목요일 10시 30분~오후 12시 30분에서 1시 정도
모임장소 : 목2동 50-9 너나들이 사랑방(우신 웨스빌 옆)
*미니 인터뷰*
김장미 강사
“회원들의 열의가 대단해요. 배우려는 의지가 높아서 질문도 많고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 꼼꼼하게 진행하는 편이에요. 도안을 꼭 가르쳐 주면서 시작을 하는데 회원 모두가 혼자서도 척척 도안을 보고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선희 회원
“예전부터 배우고 싶었는데 배울수록 재미있어요. 도안 보는 법을 자세하게 가르쳐 주셔서 좋아요.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함께 만들고 이야기도 할 수 있어서 화기애애합니다.”
임은주 회원
“친구 소개로 오게 됐는데 아이가 더 좋아해요. 연말에 만든 산타는 친구들에게 선물하며 자랑하더군요. 작품을 한 가지씩 만드니 성취감도 들어서 좋고요. 다음엔 곰 인형도 만들어 보고 싶네요.”
문숙경 회원
“모임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뜨개도 배울 수 있어 장점이 많습니다. 더 많이 배우면 옷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딸도 너무 좋아하고 응원해 주네요.”
김덕미 회원
“뜨개는 금방 성과가 있고 배운 보람이 있어서 좋아요. 내가 만든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행복해 집니다. 인형을 많이 만들어서 선물도 하고 장식도 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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