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대입은 정시보다 수시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의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비율은 78.4%로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수시와 정시 비율이 7대 3으로 잡혀가고 있어 ‘수시’ 전형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지역 고등학교에서 수시로 합격한 학생들의 지원 대학 및 전형 유형별 교과와 비교과 활동을 분석해봤다.
의사에서 화학자로
세현고등학교(교장 이강호) 3학년 이정원 학생은 연세대 화학과에 학생부교과전형과 종합전형 등 2가지 전형에 동시 합격했다. 의사가 꿈이었던 정원양은 고2 때 화학시간에 배운 질소비료와 적정기술,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을 통해 ‘화학자’에 관심을 갖고 그때부터 ‘화학과’에 맞춰 교과와 비교과를 준비해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에 동시에 합격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때 우연히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힘겨운 삶을 다룬 책을 보고 봉사하고 나누는 삶을 살 수 있는 의사를 꿈꾸게 됐습니다. <국경 없는 과학기술자들>이라는 책에서 적정기술에 대해 알게 되면서 이 책에서 배운 내용과 화학시간에 알게 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화학을 전공하고 이를 사회 상황에 접목시키고 싶었습니다.”
어려움 많았던 관현악단으로 경쟁력 키우기
종합전형 지원자라면 자기소개서에 자신이 지원하는 학과와 연계된 비교과 활동으로 채우려 한다. 연세대 학교활동우수자전형으로 합격한 정원양은 자기소개서 3번 문항에 지원분야인 화학과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관현악단’으로 1,000자를 서술했다.
“어렸을 때부터 첼로 연주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혼자 연주하는 것보다는 화음을 맞출 수 있는 관현악단에서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함께 연주하고 싶어 관현악단을 창단하게 됐습니다.”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단원을 모으기 위해 친구의 친구까지 동원해가며 관현악단을 드디어 완성했다. 혼자만의 연주에 익숙해서인지 처음엔 낯설기도 했지만 곧 합주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여러 악기가 모여 하나의 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듯 여러 사람이 모여 한 가지 일을 결정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는 것을 곧 알게 됐다.
“연주할 곡을 고를 때 다양한 연령의 청중에게 감동을 줄 만한 곡을 찾기가 힘들었죠. 제가 좋아하는 곡을 모두 좋아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각자 취향이 달랐고 파트를 나누는데도 생각의 차이를 느꼈습니다.”
연습 과정에서도 실력차이 때문에 악단에 피해가 될까 걱정하는 단원도 생겨났다. 정원양은 소리를 모으기 위해서는 마음을 모으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하고 대화의 시간을 자주 마련했고 파트별로 팀을 만들어 실력이 좋은 친구가 부족한 친구를 도와주며 연습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크게 달라보였던 의견에서 공통점을 발견하자 교내 행사에서 좋은 무대를 선보일 수 있었고 한 곳으로 모아진 단원들의 마음이 청중들에게 감동으로 전해질 수 있었다.
“흩어진 의견을 모으는 것은 어려웠지만 이를 잘 조합했을 때 만족스럽게 나타나는 결과를 보며 소통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원양은 2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악단을 이끌 방법을 조언했지만 악기의 구성이 달라지면 소리가 달라지듯 공동체의 구성원이 바뀌면 그에 맞는 진행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이후 본인이 체험했던 리더십이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 정원양은 팀에 맞는 리더십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리더가 해야 할 또 다른 역할임을 알게 됐다고 자소서 3번에 기록했다.
동아리 활동으로 전공적합성 어필
정원양은 비교과활동으로 화학과 관련된 활동과 더불어 영재학급, 소논문쓰기, 정규 및 자율동아리 등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화학을 전공하고 이를 사회 상황에 접목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와 탐구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동아리나 자율활동에 집중했다.
“1학년 때는 과학실험동아리 ‘ssholic’에 가입했어요. 조원들과 논의를 통해 실험주제를 결정하고, 가설을 세운 후 다양한 변인을 통제하며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물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적도 있었고 실험하는 도중 돌발 상황도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가설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그 원인을 추론하고 실험 과정에서 발생한 오차를 줄이는 방법을 배웠고, 보다 진지한 태도로 실험에 임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ssholic’에서 닭 해부, DNA추출 실험으로 생명과학에 관심이 많아져 자율동아리 ‘미생’도 개설했다. 이 동아리에서는 <하나하라의 생물학 카페>를 읽고 파트를 나눠 그 분야에 대해 조사한 후 발표도 하고 GMO를 주제로 토론도 했다.
“하나의 과학기술을 개발하는데 있어서도 정치, 경제, 환경 등 다양한 사회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대학에 진학해 이런 분야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제가 관심 있는 ‘적정기술’과도 연결해 과학기술의 그림자에 가려 그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이들을 돕고 싶다고 어필할 수 있었습니다.”
초등 때부터 이어진 공부습관, 내신에서 드러나
내신 1.17, 연세대 교과전형으로 합격할 만큼 높은 내신 비결은 초등학생 때부터 만들어진 복습하는 습관에 있었다. 예습보다는 복습에 비중을 뒀고, 그날 배운 건 그날 소화하려고 노력했던 공부습관이 고등까지 이어져 전교 1등이라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성실하게 공부하고 열정적으로 참여했던 모든 활동이 대입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비교과로 열심을 내 종합전형을 준비했더라도 내신에 무게를 두되 수능도 놓지 말고 끝까지 선전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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