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비는 펄펄 끓는 장국에다 부드럽게 반죽한 밀가루를 얇게 민 다음, 손으로 툭툭 뜯어 넣고 구수하게 끓여낸 소박한 음식이다. 조개와 미역, 소고기 등이 장국의 재료로 쓰이는데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서민의 음식중 하나로 꼽히지만 요즘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별미로 인기가 좋다. 비오는 날이면 부침개와 함께 생각나는 음식이기도 하다. 친숙하면서도 매력적인 맛으로 무장한 우리지역 수제비 맛집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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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들깨이야기’
구수한 풍미가 매력, 들깨수제비
신정동 ‘들깨이야기’는 9년 동안 한자리에서 구수한 들깨수제비를 판매하고 있는 양천구 맛집이다. 하얀색 외관에 붓글로 쓴 멋들어진 간판이 멀리서도 눈에 띄는데 아니나 다를까. 지난 2009년 ‘서울시 좋은 간판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란다. 넓고 쾌적한 식당내부는 전부 좌식테이블을 배치했다.
‘들깨수제비’를 주문하니 우선 보리밥이 나온다. 맛깔스러운 배추겉절이와 열무김치는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항아리에 담겨져 있어 원하는 양만큼 덜어먹으면 된다. 보리밥에다 열무김치와 고추장, 참기름을 넣고 쓱쓱 비벼먹고 나면 이어서 수제비가 나온다. 이곳의 수제비는 들깨를 듬뿍 갈아 넣은 걸쭉한 국물이 특색 있다. 국물부터 한 숟갈 얼른 맛을 보니 들깨의 구수한 풍미가 입안에 그대로 전해져 그 맛이 일품이다. 수제비에다 아삭한 배추겉절이나 향긋한 열무김치를 척 올려 먹어도 맛있다. 먼저 먹은 보리밥덕분에 수제비만으로도 한 끼 든든한 식사가 된다.
‘들깨수제비’에서는 아침마다 매장에서 직접 배추겉절이를 버무리고 열무김치는 하루걸러 한번 씩 담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집의 김치는 배추의 싱싱함이 살아 있어 신선하고 개운하며 맛이 담백해 여러 번 덜어먹게 된다. 만두도 판매하는데 만두에 들어가는 만두소 역시 직접 만든다고 한다. 수제비만 먹기 섭섭하다면 비빔밥을 추천한다. 무채, 고사리, 콩나물, 취나물, 표고버섯, 얼갈이배추 등 총 여섯 가지 나물을 긴 접시에 정갈하게 차려내고 매장에서 고소하게 볶은 고추장을 제공한다. 매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운영하며 연중무휴이다.
메뉴: 들깨수제비 7,000/ 비빔밥 7,500원
위치: 양천구 목동서로 377, 이스타빌 3차 1층
문의: 02-2061-9911
영등포동 ‘뽕씨네 얼큰수제비’
30년 전통, 메뉴는 단 하나 뿐!
영등포역 근처에 위치한 ‘뽕씨네 얼큰수제비’는 1986년 개업한 전통 있는 가게이다. 이곳은 오랫동안 한자리를 지키면서 ‘얼큰수제비’ 메뉴 하나만 선보이고 있다. 주위에 많은 가게들이 있지만 단일메뉴로 꾸준히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추억을 그리워하는 30년 단골손님뿐 아니라 젊은이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는 비결은 변함없는 맛과 서비스 때문이 아닐까.
오랫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가게는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이다. 흔하지 않은 굵고 튼튼한 원목테이블이 가게의 나이를 말해주는 듯하다. 창가자리에는 혼자 와서 먹어도 좋은 바테이블도 보인다.
벽에 붙은 메모판에는 어려웠던 시절, ‘갱식(羹食, 갱시기)’이라 불렸던 ‘얼큰수제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갱식’은 배추김치를 숭숭 썰어 물을 붓고 김칫국을 끓이다가 찬밥을 넣고 끓인 김치국밥을 말한다. 이곳의 수제비는 메뉴이름처럼 시원하고 얼큰한 김치를 듬뿍 넣고 만들었다. 미역, 호박 고명에다 수제비와 함께 밥도 들어가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다. 물김치처럼 국물을 넉넉하게 두고 처음부터 잘게 썰어 담근 김치는 6개월 이상 푹 익힌 다음 장국의 베이스로 사용한다. 매장 입구에는 그날 사용할 김치 통이 수북이 쌓여있다. 별다른 재료 없이 김치만으로 맛을 낸 얼큰한 국물은 이 집 수제비 맛의 핵심이다. 속을 확 풀어주는 국물 덕에 한 끼 식사는 물론 술 먹은 다음날 해장용으로 그만이다. 주문 시 양과 매운 맛 조절이 가능해 누구나 부담 없이 방문해도 좋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이며 연중무휴이다.
메뉴: 얼큰수제비 6,000원
위치: 영등포구 영중로 10길 16 영생빌딩1층
문의: 02-2678-0142
매일 10:00 -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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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발산동 ‘낙지 한 마리 수제비’
푸짐한 해물수제비로 입맛 사로잡아
발산역 인근에 위치한 ‘낙지 한 마리 수제비’는 푸짐한 해물수제비를 맛볼 수 있는 매장이다.
새로 오픈한 가게는 넓고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메인요리를 비롯한 모든 밑반찬을 매장에서 직접 만든다. 넉넉한 양과 친절한 서비스덕분에 손님들 대부분이 동네주민이나 단골들이라고 한다.
‘낙지 한 마리 수제비’의 수제비 국물은 새우, 조개, 꽃게, 홍합, 낙지, 바지락, 맛조개, 북어 등 10여종 이상의 해산물과 무, 양파, 대파, 마늘, 생강, 고추 등의 다양한 채소를 6시간 이상 푹 우려낸 것으로 깊은 감칠맛과 풍미를 느낄 수 있다.
‘해물낙지한마리수제비’를 주문하니 먼저 보리밥에 아삭한 콩나물과 신선한 상추를 올린 ‘야채비빔밥’이 나온다. 국물이 자작한 얼갈이열무김치와 시원한 물김치도 맛깔스럽다.
비빔밥을 먹고 나면 수제비가 차려지는데 커다란 옹기그릇에 푸짐하게 담겨져 나와 눈을 즐겁게 한다. 조개, 홍합, 새우, 낙지 등이 들어간 진한 국물에다 쫀득한 식감 또한 입맛을 사로잡는다.
이곳은 해물 찜과 아귀찜, 낙지볶음, 낙지연포탕 등 다양한 해물 요리도 함께 맛볼 수 있다. 쫄깃하고 매콤한 맛의 낙지볶음은 강한 불로 두 번 조리해 불향이 입혀져 나온다. 싱싱하고 다양한 해물과 콩나물, 특제 소스가 어우러진 해물 찜도 일품이다.
어린이를 위한 수제돈가스도 선보이고 있어 각종 모임이나 온가족 외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주차 시설도 완비하고 있으며 3시간동안 무료이다. 운영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이며 연중무휴이다.
메뉴: 낙지한마리수제비 6,000원/ 해물낙지한마리수제비 7,000원
위치: 강서구 강서로 52길 34번지 1층
문의: 02-3664-7006
정선숙 리포터 choung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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