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고 A학생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쌤, 국어 영역이 2교시였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더 시험을 잘 볼 수 있을 텐데..”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동의할 만한 말이다. 수능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1교시가 주는 ‘압박감’과 ‘떨림’에 충분히 공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아이들이 1교시에 하필이면 긴 ‘지문’을 읽고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어쩌면 아이들이 평소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하기가 힘든 게 당연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국어 시험은 당일에 떨지 않고 ‘지문’이 잘 읽히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시험인 것인가? 아이들이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국어 공부의 정도는 없는가?
국어 공부의 정도는 있다!!
목동고 B학생이 여름방학 기간에 학습법을 알려 주는 업체를 통해 공부를 한 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쌤, ○○○○○이란 곳 아세요? 거기서 국어 학습법을 들었는데, 쌤이 1학기에 말한 거하고 똑같이 말해서 신기했어요.” 여기서 목동고 B학생이 말하는 국어 학습법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문학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문학 개념은 사실 예비고1 과정에서도 부족함 없이 거의 배울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이 아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학원에서는 예비고1 과정에서 개념 수업을 따로 하고, 실전 작품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수업한다. 하지만 그렇게 개념 공부를 끝낸다고 해서 아이들이 문학을 다 맞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개념을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낯선 작품에서 아이들이 그 개념을 찾을 수 있는 힘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념 수업은 철저히 실전 지문을 바탕으로 개념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공부해 나가야 한다. 낯선 지문에서 개념을 찾을 수 있어야 그 개념에 대한 공부가 끝난 것이며, 내신이든 수능이든 생소한 작품이 나왔을 때 당황하지 않고 정확하게 풀 수 있다.
또한 문학이든 비문학이든 선택지별 근거를 찾는 과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필자는 주로 아이들에게 어망의 ‘그물코’에 빗대 설명한다. 그물(학습 방법)을 이용해 물고기(정답)를 잡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물코가 촘촘하게 되어 있어야 하지만 아이들이기 때문에 그 그물코의 간격은 넓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간격을 어느 학생이 얼마큼 좁힐 수 있는가가 관건인데, 이를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 바로 선택지별 근거를 찾는 것이다. 왜냐하면 선택지별로 틀린 이유와 맞는 이유를 분석하는 과정이 곧 ‘그물코’의 간격을 촘촘하게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학습 방법은 학교 내신 대비라고 다른 것은 결코 아니며, 수능 대비와 동일한 방법으로 내신도 준비해야 한다.
수능 공부와 내신 공부는 별개다?
결론부터 말하면 별개가 될 수 없다. 모의고사(수능)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내신 성적 잘 나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평소에 독해력과 문제 풀이 능력을 꾸준히 쌓아나가고 꼼꼼하게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학교 내신은 변수가 많아서, 최상위권 학생이 생각보다 저조한 점수가 나오고, 중 ․ 상위권 학생이 그 최상위권 학생보다 더 잘 보는 경우도 있다. 이는 최대한 놓친 부분 없이 가르쳤지만, 최상위권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아직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막상 시험 시간에 순간 판단을 잘못하거나 실수로 놓치는 부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현장에서 강의하면서 가끔 겪는 일인데, 강의하는 입장에서도 아이가 실력만큼 점수가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말 가슴이 아프다. 중요한 것은 이 ‘불상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럼 과연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식상한 말이겠지만 아이나 강사나 ‘왜 틀렸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며, 학교별 내신의 특징을 명확하게 알고 접근해야 한다.
가령 목동고 1학년 15년 1학기 중간고사의 경우 비문학에서 95년 수능 지문을 외부 지문으로 출제했다. 또한 16년, 17년도 마찬가지로 교과서의 독서 부분이 들어갈 경우, 그 교과서 지문이 아닌 관련된 다른 외부 지문을 시험으로 출제했다. 강서고의 경우에도 외부 지문 출제 비중은 높으며, <보기> 세트형 문제가 많이 출제된다.
결국 고등학교 내신 시험은 교과서 안에서만 출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 국어 실력을 차근차근히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각 학교별 내신 특징을 명확하게 알고 앞서 설명한 학습 방법으로 이에 대비해 나가는 것이 ‘불상사’를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올리버 골드스미스는 ‘어둠이 짙을수록 그 빛은 더욱 밝다’라고 했다. 이제 곧 다가 오는 겨울이 아이들에게 혹독하고 고된 계절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골드스미스의 말처럼 그 어둠 뒤에는 반드시 환하고 밝은 빛이 기다리고 있음을 아이들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밝은 빛’을 기다리며 아이들이 국어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있기를 바란다.
최용훈국어학원곽찬중 강사
02-2062-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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