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전국 돌아다니며 ‘위안부’ 소녀상 그린 대학생 김세진]

“주위 소녀상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주세요”

전영주 리포터 2018-02-09

지난 3일 오후 3시, 성남시청 2층 ‘공감’ 갤러리에서는 조금 특별한 전시회의 도슨트 설명이 시작됐다.
“가장 첫 작품은 부산 초량역 앞 소녀상입니다. 부산 일본영사관 근처에 있는 소녀상으로 철거를 당했던 아픈 사연이 있는 곳입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가장 먼저 찾아간 소녀상이고요. 제가 찾았을 때도 주변에 철거를 했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전국의 소녀상을 찾아가 맑은 수채화로 74곳의 소녀상을 담아낸 대학생 작가 김세진씨가 자신의 작품을 설명했다. 지난달 29일부터 1주일간 성남시청에서 ‘소녀, 평화를 외치다’라는 주제로 열렸던 평화의 소녀상 원화 전시회를 찾아 작가 김세진씨를 직접 만나 보았다.



전국에 이렇게 많은 소녀상이 있을 줄이야
전국에 소녀상이 이렇게나 많은 줄 몰랐다. 아마 성남시민 중에도 성남시청 앞에 소녀상이 있는 사실을 모르는 이도 있을 것이다. 현재 상명대학교 만화 애니메이션 학과 4학년 휴학 중인 작가 김세진씨도 처음에는 전국에 소녀상이 얼마나 많은지 몰랐다고 한다.
“2015년 겨울 복학 신청을 하러 들른 캠퍼스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1인 시위를 하는 학생을 보게 됐습니다. 그때 갑자기 부끄러움이 확 밀려들었어요. ‘나는 잘못된 것을 알면서 왜 행동하지 않고 있는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12.28 한일합의가 이뤄지며 일본대사관에서 대학생들의 기습 시위가 있었습니다. 그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광화문의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노숙을 하고 있는 ‘소녀상 농성 대학생공동행동’의 텐트를 찾아가 함께 하기 시작한 것이요.”
그렇게 주말마다 광화문에서 소녀상 철거 반대와 12.28 한일합의 폐기를 위한 노숙 농성을 하던 그에게 한 시민이 질문을 했다고 한다. 전국에 소녀상이 몇 개나 있느냐고. 그때 그는 답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며칠 후 그 시민에게서 문자로 KBS 데이터저널팀이 조사한 전국의 소녀상 지도의 링크가 도착했다. 김세진 씨는 그 문자를 보고 결심했다.
‘전국에 소녀상이 이렇게 많다니..... 직접 다 보고 싶다. 그래,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 그림으로 담아오자.’


104일간 소녀상 옆에서 노숙하며 그린
74점의 소녀상 수채화

소녀상 그림 여행 자금 마련을 위해 그는 공사장에서 석 달여 간 배관공 일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마련된 여비를 들고 지난해 5월 15일부터 8월 26일까지 전국을 돌아다니며 74곳의 소녀상을 노숙을 하며 그렸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광화문 소녀상 옆에서 노숙하며 지키는 동료들이 생각나 비가 오지만 않으면 노숙을 하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고 한다. 그렇게 104일간 전국을 떠돌며 화폭에 담은 74곳의 소녀상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와 의미를 담고 있었다.
“경남 거제에 서 있는 소녀상은 그냥 바다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마도를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어깨 위 청동 새는 희망을 상징하고요. 경남 숙이공원의 소녀상은 실제 ‘위안부’ 피해자인 박숙이 할머님을 모델로 만들어진 소녀상입니다. 제막 당시 할머님께서 소녀상을 바라보며 ‘너도 숙이가, 나도 숙인데’라고 하셨다던데 지금은 별세하셨습니다.”
도슨트 설명 내내 작품 하나하나 소녀상의 의미, 배경, 작품의 특징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김세진씨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림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잘 그려진 그림은 모든 것을 담고 있어 보는 이가 그것을 느껴야 하는데 제 내공이 모자라 어떻게 보면 실패한 그림이지요.”
정작 작가 본인은 실패작이라며 겸손을 보였지만 전시회를 찾은 성남시민들은 저마다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그리고 도슨트 설명에 집중하고 질문도 하면서 소녀상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 역사적 의미를 배우고자 했다. 



‘위안부’문제는 우리가 함께 직면해야 하는 문제
많은 소녀상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소녀상이 있느냐는 질문에 작가는 부천 안중근 의사 공원에 있는 소녀상을 꼽았다. ‘우린 어디로 가고 있는가?’ 라는 글귀와 함께 뒷모습만 보이며 서 있는 소녀상이었는데, 앞모습을 보러 가까이 갔다가 소름이 끼쳤었다고 한다. 소녀상의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동판 거울이 있어서 관람객 본인의 얼굴을 비춰지도록 소녀상이 제작되어 있었던 것.
“그저 뒷모습의 소녀상만 보고 지나친 분도 계시겠죠. 그런데 동판 거울 속 내 얼굴을 마주한 순간 ‘위안부’의 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 바로 내가 직면해야 할 문제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또 하나 꼭 많은 이들이 찾아가 봤으면 하는 소녀상도 있다고 했다. 바로 고양시 국립여성사 전시관에 마련된 ‘위안부’ 최초 증언자인 김학순 할머님을 묘사한 할머니 소녀상이다. 앉아있는 할머니 소녀상 앞에는 작은 소녀상 미니어처가 있는데 2014년 제막 당시 80여개였던 미니어처는 현재 31개만 남아있다. 이는 생존하고 계신 피해자 할머님의 수를 나타내고 있다고.
“소녀상 원화 전시회를 보고 전국 여행을 다닌 것 같은 느낌을 받으셔도 좋고요, 그림을 보고 나서 ‘이 소녀상은 실제로 가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는 김세진씨, 그의 ‘소녀, 평화를 외치다’ 전(展)은 27일부터 3월 2일까지 국회 로비에서 또 한 번의 만남을 이어갈 예정이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영주 리포터 jenny422yj@gmail.com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