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_운중고등학교 교사 추진호]

새로운 출발을 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응원

지역내일 2018-03-13 (수정 2018-03-13 오전 10:31:20)

‘2년 전 이 지면에 시험에 낙방해 고민하고 있던 제자에 대해 짧게 언급한 적이 있다. 정말 감사하게도 그 친구가 이번 3월에 교원임용이 되어 첫 출근을 했다. 이 지면을 빌려 그 제자에게, 그리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사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본다. 제자지만 동료 교사로 생각하며 써봤다. 새로 시작하는 선생님이니 신(新)선생님이라 부르겠다.’


신선생님!
내가 첫 출근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보냈더니 “정말 ㅎㅎ설렙니다”라고 답장을 썼더군요. 내 첫 출근이 생각납디다. 대학을 졸업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남들보다 늦게 교원 임용이 되어 출근했던 그 3월 2일이 소속 없이 지내다 아침에 신발 신고 갈 곳이 생겼다는 것이 참 감사했지요. 새로운 직장, 새로운 동료, 그리고 학생들과의 첫 만남도 많이 기대됐고요. 거기에다 그저 그런 경력 교사들 보다는 내가 훨씬 나을 것이라는 오만한 자신감도 있었지요. 


적어야 산다
이제 교사가 되어 1주일이 지났는데 어떤가요? 정신없지 않나요? 특히 선생님이 맡은 1학년 담임은 일이 많을 거에요. 나도 작년에 처음으로 1학년 담임을 해봤는데 상당히 힘들더군요. “고3 담임도 많이 했는데 1학년이 얼마나 힘들겠어?”라는 교만한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큰 코 다쳤지요. 주변에 잘 하시는 선생님들께 계속 질문하면서 겨우겨우 보조를 맞췄답니다. 수업 시간은 상대적으로 압박이 적었지만 학생부와 관련해서는 훨씬 더 힘들더군요.
학교행사도 많았고 그 내용을 어떻게 학생부에 기록으로 남길지 고민도 많았죠. 평소 학생들을 잘 관찰하고 메모로 남기는 게 좋습니다. 나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 자부했는데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어요. 교무수첩에 적어 놓은 메모나 교과서 빈칸에 휘갈겨놓은 발표 학생 사례가 없었다면 큰일날뻔 했어요. 수첩에 적는 대신 에버노트나 원노트 같은 스마트폰 앱도 잘 활용하면 좋을 듯 하네요.


경험이라는 자본
선생님이 말을 적게 하고 학생들이 활동하고 발표하는 시간이 길어야 좋은 수업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에게 자신의 얘기를 들려줄 때가 있을 겁니다. 학생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시기에 맞춰 해주면 졸던 학생도 깨어나는 현상을 목격하게 됩니다. 내 교무실 사물함에는 고등학교 시절 일기장이 있습니다. 1년에 한번 정도 열어보게 되는데  읽기가 쉽지 않아요.
즐거운 일도 많았는데 일기장 속의 나는 왜 그리 힘들고 찌들어 있는지. 학생들이 이해 안되고, 왜 그렇게들 구는지 궁금할 때면 자신의 일기장이나 고등학교 시절 봤던 책이라도 들춰보면 도움이 됩니다. 싸이월드에 들어가 보는 것도 좋겠네요.(찾아보니 지금도 서비스 하더라고요) 주의할 것은 ‘나때충’이 되지 않는 거죠. 군인 시절 선임이 “나때는 말이야~”라고 하던 말, 듣기 싫었을 겁니다. 자기 이야기를 할 때 지금 학생들이 겪는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오히려 반감만 사더군요. 선생님처럼 실패도 해보고 좌절도 해 보았던 사람이 공부 이외에도 해야 할 것들이 많아 힘들게 사는 우리 학생들에게 필요한 말을 잘 해줄 수 있을 겁니다.


좋은 동료가 되자
작년에 외상 외과 전문가인 이국종 교수의 강연 영상을 감명 깊게 봤습니다. 그 교수님의 ‘동료들’을 보고 견딘다는 말이 기억납니다. 초임교사로 좋은 ‘동료’가 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초임 때 했던 것을 선생님도 해봤으면 합니다. 다른 선생님의 수업을 참관해 보세요. 공개수업 시기까지 기다리지 말고 3월 중에 개인적으로 부탁해 꾸밈없는 수업을 관찰해 보세요. 수업을 잘한다고 소문난 선생님이나 교실 밖까지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게 하는 선생님께 요청해 보세요. 그분들이 부담스러워 하시겠지만 초임 교사가 배우겠다는데 쉽게 거절하진 못할 겁니다. 수업을 듣는 선생님은 실질적인 수업 흐름을 배울 수 있고, 수업을 개방한 선생님도 자신을 돌아보고 더 노력하는 계기가 되어 서로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질문을 좋아하자
작년 우리반 한 학생의 학생부 종합의견 란에 ‘질문을 많이 하는 학생’이라고 썼습니다. 그 학생은 질문을 통해 눈에 띠게 성장했어요. 학기 초 상담할 때는 아주 ‘뜬 구름 잡는’ 것 같은 말들을 많이 해서 들어주는 게 힘들었는데 점차 그 질문들이 갈피를 잡아가더군요. 내가 대답을 잘해 줘서가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그 질문들을 통해 성장한 것이지요. 수업시간에 학생이 질문하면 잘 들어 봅시다. 교사가 뭔가 틀렸을 수도 있고, 교사가 하지 못한 기발하고 재미난 생각일 수도 있으니까요. 갑작스럽게 혼잣말 비슷하게 말하며 수업 흐름을 방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학생의 질문을 반겼으면 좋겠네요.
쓰다 보니 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해보라고 썼네요. 교직의 장점 중의 하나는 내가 ‘아직은’ 못하지만 학생들 앞에서 ‘하는 척’이라도 하다보면 조금씩 비슷해져 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나도 위에 선생님께 했던 말을 더 잘 실천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우리 4월쯤 보기로 했지요? 작년처럼 벚꽃 아래 벤치에서 얘기도 하고 식당에 가서 도다리 회도 먹고 그럽시다. 우리 신 선생님이 맛있어하면서 “내년에는 제가 꼭 살게요!”라고 한말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선생님이 찾아와 의논할 수 있고 그럴 때 재미있는 얘기를 많이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신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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