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에서 수시 전형 모집 인원이 2007학년도 정시모집 비중을 역전한 뒤 해마다 역대 최고를 경신하며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학업역량과 동아리·봉사·진로 등의 비교과 활동으로 발전 가능성까지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은 수시 모집의 30%를 넘으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사가 됐다. 목동 지역 고교에서 수시로 합격한 학생들의 지원 대학 및 전형 유형별 교과와 비교과 활동을 분석해봤다.
로봇동아리에서 발견한 게임개발자의 꿈
숭실대학교 컴퓨터공학부에 SSU미래인재전형으로 합격한 이형규 학생(마포고 졸)은 고1 때 가입한 로봇동아리에서 EV3와 NXT를 배우면서 프로그래밍을 처음 접했다. 직접 작성한 코드로 로봇을 생각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 프로그래밍의 매력에 빠져 게임개발자의 꿈도 생겼다.
“어릴 때부터 레고와 로봇을 좋아했어요. 고등학교 때 로봇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게임개발자라는 꿈이 생겼어요. 그중에서도 물리엔진과 관련된 개발자가 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세웠는데, 목표의 첫 단추로서 수학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형규군은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그래밍과 수학을 연결하는 공부법을 개발했다. 수학과 프로그래밍이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기사를 읽고 ‘자연수, 집합의 분할’을 주제로 프로그래밍과 연관 지어 탐구를 진행했다. 분할의 과정을 프로그램으로 제작하면서 수학적 개념이 많이 적용된다는 것을 알게 됐고 프로그래밍과 연관시켜 공부하는 방법도 배웠다.
“이항분포가 정말로 정규분포 그래프와 비슷한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게임 속 아이템 강화와 연관시켜 생각해보았고, 계산을 통해 얻은 강화 성공 횟수에 따른 확률 그래프와 실제 강화를 통한 그래프 사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비교해보니 개형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수학과 프로그래밍을 연관 지어 공부해보니 이해되지 않았던 이항분포, 정규분포의 개념과 두 그래프의 관계를 알 수 있었습니다.”
고전 RPG게임 만든 자율동아리까지
형규군의 학생부에서 로봇 관련 활동이 단연 눈에 띈다. 로봇동아리인 ‘로봇공학반’에서는 큰 원형 경기장에서 상대방 로봇을 밀어내는 씨름용 로봇을 제작했고, 다양한 센서를 이용한 프로그래밍으로 가상로봇이 도시를 주행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교내 축제인 삼개제 골드버그, Trash collector를 제작하고 전시했다.
로봇에 대한 열정은 로봇 관련 보고서에서도 엿볼 수 있다. 겨울방학 중에는 ‘Trash trek을 주제로 쓰레기의 효율적인 처리에 관한 연구와 간단한 하드웨어 구조물로 쓰레기와 관련된 장애물을 처리할 수 있는 로봇을 설계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이용한 로봇 계발도 인상적이다. 한 달간 준비한 마포고 소프트웨어 발표회에서 C언어를 이용해서 키보드로 장애물을 제어하고 위치에 옮기는 소코반 게임를 제작했다. 장애물, 플레이어, 옮기는 위치 등을 3차원 배열로 작성했으며, 다양한 오류상황을 고려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초·중·고급 메뉴에 따라 키보드로 위치를 조절해 지뢰를 찾는 게임도 만들었다. 지뢰가 아닌 부분을 모두 찾아내기 위해 DFS방식으로 배열했고, 메인 함수를 최대한 컴팩트하게 만들고 모듈화해 화면, 키보드 구현 부분과 DFS, BFS방식의 알고리즘을 탐구해 프로그램을 작성했다.
“게임을 제작할 때는 마치 재료를 직접 고를 수 있는 시그니처 버거처럼 기존의 게임의 틀에서 기능을 추가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게임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과 만든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에 대한 더욱 매력을 느끼게 됐습니다.”
삼성전자 직원들과 함께하는 미니 해커톤에서 문단속을 도와주는 아두이노 창작품을 만들었고, YTN ‘소프트웨어 놀이터(마포고)’ 편에 출현해 ‘안전한 자전거 방향등’ 창작 과정이 방송됐다. 진로활동도 아두이노 키트를 이용해 ‘더 나은 학교 만들기’라는 주제로 학교 도난 방비 시스템을 만들었다.
특히, 자율동아리 ‘Cnc’에서는 RPG게임 ‘마포스토리’를 개발했다. 텍스트 기반이지만 그래픽 관련 함수 헤더파일로 작성하고 스탯 강화, 무기 판매 등이 포함된 고전 RPG게임과 같이 1,000여 줄 넘게 제작했다.
“전투기능을 구현하는데 공격과 이동함수가 같은 함수에 있지 않다보니, 둘 중 하나만 실행되어 구현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구글링으로 자료를 조사했지만 멀티태스킹 분야가 너무 어려웠어요. 대학에 진학하면 꼭 한번 구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이를 자소서에서 활용할 수 있었어요.”
봉사활동도 프로그래밍으로 마무리
봉사활동도 로봇과 연관돼 있다. 인천의 한 중학교에서 무인카 구현(라인트레이싱)이라는 주제로 프로그래밍 봉사를 했다. 처음 프로그래밍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기회이다 보니 어떻게 할지 막막했지만, 봉사 일주일 전 친구들과 회의를 하고 라인트레이싱의 센서 측정과 모니터 값의 차이를 직접 프로그래밍을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를 계기로 고3 때 c언어 자율동아리를 조직해 후배들에게 프로그램에 관련된 지식을 나눠주는 멘토링도 했다.
“프로그램에 대해 모르던 후배들이 온라인 저지 사이트 기초 100제를 스스로 푸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어요. 자율동아리와 봉사활동을 하면서 이해한 내용일지라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고, 한번 이해한 내용도 꾸준한 복습을 통해 완벽하게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됐습니다.”
형규군은 마지막으로 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1학년 때부터 목표를 세운 후 자신에게 맞는 전형을 선택해 집중하라고 권한다.
“로봇이라는 목표가 생겨 3년 동안 꾸준히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내신이 부족했지만 동아리도 봉사도 모두 로봇과 연관 지어 활동했고 공부방법도 프로그래밍으로 연결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 집중한다면 좋은 결과 있을 것입니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