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생일잔치

초보학부모 좌충우돌 일기 5

지역내일 2002-05-09
첫아이를 학교에 입학시킨 엄마가 학부모로서의 기분을 실감할 때가 언제일까.
대부분은 가방을 메고 학교를 향하는 아이의 뒷모습에서 가장 처음 학부모가 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두 번째가 잠이 오는 걸 참아가며 숙제를 하는 모습에서 세 번째가 알림장에 적힌 내용의 확인을 위해 같은 반 엄마로부터 전화를 받을 때라고 한다.
기타 등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윤인화씨가 실제로 학부모임을 몸소 체험했던 것은 학부모들의 모임에서이다.
임원대표를 한 덕인지 뜻하지 않은 생일초대를 받게 되었다. 같은 반 대표엄마가 토요일 오후 아들의 생일잔치에 아이들과 함께 엄마들을 초대했다. 물론 유치원 다닐 때도 같은 아파트내의 친구들의 생일잔치는 있어왔지만 왠지 초등학생이라고 하니 그 분위기가 다를 것 같은 느낌에 궁금하기도 하고 아이와 함께 가기로 했다.

혼자 선물 준비하는 아이
토요일 집에 오자마자 딸아이는 바쁘다. 그 동안 백원씩 모았던 용돈 주머니에 동전을 세더니 급하게 나간다. “뭐 할거냐”는 물음에 “친구들과 선물 사러 가기로 했다”며 뛰어나가더니 1시간쯤 뒤에 집으로 들어와서 재잘거린다.
손에는 이미 포장까지 한 선물을 들고 문구점에서 편지까지 쓰고 왔다면서 2시가 되려면 몇 분 남았는지를 재촉한다. 생일잔치 시간이 되자마자 총알같이 뛰어나가는 아이의 모습에 어이가 없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분명 자기 손으로 선물이라는 것을 처음 사 보았을 텐데 무엇을 골랐는지, 편지는 어떻게 썼는지 궁금해하는 엄마의 말을 뒤로하고 생일 집에 와서 보라는 딸이 얄밉기도 하다. “어느새 엄마 품을 이만큼이나 떠나있나”라는 서운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인화씨도 준비한 선물을 들고 생일잔치 집으로 향한다.

생일잔치에서 아이들은 무얼 할까
아이들과 함께 온 엄마들로 꽉 찬 생일잔치는 성대한 것 같다. 피자, 치킨, 김밥, 케이크, 과자 등 푸짐한 생일상을 받은 주인공은 마냥 즐겁다.
생일이면 늘 하는 축하노래, 시식이 끝나자 아이들은 컴퓨터가 있는 방으로 몰려 가 게임에 몰두한다. 게임을 하는 한 명을 중심으로 나머지 아이들은 구경꾼이다. 자기가 직접 해 보고 싶은 아이들은 그저 차례를 기다리며 지켜보지만 끝내 순서가 돌아오기를 기다리지 못해 서로 ‘티각’거린다. 밖에서 지켜보던 엄마들 바깥놀이로 유도해 보지만 이번에는 요즘 유행하는 ‘탑블레이드 팽이’로 서로 해 보겠다고 난리들이다.
다시 한번 놀이터로 나가서 놀라는 엄마들의 권유에 아이들 마지못해 나가지만 30분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몰려든다. 집에서 다시 컴퓨터 게임과 탑블레이드 팽이의 주도권에 대한 보이지 않는 싸움이 시작된다. 계속해서 집착을 보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아이들이 서로 싸울 때는 책을 보는 것이 최고라며 동화책을 보는 어른스러운 대체술을 가친 아이도 있다.

엄마가 어렸을 적에
생일잔치를 보며 인화씨는 잠시 옛 생각에 잠긴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너무도 흔한 생일잔치지만 엄마를 조르고 졸라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생일잔치를 해 본 인화씨, 상차림부터가 인화씨의 어린 시절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생일상에 빠질 수 없는 미역국, 팥밥, 잡채, 부침개 등의 음식이 치킨이나 피자에 밀려났고 생일이 아니면 구경할 수 없었던 케이크은 여전히 그 자리를 당당히 지키고 있지만 생크림으로 모습이 좀 더 화려해 졌다고나 할까.
생일상 시식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깥으로 나가 다망구(술래놀이의 일종), 오징어달구지, 고무줄 뛰기, 말타기 등의 놀이에 해지는 줄 몰랐는데 요즘은 이런 놀이들이 없어져 버린 것인지 아니면 시시해져 버린 것인지 씁쓸하다. 그때는 구경꾼이 없고 모두가 놀이의 주체였으며 기다릴 필요도 싸울 이유도 없었으며 어른들의 중재도 필요치 않았던 것 같다.

아이들 생일잔치에서 엄마들은
여하튼 아이들이 서로 자기들끼리의 놀이에 열중하는 동안 엄마들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이 너무 게임에 열중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는 엄마, 맞벌이하느라 너무 시간에 쫓겨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는 한 엄마는 공연이나 전시회 등의 행사에 많이 가려고 한다는 계획을, 내일이 일요일이니 다같이 동락공원에서 브레이드를 타는 것이 어떠냐, 어린이날 선물은 어떤 걸로 할꺼냐 등 일상적이지만 아이들에 대한 엄마의 다정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다.
임원엄마들이니 만큼 학교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지만 인화씨, 역시 우리 반은 최고인 것 같다는 느낌으로 뿌듯하다. 지나치게 나서지 않고 선생님의 교육관에 존경하는 맘을 공유하고 있고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하고자 하는 엄마들의 마음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두 시에 시작한 생일잔치는 다섯시 쯤에 끝났다. 딸아이가 어떤 선물을 했는지 궁금하여 구경을 해 보니 윤인화씨 웃음이 절로 난다. 상자 가득 구슬을 넣어놓고 생일카드엔 다음에 구슬로 알까기 하자라고 써 놓았다. 구슬치기의 요즘 말이 알까기인 것 같은데 바깥에서 차라리 구슬치기라도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일에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이들은 적게는 하나에서 많게는 서너 곳의 학원을 다니다 보니 놀 시간이 없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그네나 미끄럼틀 등의 놀이기구가 지겨워지면 어떻게 놀아야 하는 지를 모르는 것 같다.
아마도 조기교육의 삐뚤어진 풍토가 아이들을 놀이가 무엇인지를 모르고 자라게 하는 것 같다.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바깥으로 내몰 것인지(?)를 엄마들도 이제는 고민해야 할 때 인 것 같다.

윤은희 리포터 gangcholy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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