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 문화운동가, 김보성 송파문화재단 초대 대표

다 같이 만드는 ‘송파다운 문화’

오미정 리포터 2020-01-08

송파문화재단이 2019년 11월 출범했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묵직한 책임감을 가지고 부임한 김보성 초대 대표. 우리나라 문화 바닥을 속속들이 경험한 노련한 문화행정가는 ‘송파다운 문화’ 밑그림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중이다.

“현장을 다니며 사람을 만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김 대표. 지역 활동가, 문화예술인, 각종 단체들 리스트 추려 부지런히 만나면서 현장을 관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송파를 공부하는 중이다. 송파를 정확히 읽어야 제대로 된 문화예술 행정 플랜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송파구 문화예술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송파문화재단은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20번째로 만들어졌다. 생활문화와 전업 예술가들의 생태계를 만드는 본연의 일 외에 당장 글마루도서관을 비롯해 구립 도서관 11곳과 송파여성문화회관 운영, 관리를 맡게 된다. 재단의 행보에 지역 사회는 궁금증과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재단 조직과 체계를 만들어 나가는 중이지요?
“현장 미팅과 함께 지역 통계, 각종 데이터를 분석하며 송파의 문화예술 생태계 조성을 포함해 재단의 향후 5년 간 중기 계획을 준비중입니다. 대표까지 포함해 현재 재단 직원이 다섯 명입니다. 올해 재단 예산은 약 5억 원, 솔직히 지역의 눈높이에 맞춰 내실 있는 사업을 벌여나가기에는 부족한 금액입니다. 인원도, 예산도 단출하지만 공모사업 통해서 국비, 시비 사업을 따내려 전방위적으로 준비중입니다. 동시에 송파구, 구의회와도 긴밀한 협조 체제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끈끈한 송파문화예술 파트너십 만들기 스타트
김 대표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 창립 멤버이자 작곡가로 문화와 인연을 맺었다. 그 후 부천시 정책개발연구단 문화정책 전문위원, 경기문화재단 기전문화대학장, 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장, 마포문화재단 대표, 성남문화재단 문화진흥국장, 대전문화재단 문화예술 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광역과 기초 자치단체를 두루 경험한 마당발 문화 예술 행정가다. 문화 정책을 만들며 방향성을 잡아가는 일부터 현장에서 실현시키는 일까지 두루 경험한 그는 기획력에 실행력까지 장착한 양수겸장 문화 전문가다.

-민관 네트워크와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있지요.  
“앞으로 재단이 지역 내에서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다양한 형태로 벌일 텐데 변하지 말아야 할 철칙이 있습니다. 관료화되면 안 되고 갑질해서도 안됩니다. 지역 내 문화예술단체, 생활예술인, 전업 작가들은 사업비 나눠주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동반자입니다. 현장에 다녀보니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송파에는 역량과 열정 있는 인재들이 많더군요. 또 지역 문화예술 플랫폼에 대한 갈증이 크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곧 송파의 문화 예술에 관심 있는 분들 모시고 2020 라운드테이블을 열겁니다. 올해 재단의 예산, 사업 방향 모두 공개하고 함께 토론하며 제안과 건의를 받아 사업 우선 순위를 정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함께 판을 짜야 끈끈하고 발전적인 거버넌스 파트너십이 만들어 집니다”

-11개 구립도서관 관리도 재단이 맡게 됐습니다.
“사서들과 만나 재단이 무엇을 지원해야 할 지 현장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우선 이분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동네마다 설치된 도서관은 주민의 일상과 밀착된 곳인 만큼 재단의 네트워크, 기획력을 총동원해 수준 있고 차별화된 문화예술 인문학 강좌를 준비중입니다.”

-<노.찾.사> 대표부터 전국 여러 도시 문화재단을 두루 거쳤습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 창립 멤버고 ‘끝나지 않는 노래’ 등을 작곡했어요. 노찾사 대표를 맡아 진보적인 대중가수 매니지먼트 회사인 (주)다음기획도 만들었습니다. 당시 전국 투어 콘서트부터 아시아권 나라들과 페스티벌 등 별별 일을 무수히 벌였어요. 공연기획 제안서 수천 장 쓰며 기금 조달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습니다. 경북 점촌 같은 지방 소도시에서 콘서트 열며 유료 관객 4000명을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문화활동가, 문화행정가 두루 거친 ‘컬처 노마드’
김 대표 문화DNA의 뿌리는 음악이다. 20~30대 음악 판에서 신나게 미친 듯이 일했던 경험은 훗날 문화행정가로 성장하는 데 자양분이 됐다. 그가 관여해 기틀을 잡았던 문화도시 부천 프로젝트는 20년이 흐른 지금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자부심이 남다르다.
경기문화재단 기전문화대학 학장 재직 당시 심혈을 기울여 진행한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를 통해서 알짜배기 프로그램을 선보였고 실력파 강사를 길러냈다. 당시 영국 슈타이너학교, 러시아 톨스토이 학교 같은 전 세계 손꼽히는 10개 학교 현장과 교육 프로그램을 심층적으로 파고들며 문화예술교육의 틀을 짰고 아예 영상 다큐까지 만들어 널리 보급했다.

-‘컬처 노마드’로 사는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월급쟁이로 사는 건 체질에 맞지 않습니다. 내 경험과 열정 몽땅 쏟아 부어 결과물 만들어 내야지요. 문화운동가로 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없는 환경일 때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미련 없이 사표 던졌습니다. 틀이 갖춰진 조직에 들어가는 것 보다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며 새판을 짜는 걸 좋아합니다.”

-초대 송파문화재단 대표로서 꿈이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강남3구 중 하나인 송파에서 문화예술 생태계와 허브를 만들어 나가는 건 매력적입니다. 송파는 석촌호수 일대, 종합운동장 개발, 풍납토성 등 문화적 이슈가 많습니다. 공연장 하드웨어가 좋은 롯데와도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30년 넘게 문화예술판에서 쌓아온 장점은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것과 보석 같은 숨은 인재를 발굴해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겁니다. 이제 막 문을 연 송파문화재단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민관 협력시스템부터 잘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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