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이 지나도 빛날 대통령”
김성훈 중앙대학교 교수 경제학 현 캐나다 UBC 초빙교수
온 나라가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의혹으로 시끌벅적하고 절망과 개탄과 한숨으로 가득 차 있다. 스페인이 바스크 분리주의자들과의 내전을 중단하고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성원했다는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축구대회 개최를 눈앞에 두고도 정치권이건 언론이건 이성을 잃다시피 집단히스테리에 걸린 듯 하다. 정권말기인데다가 곧 닥칠 지방선거와 대선 등 정치일정이 맞물려 살풀이와 한풀이마저 난무한다.
역사와 승부해 오던 준비된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 터진 격이다. 이제까지 아무도 하지 못할 엄청난 일들을 해 놓고도 찬사를 듣기는커녕 자식들 스캔들에 휩싸여 마지막 경륜을 펼 기력마저 빼앗기지 않을까 염려된다. 민주화와 평화적 정권교체의 상징성 때문에 국민들의 실망과 비판은 더 혹독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헌법상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국정개혁의 갈무리를 한 순간이라도 늦추는 일이 발생해서는 아니된다.
“자식은 자식이고, 아버지는 아버지”라는 냉철한 공인의식이 필요하다. “무조건 비난하고, 무조건 반대하며, 무조건 구박한다면 아무도 나라를 이끌 수 없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산증인이며 대부라 할 귀화인 두봉(프랑스명 르네 뒤퐁)주교의 말이다. 역대 독재정권 아래서 혹독한 고초를 겪으며 민주화운동을 해온 과정에서 아무리 자식들에게 빚을 많이 졌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된 다음에 더욱 엄격히 관리했었더라면 오늘날과 같이 순식간에 이제까지의 업적이 무너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잔여 임기 중이라도 자식 일로인해 촌시라도 막중한 국정 책임을 소홀히 해서는 결코 아니된다.
자식은 자식이고, 아버지는 아버지
특히 이번 일은 역대정권에서 흔히 보아 온 검찰이나 국정원 또는 국세청을 동원한 권력형 정권비리가 아니다. 정치 브로커들의 한탕주의에 놀아난 공범행위이고, 패거리문화에 찌든 우리사회 특유의 죄의식을 결여한 병리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죄 많은 아버지라고 하지만 차제에 내칠 것은 내치고 자를 것은 자르는 결단이 필요하다.
클린턴 대통령이 재임 중 동생 빌 클린턴의 범법행위를 단호히 사법당국의 처리에 맡겼듯, 그리고 아버지 부시대통령이 그 아들인 현재 조지 부시 대통령의 정치초년병 시절 한 금융사의 비리에 휩싸였을 때 냉정히 사정당국의 처분에 따랐듯이 법에 맡겨 처리하면 된다. 물론 대만의 장개석 총통처럼 부패재벌들과 놀아 난 처남들을 단호히 처단하고 보석 뇌물사건에 연루된 며느리를 자살에 이르도록 엄격했던 중국식 해법도 있다. 그러나 3권 분립이 엄격한 현재 우리 사법제도라든지 국민정서상 초법적인 인치형벌주의는 결코 수용될 수 없다. 제대로 사법기관이 기능하도록 해주면 된다.
우리나라에도 선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두환 대통령 때의 형, 동생들의 범법행위, 노태우 대통령의 자녀 비리,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에 의한 탈법적 부정사건 때의 전례를 따르면 된다. 전ㆍ노 두 대통령은 당사자들이 직접 권력형 비리에 연루됐었고, 밝혀지진 않았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 역시 한보 사건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적어도 김대중 대통령은 이 점에 있어서 역대 대통령과는 차별이 된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하에선 건당 비리규모가 작아졌지만 비리 수가 더 많이 노출된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지 곰곰이 짚어 볼 사안이다. 역대정권을 거슬러 보면 언제나 권력 주변에 패거리식 범법행위들이 기생해 왔다. 다만 시대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모든 것이 훨씬 투명해졌고, 숨긴다고 숨겨지지 않는다. 잘 들키고 잘 폭로되는 시대에 지금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문화 관습과 시스템이 고쳐지지 않는 한, 다음 정권때도 유사한 사건들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정권말 여당 총재의 동생이 국세를 훔쳐내 정치자금화한 사건이 있었고 여당 고위간부들이 국정원 돈을 축낸 사건도 있다. 이렇듯 우리 정치권 일반의 도덕의식 결여가 가장 큰 문제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인 자기중심적인 도덕률이 타파되어야 한다.
도덕성의 회복이 가장 중요
두봉 주교는 ‘말’지와의 인터뷰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다음과 같이 평했다. “대통령이 뭐든지 잘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자기와 손잡고 일할 수 있는 적합한 사람과 정당과 정치인들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허지만 앞으로 그런 대통령을 만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백년이 지나도 그래도 김대통령밖에 없었다는 얘기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올 것입니다.” 그만큼 김 대통령은 많은 일을 해냈다. 이 땅에 민주화를 확연히 뿌리 내렸고, IMF 환란을 극복하였으며, 남북한간에 전쟁이 없는 화해와 평화를 정착시켰다. 정보화 지식기반사회를 열었으며, 감히 정권의 운명을 걸고 언론재벌의 비리도 파헤쳤다. 시행착오를 거치긴 했지만 인기 없는 의료ㆍ복지 개혁도 단행했다. 노사정위원회도 만들고 노조활동을 자유화했으며, 농조통합, 수세폐지, 협동조합 개혁도 무리 없이 추진했다.
설사 아들 중 한 두 명을 감옥에 보내는 일이 있더라도 이 기회에 오랜 세월 우리나라 정치 사회 일반에 관행화된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는 일대 정치ㆍ사회개혁 조치와 도덕성회복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만약 이번 사태를 계기로 김대통령이 이를 앞장 서 솔선수범한다면 두봉주교의 말처럼 역사교과서에 영원히 빛날 수 있을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김성훈 중앙대학교 교수 경제학 현 캐나다 UBC 초빙교수
김성훈 중앙대학교 교수 경제학 현 캐나다 UBC 초빙교수
온 나라가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의혹으로 시끌벅적하고 절망과 개탄과 한숨으로 가득 차 있다. 스페인이 바스크 분리주의자들과의 내전을 중단하고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성원했다는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축구대회 개최를 눈앞에 두고도 정치권이건 언론이건 이성을 잃다시피 집단히스테리에 걸린 듯 하다. 정권말기인데다가 곧 닥칠 지방선거와 대선 등 정치일정이 맞물려 살풀이와 한풀이마저 난무한다.
역사와 승부해 오던 준비된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 터진 격이다. 이제까지 아무도 하지 못할 엄청난 일들을 해 놓고도 찬사를 듣기는커녕 자식들 스캔들에 휩싸여 마지막 경륜을 펼 기력마저 빼앗기지 않을까 염려된다. 민주화와 평화적 정권교체의 상징성 때문에 국민들의 실망과 비판은 더 혹독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헌법상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국정개혁의 갈무리를 한 순간이라도 늦추는 일이 발생해서는 아니된다.
“자식은 자식이고, 아버지는 아버지”라는 냉철한 공인의식이 필요하다. “무조건 비난하고, 무조건 반대하며, 무조건 구박한다면 아무도 나라를 이끌 수 없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산증인이며 대부라 할 귀화인 두봉(프랑스명 르네 뒤퐁)주교의 말이다. 역대 독재정권 아래서 혹독한 고초를 겪으며 민주화운동을 해온 과정에서 아무리 자식들에게 빚을 많이 졌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된 다음에 더욱 엄격히 관리했었더라면 오늘날과 같이 순식간에 이제까지의 업적이 무너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잔여 임기 중이라도 자식 일로인해 촌시라도 막중한 국정 책임을 소홀히 해서는 결코 아니된다.
자식은 자식이고, 아버지는 아버지
특히 이번 일은 역대정권에서 흔히 보아 온 검찰이나 국정원 또는 국세청을 동원한 권력형 정권비리가 아니다. 정치 브로커들의 한탕주의에 놀아난 공범행위이고, 패거리문화에 찌든 우리사회 특유의 죄의식을 결여한 병리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죄 많은 아버지라고 하지만 차제에 내칠 것은 내치고 자를 것은 자르는 결단이 필요하다.
클린턴 대통령이 재임 중 동생 빌 클린턴의 범법행위를 단호히 사법당국의 처리에 맡겼듯, 그리고 아버지 부시대통령이 그 아들인 현재 조지 부시 대통령의 정치초년병 시절 한 금융사의 비리에 휩싸였을 때 냉정히 사정당국의 처분에 따랐듯이 법에 맡겨 처리하면 된다. 물론 대만의 장개석 총통처럼 부패재벌들과 놀아 난 처남들을 단호히 처단하고 보석 뇌물사건에 연루된 며느리를 자살에 이르도록 엄격했던 중국식 해법도 있다. 그러나 3권 분립이 엄격한 현재 우리 사법제도라든지 국민정서상 초법적인 인치형벌주의는 결코 수용될 수 없다. 제대로 사법기관이 기능하도록 해주면 된다.
우리나라에도 선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두환 대통령 때의 형, 동생들의 범법행위, 노태우 대통령의 자녀 비리,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에 의한 탈법적 부정사건 때의 전례를 따르면 된다. 전ㆍ노 두 대통령은 당사자들이 직접 권력형 비리에 연루됐었고, 밝혀지진 않았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 역시 한보 사건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적어도 김대중 대통령은 이 점에 있어서 역대 대통령과는 차별이 된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하에선 건당 비리규모가 작아졌지만 비리 수가 더 많이 노출된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지 곰곰이 짚어 볼 사안이다. 역대정권을 거슬러 보면 언제나 권력 주변에 패거리식 범법행위들이 기생해 왔다. 다만 시대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모든 것이 훨씬 투명해졌고, 숨긴다고 숨겨지지 않는다. 잘 들키고 잘 폭로되는 시대에 지금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문화 관습과 시스템이 고쳐지지 않는 한, 다음 정권때도 유사한 사건들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정권말 여당 총재의 동생이 국세를 훔쳐내 정치자금화한 사건이 있었고 여당 고위간부들이 국정원 돈을 축낸 사건도 있다. 이렇듯 우리 정치권 일반의 도덕의식 결여가 가장 큰 문제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인 자기중심적인 도덕률이 타파되어야 한다.
도덕성의 회복이 가장 중요
두봉 주교는 ‘말’지와의 인터뷰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다음과 같이 평했다. “대통령이 뭐든지 잘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자기와 손잡고 일할 수 있는 적합한 사람과 정당과 정치인들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허지만 앞으로 그런 대통령을 만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백년이 지나도 그래도 김대통령밖에 없었다는 얘기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올 것입니다.” 그만큼 김 대통령은 많은 일을 해냈다. 이 땅에 민주화를 확연히 뿌리 내렸고, IMF 환란을 극복하였으며, 남북한간에 전쟁이 없는 화해와 평화를 정착시켰다. 정보화 지식기반사회를 열었으며, 감히 정권의 운명을 걸고 언론재벌의 비리도 파헤쳤다. 시행착오를 거치긴 했지만 인기 없는 의료ㆍ복지 개혁도 단행했다. 노사정위원회도 만들고 노조활동을 자유화했으며, 농조통합, 수세폐지, 협동조합 개혁도 무리 없이 추진했다.
설사 아들 중 한 두 명을 감옥에 보내는 일이 있더라도 이 기회에 오랜 세월 우리나라 정치 사회 일반에 관행화된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는 일대 정치ㆍ사회개혁 조치와 도덕성회복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만약 이번 사태를 계기로 김대통령이 이를 앞장 서 솔선수범한다면 두봉주교의 말처럼 역사교과서에 영원히 빛날 수 있을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김성훈 중앙대학교 교수 경제학 현 캐나다 UBC 초빙교수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