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강남서초 학교 탐방 <세화고등학교>

현재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더 앞서나가려는 세화고
탁월한 진학 실적 속 인성 헌장 제정, ‘세계시민교육’ 신설 등 돋보여

피옥희 리포터 2020-06-18

“나는 자랑스러운 세화인으로 다음과 같은 덕목을 지킬 것을 다짐합니다. 하나, 시류에 야합하지 않는 정의로운 시민이 되겠습니다. 둘,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지역사회와 인류에 봉사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셋, 남들이 가지 않는 의로운 길을 망설이지 않고 걸어가겠습니다.…”
학교 탐방을 위해 세화고등학교(교장 김재윤·교감 박기혁)를 방문했을 때, 마침 학교에서는 인성 헌장 선포식을 계획하고 있었다. 탁월한 진학 실적과 우수한 교육환경을 토대로 현재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변화를 꿈꾸고 있었으며 인성 헌장 제정, 세계시민교육 신설 등 더욱 앞서나가려는 세화고의 교육적 행보가 그래서 더 주목할 만하다.



이미 가장 잘 가르치는데 여전히 제일 열심히 하는 학교
해마다 우수한 진학 실적을 내온 세화고는 2020학년도의 입시 결과도 두드러진다. 이상용 교사(진로진학상담부장)는 “올해 SKY 대학(지방캠퍼스 제외) 및 의학계열(의·치·한의예) 합격자 수는 179명이다. 2017학년도 155명, 2018학년도 160명, 2019학년도 164명에 이어 4년째 상승세”라고 밝혔다. 이 교사는 또, “내신 상위 50% 중학생으로만 선발하던 시기인 2016학년도의 실적(172명)을 뛰어넘었다. 자사고 입학에 성적 제한이 없어진 이후로 다수의 자사고가 우수 학생만 뽑던 시절의 영광을 회복하지 못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덧붙였다. 강력한 면학 분위기로 학생 한 명 한 명이 ‘가장 열심히 하는 학생’으로 거듭나고, 그런 학생들에게 더 좋은 교육, 질적 성장을 꾀하는 교육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가장 열심히 하는 학교’로 나아가는 것도 세화고의 가장 큰 강점이다.



SKY 대학 105명, 의,치,한의예 74명
수시와 정시 비율 4:6으로 균형 이뤄

이러한 노력은 2020학년도 주요 대학 진학 성과(중복 합격, 졸업생 포함) 속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세부 입시 결과를 살펴보면 서울대 23명, 연세대 43명, 고려대 39명(신촌,안암 캠퍼스)이 합격했고, 의학계열(의,치,한의예) 합격자는 74명이다. 이어서 서강대 26명, 성균관대 54명, 한양대 28명, 특수대학(육·해·공 사관학교, 한국·울산·대구·광주과학기술원) 7명이 합격해 총 294명이 서울 6개 대학을 비롯한 의학계열, 특수 대학에 합격하는 등 우수한 진학 실적을 거두었다. 특히 이중 40%에 육박하는 113명은 수시 합격생이었다. 세화고는 정시만 잘하는 학교라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2020학년 입시에서 수시 성적도 매우 우수했던 것이다.



학생 중심으로 치열하게 고민하는 ‘똑똑함’과 ‘숙의’가 비결
이처럼 우수한 진학 성과의 저변에는 세화고만의 특별한 비결이 존재한다. 이상용 교사는 “세화고의 교육력 뿌리는 ‘치열한 고민’에 있다. 섣불리 상황을 단순화하거나 속단하는 쾌도난마(快刀亂麻)가 세화고에는 없다. 단순화하거나 속단하다 보면 소외되는 학생과 교사가 생길 수밖에 없으며, 포기하게 되는 교육 영역이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장 선생님부터 신규 교사들까지 모두의 의견을 경청하는 ‘숙의(熟議)의 과정’을 통해 교육의 균형을 이룬 것이 우리 학교의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세화고의 교육 면면을 보면 수많은 고민의 흔적과 정성이 녹아 있다. 우선 학생의 입장에서 예상되는 불편, 과부하, 비효율적 시간 소모 등을 최소화한 똑똑함이 돋보인다.
3학년 교사들이 저마다 대학을 전담하며 전문성을 강화하는 대신, ‘소규모 대학별 입학 설명회’ 등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만 선별해서 들어 불필요한 시간적 소모를 줄이고 진학 시스템에 내실을 높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진행 중인 온라인 수업도 눈길을 끈다. 단일 업체의 플랫폼을 그대로 받아쓰는 것이 아니라, 리로스쿨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트림(Stream)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조합해 운영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습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어떤 환경에서든 원활하게 학습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쇼케이스(Showcase) 스쿨을 유치, 전 학교 건물에 무선 AP를 완비해 놓은 미래지향적 안목 덕분에 가능했다. 이 외에도 학생들의 내신 복습과 수능 대비, 교과 연계 독서를 함께 해결하는 방과후 강좌 개설 등 학생의 과부하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이 그대로 담겨있다.



바른 인성의 창의융합 인재 양성
교육의 본질과 균형 지키려는 노력

세화고는 ‘시대를 선도하는 바른 인성의 창의 융합 인재’ 양성이라는 학교 비전을 담아 ‘본질 중심의 교육’을 강조해왔다. 이에 이상용 교사는 학교 교육의 방향성을 밝히며, 세화고 학생들이 바른 성품을 내면화할 수 있도록 교육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소개했다.



<인성이 최우선되는 교육>
: 세화 교사헌장, 세화인 헌장 및 5대 학습윤리
세화고는 올해 초, 각각 5가지 내용으로 구성된 세화인 헌장과 교사 헌장을 제정했다. 모두 인성에 방점을 둔 내용이다. 5대 학습 윤리를 정해 단순히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보다 학습 윤리를 견지하는 학생이 더 바람직한 학생상임을 선언하고 있다. 헌법이 대한민국의 모든 법령과 제도보다 우선하는 것처럼 다른 모든 교육보다 우선하는 성격의 헌장을 제정하고, 그 초점을 인성에 둠으로써 인성 교육이 본질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선언은 실제 교육활동에서도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지난주 1학년 온라인 국어수업의 경우 학력평가 기출문제를 다루면서도, 자연스럽게 세화인 헌장과 교사 헌장에 해당하는 내용을 내면화할 수 있는 강의가 진행되었다.

<포용력을 키우는 교육>
: ‘세계시민교육’ 신설, 수요늘품특강 등
다름을 이해하는 식견과 감수성을 함양하기 위한 교육활동도 다채롭다. 정규 교육과정에 ‘세계시민교육’을 편성했고, 1인1기 활동도 마라톤과 영화 제작 등의 신규 활동이 추가되었다. 지난해에 첫 선을 보여 긍정적인 평가를 얻은 합창제도 지속된다. 독서활동으로 국한해서 수요일마다 열렸던 ‘북소리 어울마당’을 발전시킨 ‘수요늘품특강’도 있다. 다른 지역의 고등학생들과 소통하고 협업하는 ‘자사고 연합 인문학 캠프’와 ‘논구술 캠프’도 계속된다. 이 외에도 경제금융 교육, 한양도성 순성 체험, 사랑의 연탄 배달 봉사 등이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돕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사유하고 행동하게 하는 교육>
: 칼럼으로 세상 읽기, 컴퓨팅 사고력 향상 교육 등
전 교사가 참여해 1년 동안 꾸준히 진행되는 ‘칼럼으로 세상 읽기’가 올해에도 지속된다. ‘정보’ 과목 SW수업도 최신 IT솔루션 룸에서 진행된다.
이 외에도 학교 도서관, 과학 교과별 실험실 등의 다양한 공간에서 학생 참여 중심 수업에 매진하고 있다. 교사들 간에 수업 공개 및 노하우 공유도 원활하고 학교 안팎의 우수 사례 벤치마킹에도 열정적이다. 온라인 수업에서 국어와 통합과학, 국어와 음악 교과가 접목되는 융합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

<쏠림 없는 교육>
: 학생·학부모와의 소통, 업무지원팀 운영
세화고는 일부 학생이나 일부 영역에 치중하다가 나머지 학생과 영역이 소홀해지거나 버려지는 것을 철저히 경계한다. 중학교 1인 입학자 면담, 학생회 및 전체 동아리 회장과의 면담, 전입·전출 학생 면담이 담당교사뿐만 아니라 교장·교감과도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학교생활 및 입시 설명회도 충실히 진행된다. 특히 배움이 느린 학생에게는 대상으로 ‘멘토 교사’ 1인을 지정해 일대일 특별학습과 진로진학 상담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교사의 교과지도, 생활지도, 진로지도가 균형을 이루도록 4명으로 구성된 업무지원팀을 운영 중이다.
이처럼 세화고는 매년 더 진일보한 교육적 행보로 강남지역 자사고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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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옥희 리포터 piokh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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