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고개를 들 수 없는 심정입니다”(장명국 2002.06.24)

지역내일 2002-06-25
<내일시론>“고개를 들 수 없는 심정입니다”
장명국 발행인


김대중 대통령의 5년 임기가 끝나가고 있다. 다수 국민들의 염원인 50년만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한 대통령, 우리 국민도 노벨상 한번 받았으면 했던 바로 그 노벨상 중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평화상을 수상한 대통령, 그리고 6·25 전쟁 이후 최대의 국난이라고 할 수 있었던 IMF 외환위기를 극복한 대통령, 목숨걸고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설득해 분단과 전쟁의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분투 노력한 대통령, 전국에 인터넷망을 다 깔아 정보화사회를 앞당겨 달성해 21세기를 성큼 맞이하게 한 대통령, 바로 그 대통령이 스페인과 8강전을 하루 앞둔 지난 주 금요일에 진심으로 국민에게 잘못을 빌었다. ‘4강 신화’를 창조한 광주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눈물을 흘렸다.
전 국민이 그동안 그토록 두려워했던 ‘빨간옷’을 입고, 모두 붉은 악마가 되어 5천년 역사상 가장 민족주의적으로 ‘대∼한민국’을 외쳐대고 있는 성공적인 월드컵 기간 중에 DJ는 두 아들을 감옥에 집어넣는 슬픔을 안고 이제까지의 공적을 한 마디도 변명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DJ의 숱한 공적 두 아들 구속으로 물거품
민초들은 지난 지방자치 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청와대 사람들이나 민주당 사람들은 그래도 우리는 과거 정권보다는 잘했으니 수도권에서는 이기지 않겠느냐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있었다. 과거보다 우리가 부정을 했다하더라도 10분의 1정도밖에 더 했느냐, 과(過)보다는 공(功)이 많지 않느냐, 그래도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인데 우리를 버리겠는가, 386 민주화 세력도 우리가 더 많지 않느냐, 정말 이렇게 참패할 줄은 몰랐다고 민주당 사람들은 말하고 있다. ‘3개월 전에 불었던 노풍(盧風)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정말 우리는 정권재창출을 할 수 없단 말인가’ 하며 당황해 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이런 분들을 포함한 현 정치권 사람들에게 이렇게 권하고 싶다.
우리는 21세기 새천년에는 국민들이 좋은 권력이건 나쁜 권력이건, 지배권력이건 민중권력이건, 빨간 권력이건 파란 권력이건, 권력 그 자체를 싫어한다. 적어도 국민의 90% 이상은 권력자체를 혐오한다는 사실을 정치한다는 사람들은 알아야 한다. 이제 권력의 정치는 역사에서 사라지고 있다. 권력을 혐오하는 유권자들은 권력투쟁에서 가능한 한 멀어지려고 투표장에도 가지 않았다. 이른바 기권하는 사람들은 대신 자신이 ‘대∼한민국의 국민’이라고 붉은 악마가 되어 가두에 몰려나와 소리높이 외쳤다.
그리고 권력을 혐오하는 국민들은, 권력이야말로 그 사람을 오만하게 하고, 오만은 편견을 낳게 하고, 편견은 콤플렉스를 만들고, 자신만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남을 지배하여 망가뜨리고 스트레스를 주어 못살게 하는 괴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권력의 정치를 싫어하는 사람을 보고 정치수준이 낮다고 비하하는 한심한 사람들도 있다. 다수 국민들이 원하는 진정한 정치는 서비스 정치, 즉 봉사의 정치이다. 봉사의 정치는 원하지 않으면 그만 두는 정치이다. 봉사의 정치는 남을 도와주고 기쁘게 해주는 정치이다. 물론 김대중 정권도 김영삼 정권도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말을 취임사부터 끝날 때까지 해왔지만 봉사했다는 생각을 하는 국민은 많지 않았다.
내일신문 9년의 경험을 되돌아봐도 그렇다. YS정권 때 내일신문이 억압받은 일은 그렇다고 치자. 김대중 정부 때도 내일신문은 정간예고, 청와대 출입기자 문제 등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왜 권력을 잡으면 남을 굴복시키고 싶은 욕망이 발동하고, 제 편이 아니면 다 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분법적인 낡은 사고로 떨어지게 되는지 모르겠다. 이런 것들이 김대중 정부를 국민들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작은 사례들이다.

권력이 오만·편견 낳아, 이젠 봉사하는 정치를
봉사의 정치를 한다면 아주 쉬운데도 말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비판하면 듣고, 자신들을 비난하면 언젠가 국민들이 그 비난하는 사람을 싫어하겠지 하면 되는데도 권력의 자리에 앉으면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바로 권력이 정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또한 김대중 정부는 공공성과 상업성을 혼동하고 있다. 시장경제는 상업성을 기반으로 하는데 공공성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보다 상업성을 우위에 둠으로써 장사와 돈이 최고라는 황금만능주의까지 만들어냈으니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처절한 현실 속에서도 한쪽에서는 부정부패의 독버섯이 자라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전임 대통령의 아들이 구속됐고, 몇 번씩 죽음의 고비를 겪었던 바로 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과 가족들이 부정부패 혐의로 수감되는 기막힌 현실을 이런 논리 외에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장명국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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