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하반기 경제 심상찮다 (2002.06.27)

지역내일 2002-06-27 (수정 2002-06-28 오후 6:06:04)
온 나라가 월드컵 열기로 들떠 있는 동안 미국과 남미를 중심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걱정스럽다. 특히 미국발 금융불안은 한국금융시장을 강타해 27일 주가·환율·금리의 3대 금융지표가 동반하락하고 주가는 9·11테러 사태 이후 최대로 폭락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주가폭락과 달러 약세로 상징되는 ‘미국발 금융악재’는 이제 한국의 금융시장과 실물·수출 부문에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올 하반기 경제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등장했다. 이 같은 위기는 잘 대비하고 있으면 극복 가능하겠지만 지금 한국은 월드컵으로 경제 전반이 나사가 풀리듯 느슨해져 있어 더욱 걱정스럽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월드컵이라는 열광적 이벤트 다음에 오기 쉬운 ‘심리적 공황’을 잘 극복하지 못했을 경우 우리도 ‘남미식 축구 경제의 몰락’과 같은 나락으로 떨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는 올 연말 대선까지 앞두고 있어 흐트러진 지금의 분위기를 제대로 추스리기 어려운 정치적 상황까지 겹쳐있다.
지금 정부는 불과 2주일만에 1백여 가지가 넘는 ‘포스트 월드컵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월드컵이 한국 사회의 정치·경제적 난제들을 다 해결해줄 것처럼 마냥 장밋빛 환상을 심어놓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포스트 월드컵 대책’은 ‘쉬고 놀자’에 치중한 것이어서 월드컵의 열기를 국가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전환하는 생산적인 방향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물론 높아진 국가 이미지와 국민들의 길거리 응원 등이 보여준 모처럼 만의 국력결집은 사회통합의 소중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절차와 과정을 거쳐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했을 때 결실을 맺을 수 있는 법이다.
월드컵이 꼭 긍정적 파급효과만을 기약하지 않는다는 것은 역대 개최 국가들의 경제상황을 분석해보면 잘 드러난다. 1966년 월드컵에서 우승한 축구의 종가 영국은 15개월 뒤 파운드화를 평가절하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경제가 악화됐다. 멕시코의 경제는 월드컵을 개최했던 86년에 오히려 곤두박질 쳤고 아르헨티나도 월드컵을 치른 78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98년 월드컵 개최국인 프랑스도 4년이 지난 지금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축구 경제’의 대표적인 국가들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은 올해 또 경제가 파산 일보직전이어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놓고 있다.
이러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경제는 과연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엄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정부는 세계경제의 불황 속에서도 유독 우리 경제만은 올 상반기 5-6%대의 성장을 구가했다며 경제치적인양 한껏 부풀리고 있다. 그러나 그 성장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올 상반기 경기 활황은 정부가 156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금융권의 부실을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고 가계에 대한 금융기관의 대출 증대와 저금리 유지, 소비증대를 위한 세제혜택 등을 남발한 결과다. 정부의 이 같은 경기부양 정책에 발맞춰 빌릴 수 있으면 빌려서 쓰고 보자는 무책임과 무분별의 소비의식이 결합돼 내수소비를 증폭시켰다. 또한 저금리와 가계대출 증대에 의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건설 경기를 부추겨 놓았다. 체질강화에 따른 경쟁력으로 수출을 늘리고 설비투자를 활성화한 건실한 성장형태와는 거리가 먼 소비중심의 단기성 경기활성화이다. 이 같은 경기활성화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게다가 최근 노사관계의 불안정과 여권의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레임덕 현상 등은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마치 97년 IMF위기를 맞기 직전의 상황과 지금의 모습이 너무 흡사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 우연이 아니다.
이러한 요인들은 월드컵 이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이 별로 크지 않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 침체가 장기화하고 하반기 수출에도 제동이 걸릴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제 정부는 더 이상 단기적인 대책에 급급해서는 커다랗게 밀려오는 위기의 파고를 넘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정책 당국의 신중하면서도 치밀한 대응이 긴요해지는 시점이다. 세계 경제의 흐름을 냉철히 분석해 외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경제 정책을 짜야 한다. 월드컵도 좋지만 경제 챙기기에 한치의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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