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는 끝났다 이젠 일터로
아쉽지만 잘 싸웠다. ‘요코하마로 가자’는 꿈을 좌절됐지만 ‘4강 신화’는 이어지고 있다. 이제 잔치는 끝났다. 차분한 심정으로 모두 일터로 가야 한다.
명장 거스 히딩크와 23명의 태극전사, 그리고 수백만의 붉은악마들. 이들은 한국사회에 큰 변화를 몰고왔다. 생면부지의 사람이 함께 소리를 지른다. 손을 잡는다. 부둥켜안는다. 감동의 물결 속에 4700만이 하나가 된다. 이들 속에서 동서갈등이나 세대갈등은 없다.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사회의 통합력이 한 차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거리응원에 나선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은 응원을 하다보면 가슴이 뻥 뚫린다고 한다. 모두 하나가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터질 것 같다고 한다. 아이들은 그 동안 어른들의 눈을 피해 숨어서 놀았다. 탁 트인 장소에서 마음껏 소리치고, 손뼉을 치고, 얼싸안는 경험은 처음 해보는 것이다. 앞으로 이들의 억눌린 감정을 풀어주고, 국력신장의 에너지로 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 됐다.
한 차원 높아진 사회통합력, 분단벽도 넘어야
거대한 변화는 네덜란드에서 건너온 한 외국인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과거 명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직 현재의 실력만을 보았다.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줬다. 끊임없이 자극을 주었다. 히딩크는 노장이 분발하게 하고, 신진들에게는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다. 선의의 경쟁을 하는 분위기에서는 실력이 부족해 탈락하거나 후보로 밀려나도 불만이 나올 수 없다.
히딩크는 세계적 수준으로 몇 단계 업그레이드하려면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시아에서 골목대장을 하려면 적당히 잔재주를 익히면 된다. 그러나 세계수준으로 올라서는 것이 목표라면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 기본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간지 1년 6개월만에 축구 국가대표팀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거스 히딩크와 23명의 국가대표들은 거침없이 돌진하기 시작했다.
골을 넣은 선수들은 감독에게 달려가서 부둥켜안았다. 선수들은 자신의 잠재력을 끄집어낸 스승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이처럼 히딩크는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국민들은 히딩크에게 환호를 보내며, 우리 사회 지도자들의 진정한 리더십을 갈망하고 있다.
축구에서 일어난 변화는 앞으로 우리 사회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거스 히딩크와 23명의 국가대표, 그리고 수백만의 붉은악마들. 이들이 우리 사회에 던진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연고주의의 배격이다. 혈연과 지연을 동원해 끼리끼리 해먹는 풍토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동서갈등과 세대갈등을 뛰어넘었던 열정을 이제는 남북갈등의 벽을 넘는데 발산해야 한다. 남북은 이미 그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한국과 이탈리아의 8강전을 조선중앙TV를 통해 뒤늦게나마 방영했다. 붉은악마 응원단은 ‘동족상잔’의 날로 기억되는 6월 25일 한국-독일 준결승전에서 대형 태극기와 함께 흰색바탕에 하늘색 한반도 지도가 새겨진 한반도기를 펼치려 했다.
정치 경제 사회도 ‘4강’넘어 정상 가자
붉은악마는 89년전까지 분단국가였던 독일과의 경기에서 전세계에 통일을 바라는 한민족의 의지를 전하려 했다고 한다. 아쉽게도 정치적 주장을 담은 플래카드 사용을 규제하는 FIFA 규정에 어긋나 성사되지 못했다. 이미 만들어놓은 대형 단일기는 이후 남북한 친선 경기가 성사되면 그때 사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서울과 평양 거리에서 남북의 응원단이 함께 손을 잡고 부둥켜안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가 잔치를 벌이는 사이 주가는 곤두박질을 쳤고, 경제활동도 위축됐다. 미국발 경제위기가 우리 경제를 엄습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한달 동안 소중한 것을 얻었다. 월드컵에서 결집된 국민적 에너지는 이런 장애물을 충분히 격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7월 1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데 이어서, 2일 국민대축제를 갖는다고 발표한 것은 적절치 못한 결정이다. 차분하게 월드컵의 성과를 챙겨야할 정부가 앞장서서 ‘놀자판’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곤란하다. 축제 뒷풀이는 하루면 족하다. 자발적 축제에서 한껏 고양된 국민들의 열기를 관제축제로 연장하려는 정부의 발상이 딱하기만 하다.
신명식 편집위원
아쉽지만 잘 싸웠다. ‘요코하마로 가자’는 꿈을 좌절됐지만 ‘4강 신화’는 이어지고 있다. 이제 잔치는 끝났다. 차분한 심정으로 모두 일터로 가야 한다.
명장 거스 히딩크와 23명의 태극전사, 그리고 수백만의 붉은악마들. 이들은 한국사회에 큰 변화를 몰고왔다. 생면부지의 사람이 함께 소리를 지른다. 손을 잡는다. 부둥켜안는다. 감동의 물결 속에 4700만이 하나가 된다. 이들 속에서 동서갈등이나 세대갈등은 없다.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사회의 통합력이 한 차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거리응원에 나선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은 응원을 하다보면 가슴이 뻥 뚫린다고 한다. 모두 하나가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터질 것 같다고 한다. 아이들은 그 동안 어른들의 눈을 피해 숨어서 놀았다. 탁 트인 장소에서 마음껏 소리치고, 손뼉을 치고, 얼싸안는 경험은 처음 해보는 것이다. 앞으로 이들의 억눌린 감정을 풀어주고, 국력신장의 에너지로 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 됐다.
한 차원 높아진 사회통합력, 분단벽도 넘어야
거대한 변화는 네덜란드에서 건너온 한 외국인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과거 명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직 현재의 실력만을 보았다.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줬다. 끊임없이 자극을 주었다. 히딩크는 노장이 분발하게 하고, 신진들에게는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다. 선의의 경쟁을 하는 분위기에서는 실력이 부족해 탈락하거나 후보로 밀려나도 불만이 나올 수 없다.
히딩크는 세계적 수준으로 몇 단계 업그레이드하려면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시아에서 골목대장을 하려면 적당히 잔재주를 익히면 된다. 그러나 세계수준으로 올라서는 것이 목표라면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 기본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간지 1년 6개월만에 축구 국가대표팀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거스 히딩크와 23명의 국가대표들은 거침없이 돌진하기 시작했다.
골을 넣은 선수들은 감독에게 달려가서 부둥켜안았다. 선수들은 자신의 잠재력을 끄집어낸 스승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이처럼 히딩크는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국민들은 히딩크에게 환호를 보내며, 우리 사회 지도자들의 진정한 리더십을 갈망하고 있다.
축구에서 일어난 변화는 앞으로 우리 사회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거스 히딩크와 23명의 국가대표, 그리고 수백만의 붉은악마들. 이들이 우리 사회에 던진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연고주의의 배격이다. 혈연과 지연을 동원해 끼리끼리 해먹는 풍토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동서갈등과 세대갈등을 뛰어넘었던 열정을 이제는 남북갈등의 벽을 넘는데 발산해야 한다. 남북은 이미 그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한국과 이탈리아의 8강전을 조선중앙TV를 통해 뒤늦게나마 방영했다. 붉은악마 응원단은 ‘동족상잔’의 날로 기억되는 6월 25일 한국-독일 준결승전에서 대형 태극기와 함께 흰색바탕에 하늘색 한반도 지도가 새겨진 한반도기를 펼치려 했다.
정치 경제 사회도 ‘4강’넘어 정상 가자
붉은악마는 89년전까지 분단국가였던 독일과의 경기에서 전세계에 통일을 바라는 한민족의 의지를 전하려 했다고 한다. 아쉽게도 정치적 주장을 담은 플래카드 사용을 규제하는 FIFA 규정에 어긋나 성사되지 못했다. 이미 만들어놓은 대형 단일기는 이후 남북한 친선 경기가 성사되면 그때 사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서울과 평양 거리에서 남북의 응원단이 함께 손을 잡고 부둥켜안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가 잔치를 벌이는 사이 주가는 곤두박질을 쳤고, 경제활동도 위축됐다. 미국발 경제위기가 우리 경제를 엄습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한달 동안 소중한 것을 얻었다. 월드컵에서 결집된 국민적 에너지는 이런 장애물을 충분히 격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7월 1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데 이어서, 2일 국민대축제를 갖는다고 발표한 것은 적절치 못한 결정이다. 차분하게 월드컵의 성과를 챙겨야할 정부가 앞장서서 ‘놀자판’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곤란하다. 축제 뒷풀이는 하루면 족하다. 자발적 축제에서 한껏 고양된 국민들의 열기를 관제축제로 연장하려는 정부의 발상이 딱하기만 하다.
신명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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