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수학책, 왜 이렇게 수학책은 재미가 없을까?

지역내일 2025-04-25

삼국지는 매우 재미있는 역사 소설이지만, 삼국 시대의 역사를 설명하는 학교 역사 교과서는 정말 재미가 없습니다. 역사는 본질적으로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역사 교과서에는 이야기의 흐름과 맥락이 빠지고, 단순한 사실들만이 나열 되어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이 매우 지루합니다. 역사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사건이나 정보를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건들 사이의 인과 관계가 어떤 것인지 따져보고 '왜' 그리고 '어떻게'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입니다. 이야기 안에는 사건 속 인물의 동기, 갈등, 도전, 성취 등이 담겨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듣거나 읽는 사람들은 이야기와 공감을 하게 됩니다. "1592년에 임진왜란이 일어났다"라는 단순한 사실을 배우는 것보다 "조선의 백성들은 갑자기 침략해 온 일본군을 보고 어떤 심정이었을까"를 생각하는 것이 훨씬 재밌습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인지 구조는 정보에 공감하고, 체계화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정보에 공감하는 과정이 빠지면 학습 동기가 낮아지고 장기기억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보에 공감하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합니다. 즉, 이야기는 단순히 정보의 전달을 위한 도구가 아닌 세계를 이해하는 근본적인 도구라는 것이죠. 실제 실험 결과에서도 이야기가 있는 정보는 이야기가 없는 정보보다 더 잘 이해되고 기억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일시적으로 생긴 관심을 지속적인 학문적 관심으로 발전시키는 데에는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통해 전달된 재미는 학습자의 자율성과 자기 효능감을 증가시키고, 학습자가 더 높은 성취도를 얻도록 해 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수학 교과서에는 어떠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요? 유감스럽게도, 저는 수학 교과서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재미없는 순으로 순위를 매긴다면 아마 교과서 중에서 제일 지루하고 재미없는 책일 것입니다. 수학 교과서는 기원전 3000년 전부터 1700년대 초반까지 대략 5000년 동안의 수학적 발전을 다루고 있는 일종의 역사책입니다. 하지만, 이 긴 시간 동안의 역사를 단순히 얇은 몇 권의 책에 담으려면 수학적 사실 뒤에 담겨 있는 이야기는 당연히 빠질 수밖에 없고 단순한 사실들만이 무미건조하게 담길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들은 수학책에 담겨 있는 정보에 공감하지 못한 채, 반복을 하고 그 정보를 기억하고 잘 쓰기 위한 연습을 합니다. 이런 공부가 어떻게 재미있을 수가 있을까요?


수학은 쓸 데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일 수도 있지만, 인류 문명의 발전과 수학은 언제나 함께였습니다. 수학은 단순한 공식을 기억하고,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닌 인간의 호기심과 필요에서 시작해서 발전하고 있는 살아있는 지식체계이기 때문입니다. 콩고에서 발견된 이샹고 뼈에 새겨진 눈금은 기본적인 계산 체계가 20000년 전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사시대 동굴 벽화에서 발견되는 기하학적 무늬들 역시 고대인들 역시 추상적이고 수학적인 사고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수학은 인류와 그 역사를 함께 하는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입니다. 단순히 미적분이 무엇인지 배우는 것보다, 어떤 필요에 의해 어떤 과정을 거쳐 미적분이 발견되었고, 이것이 이후 수학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함께 배우는 것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예를 들어 뉴턴과 라이프니츠 중 누가 미적분의 발명자인지를 따지는 미적분 우선권 논쟁 이야기를 통해 미적분의 기하적 접근과 대수적 접근의 원리와 차이, 그리고 영국과 유럽 대륙의 학문적 교류가 1세기 정도 중단된 것이 이후 수학 발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배운다면 학생들은 미적분을 단순한 사실이 아닌, 살아있는 지식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수학은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활동입니다. 지식 뒤에 있는 인간적 맥락이나 감정, 열정, 고민이 분리된 채로 지식이 전달되면 학생들은 공감을 잘할 수 없습니다. 학생들이 더 의미 있고 흥미로운 학습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지식을 '인간화'하고, '맥락화'하며, '생생한 탐구 과정'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 냄새'가 나는 수학 공부를 할 수 있을지 고민을 시작할 때입니다.


김민성 원장

격수당수학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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