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개각요인 안고 있는 ‘마지막 개각’(손혁재 2002.07.12)

지역내일 2002-07-12
개각요인 안고 있는 ‘마지막 개각’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정치학 박사

“국민의 정부 최대의 업적이 될 수도 있다.” 어제 김대중 대통령이 장상 이화여대 총장을 총리로 지명한 것을 놓고 한 여성운동가가 내린 평가이다. 또 다른 여성운동가는 ‘개혁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게 됐다는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다. 물론 인사청문회 등 국회의 인준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을 총리로 지명한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여성 총리를 내세운 데 대한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다. 정부의 힘이 빠져있는 임기말에 국면전환용으로 내세웠다고 평가절하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여성 참여 확대의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한다.
물론 호의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장상 신임 총리서리가 힘을 갖고 있지 않아 아무런 구실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평생을 교육과 여성운동에 헌신한 장상 총리서리의 정치력이나 행정 능력, 그리고 지도력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소리도 적지 않다. 이런 평가의 바탕에는 정치를 남성의 영역으로 간주해 온 보수적 사회문화가 깔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첫 여성총리’ 빼고는 이런 개각 왜 했나
그러나 신임 총리가 부패의 사슬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새 내각이 ‘부패의 척결’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충실할 것이라는 기대를 걸 수만은 없다. 기존의 정파 대립구도 어느 한쪽에 줄서지 않았던 까닭에 ‘중립내각’이라는 명분에 걸맞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 새 내각이 국민의 정부가 추진해온 개혁시책을 잘 마무리하고 9월의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치르며, 12월의 대통령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리라는 전망도 뚜렷하지 않다. 권력부패와 서해교전으로 말미암아 악화된 민심의 수습을 기대하기에는 새 내각 진용이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첫 여성 총리’라는 점을 빼면 개각에 높은 점수를 매기기가 어렵다. “새로운 시대를 맞아 인사에서 ''발상의 전환''을 선보인 것”이라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의미 부여가 총리 이외의 개각과는 거리가 멀다. 물러난 장관들은 왜 물러났는지, 새로 임명된 장관들은 왜 기용되었는지 개각의 기준이 뚜렷하지 않은 것이다.
더구나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인 이번 개각이 국민의 정부 마지막 개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임기 일곱 달을 남겨놓고 있는 시점에서의 개각은 마지막 개각이 되는 게 순리이다. 특별한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한 새 내각은 김대중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개각 요인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신건 국정원장과 임동원 청와대 특보가 유임된 것이다.
이들은 국정원장으로 재임하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수천만원을 김홍업 씨에게 준 것으로 검찰의 수사결과 밝혀졌다. 이번 개각의 중요한 배경 가운데 하나가 대통령 아들의 비리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행위는 주요한 경질사유가 된다.
당사자들은 대통령의 아들에게 준 돈이 떡값과 휴가비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인사권자의 아들에게 건네준 돈이 대가성이 없다고 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설령 떡값으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공직윤리에 어긋난 행위임은 확실하지 않은가. 더구나 그 돈이 국정원의 예산이나 국정원장의 판공비라면 ‘업무상 횡령’이 될 수도 있다. 국정원 수표로 주었지만 공금이 아니라 순수한 개인 돈이라는 변명은 신빙성이 없다. 대통령의 아들에게 준 돈이 수천만원이나 되는데 이것을 어떻게 개인 돈으로 볼 수 있는가. 또 개인 돈이라면 왜 굳이 국정원 수표로 바꾸어서 전달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개인 돈이라고 하더라도, 그리고 돈 전달에 불법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고위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다. 대통령 아들의 휴가비를 권력기구의 장인 국정원장이 왜 주는가.

홍업에 떡값 준 전ㆍ현직 국정원장 문책했어야
이들이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개인 돈을 순수한 동기에서 주었다 하더라도, 이들의 능력이 뛰어나서 대통령의 국정운용에 반드시 필요하다 하더라도 이들을 감싸안고 가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크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부패척결의 의지가 정말 있다면 검찰이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수사를 성역 없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정원장과 청와대 특보라는 이들의 직위가 검찰이 이 사건을 제대로 파헤치는데 장애가 된다는 점을 감안했어야 한다.
또 하나 취임 5개월만에 경질된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내외 제약사들의 로비설을 제기했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로비설의 구체적인 물증이 없지만 이 전 장관이 주장하는 것처럼 ''건강보험 재정안정대책''에 불만이 많은 국내외 제약회사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면 정말 유감스런 일이다.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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