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무너진 ‘중립내각’의 기대
남봉우 정당팀장
서해교전과 대통령 아들 홍업씨의 국정농단 등으로 이반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7ㆍ11개각’은 막상 새 각료들의 면면들을 보면 실망스럽다. 헌정사상 첫 여성총리 발탁이라는 의미를 빼면 흐트러진 국정, 돌아선 민심을 잡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DJ정부 ‘마지막 개각’이 ‘거국중립내각’이 되기를 바라는 국민적 기대가 무너졌다는 점 또한 아쉽다.
그나마 여성계 일각에서는 장상 총리 발탁에 대해 ‘여성우대보다는 위기 탈출용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게 아니냐’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홍업씨 수사 압박설’로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던 법무장관의 경질, 제약업체 로비 경질설을 제기한 복지장관의 교체 등은 석연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나아가 홍업씨 문제로 이반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홍업씨에게 ‘떡값’을 주었다고 밝힌 임동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특보와 신 건 국정원장을 경질해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렇지 않아도 인물난을 겪고 있는 임기말의 김대중 대통령에게 “왜 더 적합한 인사를 찾지 못했나”고 힐난하는 것 자체가 솔직히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윗돌을 빼서 아래에 괴는’ 김대중식 인사가 마지막 개각에도 예외없이 적용되는 것을 보면서 애초 기대하지 말았어야 옳았다는 때늦은 후회가 남는다.
‘윗돌 빼 아래에 괴는’ 인사로 민심 수습될까
7·11 개각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어떠하던 간에 장 상 내각이 감당해야 몫은 이전의 어느 내각보다 막중하다. 장 총리서리도 11일 취임식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무엇보다 대선이 중요하다”며 “공명정대한 대선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새 내각의 제1차적 과제는 엄정한 대선관리다.
우리나라 정치는 대선에서 시작되고 대선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선거주무부처인 행자장관과, 신임 법무장관이 중립적이냐 하는 데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럴수록 새 내각은 정치논리에 흔들리지 말고 ‘엄정중립’을 가슴에 새기고 선거관리에 임해야 할 것이다.
박지원 비서실장은 7·11개각의 성격과 관련, “월드컵의 성공을 국운융성의 계기로 만들고 월드컵 4강 진입을 경제 4강으로 이어가기 위해 50대 경제전문가들을 다수 기용하게 됐다”고 밝혔지만, 경제를 챙기는 일도 대선 못지않게 중요하다.
급격한 환율하락, 맥못추는 증시 등 최근의 경제현상을 보면서, 우리경제의 앞날에 대해서도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다음에 누가 집권하더라도 ‘불안한 경제’를 넘겨주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취하는 것도 새 내각의 몫이다. 미국발 경제불안 요인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외환보유고 조절 등 경제팀이 해결할 수 있는 조치가 얼마든지 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민생문제 해결 또한 새 내각의 여전한 과제다. 국민들은 주거비 불안정에 분노하고, 미래지향적인 교육혜택을 갈망한다. 의약분업, 건보재정이 하루 빨리 안정되기를 기대한다. 7개월 남은 임기동안 무엇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민생문제 해결의 단초를 만드는 임무 국민의 정부가 마무리될 때까지 포기해서는 안 되는 임무다.
혹평딛고 공정한 대선관리, 민생 돌보기를
중국 역사상 가장 성세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당나라 태종 연간의 ‘정관의 치(貞觀之治)’는 강직한 대부 위징(魏徵) 같은 이가 있어서 가능했다. 태종이 “그 촌놈을 죽여버리겠다”고 말할 정도로 조회 때마다 직언을 아끼지 않았던 위징의 일화(사마광의 《자치통감》)는 각료가 대통령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잘 말해준다.
위징은 “임금의 자리는 간난(艱難) 속에 어렵게 얻어, 안일 속에 쉽게 잃는 법이라 창업보다 수성이 더 중요하다”는 창업수성(創業守成) 고사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창업보다, 수성보다 더 어려운 정권의 뒷마무리를 담당해야 할 장상 내각의 각료들에게는 위징보다 훨씬 강직한 직언의 자세가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각료들이 ‘예스맨’이 되어서는 민심수습은 물론 중립적인 대선관리도, 경제 4강의 기초 다지기도 모두 빈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7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국민의 정부가 역사 상 ‘잃어버린 5년’으로 기록되지 않도록 새 내각이 정말 잘 마무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봉우 정당팀장내일시론>
남봉우 정당팀장
서해교전과 대통령 아들 홍업씨의 국정농단 등으로 이반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7ㆍ11개각’은 막상 새 각료들의 면면들을 보면 실망스럽다. 헌정사상 첫 여성총리 발탁이라는 의미를 빼면 흐트러진 국정, 돌아선 민심을 잡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DJ정부 ‘마지막 개각’이 ‘거국중립내각’이 되기를 바라는 국민적 기대가 무너졌다는 점 또한 아쉽다.
그나마 여성계 일각에서는 장상 총리 발탁에 대해 ‘여성우대보다는 위기 탈출용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게 아니냐’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홍업씨 수사 압박설’로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던 법무장관의 경질, 제약업체 로비 경질설을 제기한 복지장관의 교체 등은 석연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나아가 홍업씨 문제로 이반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홍업씨에게 ‘떡값’을 주었다고 밝힌 임동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특보와 신 건 국정원장을 경질해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렇지 않아도 인물난을 겪고 있는 임기말의 김대중 대통령에게 “왜 더 적합한 인사를 찾지 못했나”고 힐난하는 것 자체가 솔직히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윗돌을 빼서 아래에 괴는’ 김대중식 인사가 마지막 개각에도 예외없이 적용되는 것을 보면서 애초 기대하지 말았어야 옳았다는 때늦은 후회가 남는다.
‘윗돌 빼 아래에 괴는’ 인사로 민심 수습될까
7·11 개각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어떠하던 간에 장 상 내각이 감당해야 몫은 이전의 어느 내각보다 막중하다. 장 총리서리도 11일 취임식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무엇보다 대선이 중요하다”며 “공명정대한 대선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새 내각의 제1차적 과제는 엄정한 대선관리다.
우리나라 정치는 대선에서 시작되고 대선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선거주무부처인 행자장관과, 신임 법무장관이 중립적이냐 하는 데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럴수록 새 내각은 정치논리에 흔들리지 말고 ‘엄정중립’을 가슴에 새기고 선거관리에 임해야 할 것이다.
박지원 비서실장은 7·11개각의 성격과 관련, “월드컵의 성공을 국운융성의 계기로 만들고 월드컵 4강 진입을 경제 4강으로 이어가기 위해 50대 경제전문가들을 다수 기용하게 됐다”고 밝혔지만, 경제를 챙기는 일도 대선 못지않게 중요하다.
급격한 환율하락, 맥못추는 증시 등 최근의 경제현상을 보면서, 우리경제의 앞날에 대해서도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다음에 누가 집권하더라도 ‘불안한 경제’를 넘겨주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취하는 것도 새 내각의 몫이다. 미국발 경제불안 요인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외환보유고 조절 등 경제팀이 해결할 수 있는 조치가 얼마든지 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민생문제 해결 또한 새 내각의 여전한 과제다. 국민들은 주거비 불안정에 분노하고, 미래지향적인 교육혜택을 갈망한다. 의약분업, 건보재정이 하루 빨리 안정되기를 기대한다. 7개월 남은 임기동안 무엇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민생문제 해결의 단초를 만드는 임무 국민의 정부가 마무리될 때까지 포기해서는 안 되는 임무다.
혹평딛고 공정한 대선관리, 민생 돌보기를
중국 역사상 가장 성세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당나라 태종 연간의 ‘정관의 치(貞觀之治)’는 강직한 대부 위징(魏徵) 같은 이가 있어서 가능했다. 태종이 “그 촌놈을 죽여버리겠다”고 말할 정도로 조회 때마다 직언을 아끼지 않았던 위징의 일화(사마광의 《자치통감》)는 각료가 대통령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잘 말해준다.
위징은 “임금의 자리는 간난(艱難) 속에 어렵게 얻어, 안일 속에 쉽게 잃는 법이라 창업보다 수성이 더 중요하다”는 창업수성(創業守成) 고사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창업보다, 수성보다 더 어려운 정권의 뒷마무리를 담당해야 할 장상 내각의 각료들에게는 위징보다 훨씬 강직한 직언의 자세가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각료들이 ‘예스맨’이 되어서는 민심수습은 물론 중립적인 대선관리도, 경제 4강의 기초 다지기도 모두 빈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7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국민의 정부가 역사 상 ‘잃어버린 5년’으로 기록되지 않도록 새 내각이 정말 잘 마무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봉우 정당팀장내일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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