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1 태백에서 봉화까지
거대한 폐기물침전지가 레저단지로
낙동강발원지 황지못의 물을 먹지 않는다
태백에서 부산까지 이어진 물길 1300리(525.15km), 낙동강은 무려 1300만명의 사람들이 깃들어 살아가는 ‘생명수’이다.
그러나 이 물길은 이어질수록 혼탁해지고 사람들은 윗동네 사람들이 흐려놓은 ‘윗물’에 자기들의 더러움을 더해 더 혼탁한 ‘아랫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발원지 태백시에서 안동-구미-대구-부산을 따라가며 보라. 낙동강은 ‘사람이 물을 죽이고, 물은 사람을 죽이는’ 강이다.
황지천과 철암천이 만나 낙동강 이뤄 000
낙동강 발원지 황지(黃池)는 눈에 띄게 바닥이 흐려져 있었다. 하루 5000톤의 1급 청정수를 용출하던 황지못은 지난 92년까지만 해도 태백시민들의 상수원이었다.
그러나 태백시민들은 이제 황지물을 먹지 않는다. 태백시의 상수원은 싸리재 밑의 용연굴샘, 당굴샘 같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아예 백두대간 너머 광동댐(한강수계) 물까지 끌어와 식수로 쓰고 있다.
한국의 명수(名水) 100선에 들 만큼 깨끗하고 아름다웠던 황지 바닥에 시퍼런 청태가 끼어 있는 모습을 보는 마음은 착잡했다.
황지물은 싸리재 아래 ‘은대봉샘’(너덜샘)에서 내려온 물과 만나 황지천을 이루고 여기에 태백산 ‘용정’에서 내려온 소도천 물을 합해 유명한 ‘구문소’로 흘러든다.
약 1억 5천만년에서 3억년 전 사이에 형성되었다고 하는 구문소는 수능천석(水能穿石 : 물이 능히 돌을 뚫는다)이란 말이 실감나는 곳이다. 강물이 산을 뚫고 흐른다 하여 뚜루내(穿川)라 부르기도 하는데, ‘구무’란 말은 구멍의 옛말이니 구무소는 구멍소(沼)라는 뜻이기도 하다.
다행인 것은 80년대 이후 구문소 지점의 수질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시커먼 탁류였던 것이 90년대 중반 이후 누렇게 변하더니, 요즘은 맑은 푸른빛을 띤다. 물가 바위들도 제 색깔을 찾았다.
구문소를 통과한 황지천은 낙동정맥(백두대간 피재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산줄기) 구봉산에서 발원한 철암천을 만나 비로소 ‘낙동강’이란 이름을 얻는다.
이쪽 수계에서 가장 큰 태백시 동점동 사군다리골 상단부에 있는 구 연화광산 폐기물매립지(광미침전지)이다. 1993년 폐광된 연화아연광업소에서 받아낸 생산폐수를 모아둔 거대한 폐지댐은 복토 후 현재 오토바이경기장으로 개발중이다.
이곳에 가면 지금도 매캐한 광산 폐기물 유독가스 냄새가 코를 찌른다. 침전지 곳곳에는 폐기물 덩어리로 보이는 침전고형화 물질들이 드러나 있다. 공사장으로 진입하는 터널을 지나면 양쪽 사면에 온통 폐기물 덩어리들이 노출되어 있고 그 사이로 물길이 나 있다.
이 폐지댐 하부에 있는 침출수 배출구에서는 아무런 여과·정화장치 없이 중금속들이 흘러내리고 있다. 지난 96년 9월 배출수 수질검사 결과 이곳 침출수에서는 망간(Mn) 3.81ppm, 아연(Zn) 37.07ppm, 철(Fe) 31ppm 등이 검출된 바 있다. 이들 중금속의 기준치는 모두 ‘0(제로) 이하’이다.
아래 계곡에 있는 태백시 수질환경사업소는 태백시의 생활하수와 분뇨에 대한 생물학적 처리만 하고 있을 뿐, 중금속에 대한 어떠한 정화장치도 갖추고 있지 않다. 결국 이 물은 그대로 동점역 앞에서 낙동강 본류로 흘러든다.
낙동강 본류에 자리잡은 아연제련소 000
태백시 동점동 구문소를 지나 철암천을 만난 황지천은 비로소 낙동강이 되어 경상도 땅으로 흘러내려간다. 도 경계를 지나자마자 낙동강은 열목어서식지가 있는 태백산 백천동계곡 물을 받아 물줄기가 더욱 도도해진다.
여기서부터 안동까지의 구간이 낙동강 최고의 비경지대이다. 남한강 상류의 동강이 그렇듯이 이 구간의 물줄기는 전형적인 감입곡류를 이룬다.
태백에서 경북 봉화로 가는 31번 국도는 아예 육송정 앞에서 낙동강 본류를 잃어버린다. 강을 따라가려면 육송정에서 국도를 버리고 석포 방면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 길은 낙동강 본류와 함께 구불구불 흘러간다. 때때로 영동선 기차길이 같이 달리기도 하는데, 눈꽃열차로 유명한 승부역까지 가면 그나마 자동차 길은 완전히 끊어져버린다.
이렇듯 태고의 낙동강이 그대로 살아 있는 곳이지만 봉화군 석포리에는 1970년부터 운영해 온 (주)영풍의 아연제련소가 자리잡고 있다. 고순도의 아연괴 황산 카드뮴 황산동 황산망간 등을 국내외 시장에 공급하는 이 회사는 서울에서는 ‘영풍문고’와 충전식 건전지 ‘알카바’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낙동강 본류 바로 옆에 자리잡은 이 공장에서는 90년대 이후 △91년 황산 실은 15톤 탱크로리 전복 △94년 황산 누출 △96년 유독성 산업폐기물 불법매립 △98년 황산 탱크로리 전복 △2002년 5월 담수 저수조 바지선 폭발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낙동강 본류의 물고기들까지 하얗게 죽어 떠오른 91년과 98년의 황산 탱크로리 전복 사고는 최악의 수질오염사고로 기록된다.
이 사고 이후 겨울철에는
석포리 하류 승부리 시루봉 중턱에는 (주)유진실업이 운영하는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98년 6월에는 이 매립장 제방 일부가 유실되면서 유독성 폐기물이 빗물과 섞여 낙동강으로 유입,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안동호 바닥은 거대한 중금속 침전장”
안동호 밑바닥에 깔려 있는 저질(뻘)에 상류 하천의 6.7~114.5배에 이르는 카드뮴(Cd)이 농축되어 있다는 연구조사 보고가 나왔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안동정보대 환경시스템공학과 신덕구 교수가 발표한 <안동댐 상류="" 하천수="" 및="" 저질의="" 중금속="" 분포=""> 연구결과보고서에서 밝혀졌다.
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안동댐 상류의 구문소 지점과 석포리 대현교 지점의 하천수에서 미량의 납(Pb)이 검출되었고 △구리(Cu)의 경우 구문소에서 명호까지 하천 저질에서는 0.089mg/kg~10.5mg/kg 범위로 측정되었으나 안동댐 내 조사지점에서는 최고 16.05mg/kg까지 측정됐다.
기타 납(Pb) 비소(As) 등도 하천 유역에 비해 안동댐 일원에서 높게 검출되었고, 특히 카드뮴(Cd)의 경우 최대 5.155mg/kg(절강 지점)으로 나타나 <토양환경보존법>에서 규정한 하천(‘가’ 지역)의 토양오염 우려 기준인 1.5mg/kg을 3.4배나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대해 신 교수는 “76년에 담수를 시작한 이래 상류부에서 유입된 중금속들이 축적된 결과로 본다”며 “댐 상류부에 작은 보를 만들어 오염물질의 추가 유입을 막고, 갈수기에 드러난 뻘바닥을 청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동=남준기·안동 김상현 기자
《정감록(鄭鑑錄)》에 이르기를, “낙동강 최상류로 올라가면 더 이상 길이 막혀 갈 수 없는 곳에 커다란 석문이 나온다. 그 석문은 자시(子時)에 열리고 축시(丑時)에 닫히는데 자시에 열릴 때 얼른 속으로 들어가면 사시사철 꽃이 피고 병화가 없고 삼재(三災)가 들지 않는 오복동(五福洞)이란 이상향이 나온다” 했으니, 원래 태백은 연화부수의 형국에 자리잡은 신선들의 땅이었을 것이다.토양환경보존법>안동댐>낙동강>
거대한 폐기물침전지가 레저단지로
낙동강발원지 황지못의 물을 먹지 않는다
태백에서 부산까지 이어진 물길 1300리(525.15km), 낙동강은 무려 1300만명의 사람들이 깃들어 살아가는 ‘생명수’이다.
그러나 이 물길은 이어질수록 혼탁해지고 사람들은 윗동네 사람들이 흐려놓은 ‘윗물’에 자기들의 더러움을 더해 더 혼탁한 ‘아랫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발원지 태백시에서 안동-구미-대구-부산을 따라가며 보라. 낙동강은 ‘사람이 물을 죽이고, 물은 사람을 죽이는’ 강이다.
황지천과 철암천이 만나 낙동강 이뤄 000
낙동강 발원지 황지(黃池)는 눈에 띄게 바닥이 흐려져 있었다. 하루 5000톤의 1급 청정수를 용출하던 황지못은 지난 92년까지만 해도 태백시민들의 상수원이었다.
그러나 태백시민들은 이제 황지물을 먹지 않는다. 태백시의 상수원은 싸리재 밑의 용연굴샘, 당굴샘 같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아예 백두대간 너머 광동댐(한강수계) 물까지 끌어와 식수로 쓰고 있다.
한국의 명수(名水) 100선에 들 만큼 깨끗하고 아름다웠던 황지 바닥에 시퍼런 청태가 끼어 있는 모습을 보는 마음은 착잡했다.
황지물은 싸리재 아래 ‘은대봉샘’(너덜샘)에서 내려온 물과 만나 황지천을 이루고 여기에 태백산 ‘용정’에서 내려온 소도천 물을 합해 유명한 ‘구문소’로 흘러든다.
약 1억 5천만년에서 3억년 전 사이에 형성되었다고 하는 구문소는 수능천석(水能穿石 : 물이 능히 돌을 뚫는다)이란 말이 실감나는 곳이다. 강물이 산을 뚫고 흐른다 하여 뚜루내(穿川)라 부르기도 하는데, ‘구무’란 말은 구멍의 옛말이니 구무소는 구멍소(沼)라는 뜻이기도 하다.
다행인 것은 80년대 이후 구문소 지점의 수질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시커먼 탁류였던 것이 90년대 중반 이후 누렇게 변하더니, 요즘은 맑은 푸른빛을 띤다. 물가 바위들도 제 색깔을 찾았다.
구문소를 통과한 황지천은 낙동정맥(백두대간 피재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산줄기) 구봉산에서 발원한 철암천을 만나 비로소 ‘낙동강’이란 이름을 얻는다.
이쪽 수계에서 가장 큰 태백시 동점동 사군다리골 상단부에 있는 구 연화광산 폐기물매립지(광미침전지)이다. 1993년 폐광된 연화아연광업소에서 받아낸 생산폐수를 모아둔 거대한 폐지댐은 복토 후 현재 오토바이경기장으로 개발중이다.
이곳에 가면 지금도 매캐한 광산 폐기물 유독가스 냄새가 코를 찌른다. 침전지 곳곳에는 폐기물 덩어리로 보이는 침전고형화 물질들이 드러나 있다. 공사장으로 진입하는 터널을 지나면 양쪽 사면에 온통 폐기물 덩어리들이 노출되어 있고 그 사이로 물길이 나 있다.
이 폐지댐 하부에 있는 침출수 배출구에서는 아무런 여과·정화장치 없이 중금속들이 흘러내리고 있다. 지난 96년 9월 배출수 수질검사 결과 이곳 침출수에서는 망간(Mn) 3.81ppm, 아연(Zn) 37.07ppm, 철(Fe) 31ppm 등이 검출된 바 있다. 이들 중금속의 기준치는 모두 ‘0(제로) 이하’이다.
아래 계곡에 있는 태백시 수질환경사업소는 태백시의 생활하수와 분뇨에 대한 생물학적 처리만 하고 있을 뿐, 중금속에 대한 어떠한 정화장치도 갖추고 있지 않다. 결국 이 물은 그대로 동점역 앞에서 낙동강 본류로 흘러든다.
낙동강 본류에 자리잡은 아연제련소 000
태백시 동점동 구문소를 지나 철암천을 만난 황지천은 비로소 낙동강이 되어 경상도 땅으로 흘러내려간다. 도 경계를 지나자마자 낙동강은 열목어서식지가 있는 태백산 백천동계곡 물을 받아 물줄기가 더욱 도도해진다.
여기서부터 안동까지의 구간이 낙동강 최고의 비경지대이다. 남한강 상류의 동강이 그렇듯이 이 구간의 물줄기는 전형적인 감입곡류를 이룬다.
태백에서 경북 봉화로 가는 31번 국도는 아예 육송정 앞에서 낙동강 본류를 잃어버린다. 강을 따라가려면 육송정에서 국도를 버리고 석포 방면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 길은 낙동강 본류와 함께 구불구불 흘러간다. 때때로 영동선 기차길이 같이 달리기도 하는데, 눈꽃열차로 유명한 승부역까지 가면 그나마 자동차 길은 완전히 끊어져버린다.
이렇듯 태고의 낙동강이 그대로 살아 있는 곳이지만 봉화군 석포리에는 1970년부터 운영해 온 (주)영풍의 아연제련소가 자리잡고 있다. 고순도의 아연괴 황산 카드뮴 황산동 황산망간 등을 국내외 시장에 공급하는 이 회사는 서울에서는 ‘영풍문고’와 충전식 건전지 ‘알카바’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낙동강 본류 바로 옆에 자리잡은 이 공장에서는 90년대 이후 △91년 황산 실은 15톤 탱크로리 전복 △94년 황산 누출 △96년 유독성 산업폐기물 불법매립 △98년 황산 탱크로리 전복 △2002년 5월 담수 저수조 바지선 폭발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낙동강 본류의 물고기들까지 하얗게 죽어 떠오른 91년과 98년의 황산 탱크로리 전복 사고는 최악의 수질오염사고로 기록된다.
이 사고 이후 겨울철에는
석포리 하류 승부리 시루봉 중턱에는 (주)유진실업이 운영하는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98년 6월에는 이 매립장 제방 일부가 유실되면서 유독성 폐기물이 빗물과 섞여 낙동강으로 유입,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안동호 바닥은 거대한 중금속 침전장”
안동호 밑바닥에 깔려 있는 저질(뻘)에 상류 하천의 6.7~114.5배에 이르는 카드뮴(Cd)이 농축되어 있다는 연구조사 보고가 나왔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안동정보대 환경시스템공학과 신덕구 교수가 발표한 <안동댐 상류="" 하천수="" 및="" 저질의="" 중금속="" 분포=""> 연구결과보고서에서 밝혀졌다.
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안동댐 상류의 구문소 지점과 석포리 대현교 지점의 하천수에서 미량의 납(Pb)이 검출되었고 △구리(Cu)의 경우 구문소에서 명호까지 하천 저질에서는 0.089mg/kg~10.5mg/kg 범위로 측정되었으나 안동댐 내 조사지점에서는 최고 16.05mg/kg까지 측정됐다.
기타 납(Pb) 비소(As) 등도 하천 유역에 비해 안동댐 일원에서 높게 검출되었고, 특히 카드뮴(Cd)의 경우 최대 5.155mg/kg(절강 지점)으로 나타나 <토양환경보존법>에서 규정한 하천(‘가’ 지역)의 토양오염 우려 기준인 1.5mg/kg을 3.4배나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대해 신 교수는 “76년에 담수를 시작한 이래 상류부에서 유입된 중금속들이 축적된 결과로 본다”며 “댐 상류부에 작은 보를 만들어 오염물질의 추가 유입을 막고, 갈수기에 드러난 뻘바닥을 청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동=남준기·안동 김상현 기자
《정감록(鄭鑑錄)》에 이르기를, “낙동강 최상류로 올라가면 더 이상 길이 막혀 갈 수 없는 곳에 커다란 석문이 나온다. 그 석문은 자시(子時)에 열리고 축시(丑時)에 닫히는데 자시에 열릴 때 얼른 속으로 들어가면 사시사철 꽃이 피고 병화가 없고 삼재(三災)가 들지 않는 오복동(五福洞)이란 이상향이 나온다” 했으니, 원래 태백은 연화부수의 형국에 자리잡은 신선들의 땅이었을 것이다.토양환경보존법>안동댐>낙동강>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