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정풍(鄭風)’, 실상과 허상(이경일 2002.08.26)

지역내일 2002-08-26
‘정풍(鄭風)’, 실상과 허상
이경일 언론인 전 한국언론재단 이사


한·일월드컵대회가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정몽준 의원의 대중인기가 치솟고 있다. 정몽준 의원은 월드컵 4강진입에 있어서 자신의 역할은 ‘조연’에 지나지 않았다고 짐짓 겸손한 태도를 보였으나 국민들은 그가 월드컵대회 유치에서 보여준 열성적 태도와 기성 정치인으로서는 비교적 때가 덜묻은 듯한 신선한 이미지 때문에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같은 국민들의 기류를 놓칠세라 언론은 정몽준 의원에게 집중적 스포트라이트를 내비쳤다. 빈번한 회견을 통해 차기 대통령 출마여부를 탐색하는가 하면 계속되는 여론조사를 실시해 정 의원의 인기가 올라가는 추세를 보여주었다.
정 의원의 인기는 7월말에 이르러 선두권을 형성했다. 6·13지방선거 압승을 전후해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멀리 따돌리고 선두자리를 고수해온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앞지르거나 비슷한 지지율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자 처음에 다소 두루뭉수리한 태도를 보였던 정몽준 의원은 점차로 차기대선에 출마할 뜻을 강하게 내비치기 시작했다. 정 의원은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그를 영입해 노무현 후보와 경선을 벌여 ‘정권재창출’을 노리는 민주당 중진들을 비롯해 대선 출마를 꿈꾸는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자신의 주가를 높이기도 했다.
최근 정 의원을 만난 민주당 박상천 최고위원은 “반부패 국민통합신당을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으나 정작 정 의원은 그런 발표는 ‘성급한 해석’이라고 부인했다. 이 소식에 접한 민주당은 발끈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 113명이 단체로 망신당한 것’이라고 그를 성토하기에 이르렀다.

월드컵이 띄운 ‘정풍(鄭風)’, 헛바람 더 많아
이 와중에서 노무현 후보는 “백지상태에서 경선을 하도록 정 의원을 설득해보겠다”고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지만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정 의원 없어도 신당을 추진할 것”이라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정 의원은 이미 대선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대선출마를 부동의 상수로 정해놓고 무소속을 포함해 어떤 형식으로 출마할 것인가를 다양하게 모색하고 있는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정 의원은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한 전례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전례는 만들면 된다”고 말하는가 하면 8월 중 독자신당을 창당한 후 ‘반 이회창, 비 노무현’ 통합신당을 결성하겠다는 뜻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정몽준 의원의 대선출마가 거의 굳어지면서 이회창 후보를 위협하자 한나라당측은 그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 서청원 한나라당 대표는 “부와 권력을 동시에 추구한 사람은 모두 실패했다”고 정의원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정 의원의 대선 행보가 본격화할 경우 그동안 축적해둔 검증자료를 하나씩 공개해 ‘정풍’에 대응한다는 계획도 흘리고 있다.
이제 공은 정몽준 의원에게 넘어갔다. 1992년 12월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고 외치며 대선에 출마해 파란을 불러있으켰던 선친의 전례를 따를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9월초의 경평축구, 9월말의 아시안게임을 주도적으로 치르면서 여론의 추이를 좀 더 관망하다가 여의치 않을 경우 대선후보의 꿈을 일단 유보한 것이지를 그는 양자택일해야 한다.
정 의원이 출마를 강행한다면 그는 우선 현대그룹과의 관계를 단호히 절연해야 한다. 그는 현대중공업의 실질적 사주이다. 정 의원이 작년 말 국회에 신고한 재산은 1720여 억원이며 그 대부분은 현대중공업 주식으로 알려져 있다.
정 의원이 대주주로 남아있는 한 현대와의 관계단절은 있을 수 없다. 그는 주식을 매각하거나 양도함으로써 현대중공업과의 관계를 끊고 정정당당하게 대선출마를 선언해야 한다. 거대기업의 대주주로 있으면서 ‘부유한 노동자’로 자처하는 것은 결코 현실적이지도 않고 정직하지도 않은 태도이다.

거품 빼고 이념·정책노선 분명히 해야
역대정권의 부도덕한 치부행태를 목격해온 국민들 가운데는 정 의원이 집권할 경우 적어도 부패로부터는 초연할 것이라며 재력을 허물이 아니라 미덕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가문의 부가 부담이 되어 개혁을 추진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실례들을 동남아 일부 국가지도자들에게서 보고 있다.
정몽준 의원은 다음으로 선명한 이념과 정책노선을 제시해야 한다. 그는 남북관계,재벌문제, 노사관계, 환경문제 등에 관해 명확한 정치철학과 정책을 내놓고 선진국 진입을 갈망하는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는 특히 대다수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빈부격차와 지구촌 환경파괴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는 저개발국 빈곤퇴치를 위한 공적개발원조(ODA)를 증액하는 문제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고서도 ODA기여도는 최하수준인 0.06%에 불과한 실정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경일 언론인 전 한국언론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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