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아파트 값 폭등의 사회학(김옥조 2002.09.24)

지역내일 2002-09-24
아파트 값 폭등의 사회학
김옥조 한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객원교수


지금 온 국민은 심한 복통으로 신음중이다. 수백명의 식중독에도 13억 대국이 떠들썩한 중국과는 달리 표면으로는 조용하다. 속으로 삭이고 있기 때문이다. 배고픔은 참아도 배아픔은 참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이처럼 심한 복통을 안겼으니 일이 절대로 간단치 않다. 이쯤 하면 눈치 빠른 독자들은 배아픔의 정체를 단박 알아차릴 게다. 다름 아닌 서울 강남의 아파트값 폭등이 몰고 온 부동산 파동이 그 주범이다. 거기다가 불을 확 지른 것이 김대중 대통령의 호화판 사저였다.
1995년 1월 일본 한신(阪神) 지방을 강타한 지진은 5000여명의 사망자와 30여만명의 이재민을 낸 초대형 천재였다. 그럼에도 이재민들은 차분하고 질서정연하게 재난복구와 사태수습에 임했다. 그러나 그 동안 일본 국민들도 한 가지 간과하고 있던 사실이 엉뚱하게도 이 지진으로 드러나 버렸다.
80% 이상의 국민들이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철석같이 믿어 오던 생각이 어처구니없는 착각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전 국민을 잔잔한 충격으로 몰아 넣기에 충분했다.
지진은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똑 같이 할퀴고 지나갔으나 남긴 흔적은 결코 같지 않았다. 외관으로는 똑 같은 집이고 아파트였으나 덜 무너지고 건재하기까지 한 집이 따로 있었다. 철근이나 철조로 돈을 많이 들인 집들은 적게 무너지고 사람도 적게 손상을 입었다.

금값 된 강남아파트, 유별난 평등의식 자극
“아, 집이라고 다 같은 집이 아니구나! 중산층이라고 같은 중산층이 아니구나!”하는 자탄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다 미노루라는 작가는 이를 두고 그 사이 화려한 외관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추한 그리고 냉혹한 현실의 문제, 모순의 전부가 이번 지진으로 철저하게 분출했다고 지적했다.
전체 가구의 반 이상이 살고 있는 한국의 아파트는 단순한 거주공간이 아니라 외관상으로는 평등의 성취라는 의미도 작지 않다. 일단 집안으로 들어가면 크고 작은 것이 드러나지만 바깥으로는 어느 것이 누구 집인지도 모른다. 우리 국민들의 유별난 평등의식에 딱 맞는 주거형태이다. 속으로는 꿀리더라도 적당히 자기최면으로 평등을 위장해왔다.
그런데 이번 강남 아파트값 폭등으로 평등을 위장했던 자기최면이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어버렸다. 시골에서 똑 같은 A건설의 30평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성공한 서울 친구조차도 A건설의 30평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애써 품었던 심리적 안도가 한 순간에 무너져버린 것이다. 30평이면 다 같은 30평인 줄 아느냐는 일갈 같았다.
시골에 가면 외부와의 접점인 대문만은 크고 튼튼한 철대문으로 하는 우리 국민의 유별난 평등의식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이번 강남 아파트값 폭등이 단순한 집이라는 물건 값 상승을 훨씬 뛰어넘는 문제임을 단번에 알아야 한다.
집 없는 사람은 앞으로 집 살 일이 까마득히 멀어졌고 집 가진 사람에게는 그 사람대로 강남 아파트의 현관 면적밖에 안 되는 집에 산다는 박탈감에 자존심을 긁어 놓았다. 전 국민을 기분 나쁘고 배아프게 만든 것이다. 근로의욕·저축동기·성취만족마저 송두리째 앗아가 버렸다. IMF 관리체제 이후 분배구조가 다소 악화되었다고 하더라도 우리처럼 급격한 성장에 이만하면 됐지 자위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번 아파트값 폭등은 지금까지 문제되어 온 부 형성의 과정상 부도덕만이 아니라 결과상의 실질적인 격차문제도 심각함을 실감시켜 주었다. 단순한 부동산 대책 차원의 문제가 아님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경제적 빈자·사회적 약자에 더 큰 배려를
거기다가 한 술 더 떠 대통령은 불난 집에 기름을 들어붙기까지 했다. 일국의 대통령까지 지냈으니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을 것 같은데 퇴임 후에 그토록 넓은 저택이 필요한지 알 수가 없다.
엘리베이터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보행권조차 확보하지 못해 불편한 몸으로 시위장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백만 장애인을 생각할 수 없었는지 아쉽다. 방 8개에 목욕탕 7개도 곧 물 부족 국가가 된다고 물 아껴 쓰기를 애써 실천하고 있는 국민들의 충정은 살필 수 없었는지 아쉽고 아쉽고 또 아쉽다.
한신 지진 때 외형상 천재지변이었는데도 경제적 빈자와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피해가 몰렸던 사실을 두고 한 신문사 편집국장은 이러한 문제와 모순에 대한 검증의 한복판에 언론도 있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하루아침에 집값이 올라 전국민을 허탈하게 만들고 기분 나쁘게 만든 정부를 이 지경에 이르도록 둔 데 언론도 맡은 바 소임을 다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김옥조 한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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