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출신들의 특징 중 하나는 경기장에서 뛰지는 않고 해설자가 되려 한다는 점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제 걸음마를 뗀 초보자가 회장 수준으로 말하는 것만큼 어색해 보일 수밖에 없다.”
지난달 13일 ‘기업은 서울대생에게 무엇을 원하는가’를 주제로 서울대 근대법학교육 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여러 차례 웃음이 터졌다. 기업 담당자들이 지적하는 서울대 출신들의 약점이 ‘너무’ 정확했기 때문이다.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가 주최한 심포지엄에는 주제에 대한 관심도를 반영한 듯 100명 정원의 소강당에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학생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일류’인 자신들의 단점을 들추며 사정없이 꼬집는데도 시종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 입에는 ‘쓴 약’이었지만 자신들에게 꼭 필요한 처방전이라 판단한 것이다.
더욱이 발표를 맡은 각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그들의 선배들. 비판이었지만 애정이 실린 충고였던 것이다.
◇고객지향적 마인드 부족=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말하는 서울대 출신들의 최대 단점은 취약한 대인관계.
외국계 컨설팅업체 ‘ADL(Arthur D Little) Korea’의 김범석 매니저는 “1998년부터 2000년 사이에는 입사자의 43%가 서울대 학부와 대학원 졸업자였으나 지난해 이후에는 공채를 통해 서울대 출신을 1명도 뽑지 않았다”면서 이에 따라 “서울대 출신 직원 비율도 43%에서 27%로 줄었다”고 전했다. 반면 고려대의 경우는 30%까지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
김 매니저는 “서울대 출신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창조적인 면에서는 뛰어나지만 상대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어떻게 만족시킬지 등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즉 고객 지향적인 마인드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 때 연·고대 출신들이 앞자리에 몰려 앉는데 비해 서울대 출신들은 주로 뒤쪽에 앉는 모습에서 그 차이가 단적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개인으로는 뛰어나지만 팀워크에는 소극적이라는 얘기다. 모자이크 조각 같이 다양한 문제를 팀 성원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풀기를 바라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혼자 잘난’ 서울대 출신들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김 매니저는 고려대 출신들의 약진에 주목했다.
김 매니저는 “마케팅 분야에서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는 고대 출신들은 기존의 우직함과 추진력에 서울대, 연대생들의 장점인 세련됨까지 겸비하고 있다”면서 “과거 연대나 서울대생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히던 언어능력이나 국제적인 시각까지 갖추면서 고대생들은 취업시장에서 더욱 차별화된 장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지나친 ‘지적 명쾌함’ 추구도 약점= 벤처기업 휴맥스(주)의 인사업무를 맡아 온 임성원 현덕경영연구소장은 ‘승부근성’을 지적했다.
임 소장은 “(서울대 출신들은) 대학에 입학한 뒤 ‘나는 (일류임이)증명됐으니까 됐다’는 안도감에 승부근성을 잃어 가는 것 같다”면서 “리스크를 감당하는 만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사회에서 기획이나 R&D 같은 분야를 선호하는 안전제일주의는 서울대 출신들의 자질을 의심받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 소장의 ‘해설자론’도 여기서 등장한다.
“지금은 ‘자기 브랜드시대’다. 어디 출신 혹은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살아남기 힘들다는 얘기다. 그런데 서울대 출신들은 자라면서 최고의 엘리트라는 것을 부정당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실제로 지적 잠재력도 뛰어나다. 하지만 기업에서 보자면 이제 일을 시작하는 신입사원일 뿐이다. 현장에 뛰어들어 일을 배워야하는 상황인 거다. 그런데 기업의 회장 수준으로 해설을 하고 있으니….”
지적 명쾌함을 추구하는 ‘결벽증’도 기업의 눈에는 단점으로 비치기도 한다. 임 소장은 “스스로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자세는 좋지만 조직생활에서는 시점이 되면 어떤 형태로든 결론을 내야 한다”면서 “지나치게 명쾌함을 추구하다보니 나머지 5%를 잡고 시간을 흘려보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소극적인 승부근성과 지적 명쾌함을 추구하는 태도는 ‘모라토리움 증후군’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임 소장은 “직접 뛰어들어야 함에도 서울대생들은 사회로 나오길 꺼려하는 ‘모라토리움 증후군’을 보인다”면서 “준비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라 말하지만 고시를 보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은 결국 불시착한 어린 왕자처럼 사회진출을 불안해하는 모습의 반영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기술적 리더십은 앞서나= 임 소장은 또 “연구·개발 분야에서도 각 부분의 업무를 종합하고 조직을 관리하는 업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서울대생은 지식 등 기술적 리더십은 앞서지만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경영적 리더십은 약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원하는 모습은 당연히 이런 단점의 보완이다. 김 매니저는 “개인적으로 2년간의 외국 유학에서 휴강 등으로 수업계획이 바뀌거나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칠판에 적어나가는 수업은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학교가 학생과 교수를 고객으로 보아 경력개발과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토론식, 사례중심의 수업진행과 함께 강도 높은 외국어 교육, 현장 중심의 교육 등이다.
김 매니저는 이어 “이력서에도 고대, 연대 출신은 다양한 사회경험이 보이지만 서울대 출신은 성적과 학점 위주의 심심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스스로 경력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제안했다.
임 소장도 “기업에서 일하려면 타인에 대한 이해, 일이나 성과 모두 골고루 나누며 관리할 수 있는 매니저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향후 경쟁력의 바탕이 될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적극적으로 키워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손정미 기자 jmshon@naeil.com
지난달 13일 ‘기업은 서울대생에게 무엇을 원하는가’를 주제로 서울대 근대법학교육 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여러 차례 웃음이 터졌다. 기업 담당자들이 지적하는 서울대 출신들의 약점이 ‘너무’ 정확했기 때문이다.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가 주최한 심포지엄에는 주제에 대한 관심도를 반영한 듯 100명 정원의 소강당에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학생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일류’인 자신들의 단점을 들추며 사정없이 꼬집는데도 시종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 입에는 ‘쓴 약’이었지만 자신들에게 꼭 필요한 처방전이라 판단한 것이다.
더욱이 발표를 맡은 각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그들의 선배들. 비판이었지만 애정이 실린 충고였던 것이다.
◇고객지향적 마인드 부족=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말하는 서울대 출신들의 최대 단점은 취약한 대인관계.
외국계 컨설팅업체 ‘ADL(Arthur D Little) Korea’의 김범석 매니저는 “1998년부터 2000년 사이에는 입사자의 43%가 서울대 학부와 대학원 졸업자였으나 지난해 이후에는 공채를 통해 서울대 출신을 1명도 뽑지 않았다”면서 이에 따라 “서울대 출신 직원 비율도 43%에서 27%로 줄었다”고 전했다. 반면 고려대의 경우는 30%까지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
김 매니저는 “서울대 출신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창조적인 면에서는 뛰어나지만 상대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어떻게 만족시킬지 등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즉 고객 지향적인 마인드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 때 연·고대 출신들이 앞자리에 몰려 앉는데 비해 서울대 출신들은 주로 뒤쪽에 앉는 모습에서 그 차이가 단적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개인으로는 뛰어나지만 팀워크에는 소극적이라는 얘기다. 모자이크 조각 같이 다양한 문제를 팀 성원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풀기를 바라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혼자 잘난’ 서울대 출신들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김 매니저는 고려대 출신들의 약진에 주목했다.
김 매니저는 “마케팅 분야에서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는 고대 출신들은 기존의 우직함과 추진력에 서울대, 연대생들의 장점인 세련됨까지 겸비하고 있다”면서 “과거 연대나 서울대생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히던 언어능력이나 국제적인 시각까지 갖추면서 고대생들은 취업시장에서 더욱 차별화된 장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지나친 ‘지적 명쾌함’ 추구도 약점= 벤처기업 휴맥스(주)의 인사업무를 맡아 온 임성원 현덕경영연구소장은 ‘승부근성’을 지적했다.
임 소장은 “(서울대 출신들은) 대학에 입학한 뒤 ‘나는 (일류임이)증명됐으니까 됐다’는 안도감에 승부근성을 잃어 가는 것 같다”면서 “리스크를 감당하는 만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사회에서 기획이나 R&D 같은 분야를 선호하는 안전제일주의는 서울대 출신들의 자질을 의심받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 소장의 ‘해설자론’도 여기서 등장한다.
“지금은 ‘자기 브랜드시대’다. 어디 출신 혹은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살아남기 힘들다는 얘기다. 그런데 서울대 출신들은 자라면서 최고의 엘리트라는 것을 부정당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실제로 지적 잠재력도 뛰어나다. 하지만 기업에서 보자면 이제 일을 시작하는 신입사원일 뿐이다. 현장에 뛰어들어 일을 배워야하는 상황인 거다. 그런데 기업의 회장 수준으로 해설을 하고 있으니….”
지적 명쾌함을 추구하는 ‘결벽증’도 기업의 눈에는 단점으로 비치기도 한다. 임 소장은 “스스로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자세는 좋지만 조직생활에서는 시점이 되면 어떤 형태로든 결론을 내야 한다”면서 “지나치게 명쾌함을 추구하다보니 나머지 5%를 잡고 시간을 흘려보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소극적인 승부근성과 지적 명쾌함을 추구하는 태도는 ‘모라토리움 증후군’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임 소장은 “직접 뛰어들어야 함에도 서울대생들은 사회로 나오길 꺼려하는 ‘모라토리움 증후군’을 보인다”면서 “준비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라 말하지만 고시를 보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은 결국 불시착한 어린 왕자처럼 사회진출을 불안해하는 모습의 반영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기술적 리더십은 앞서나= 임 소장은 또 “연구·개발 분야에서도 각 부분의 업무를 종합하고 조직을 관리하는 업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서울대생은 지식 등 기술적 리더십은 앞서지만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경영적 리더십은 약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원하는 모습은 당연히 이런 단점의 보완이다. 김 매니저는 “개인적으로 2년간의 외국 유학에서 휴강 등으로 수업계획이 바뀌거나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칠판에 적어나가는 수업은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학교가 학생과 교수를 고객으로 보아 경력개발과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토론식, 사례중심의 수업진행과 함께 강도 높은 외국어 교육, 현장 중심의 교육 등이다.
김 매니저는 이어 “이력서에도 고대, 연대 출신은 다양한 사회경험이 보이지만 서울대 출신은 성적과 학점 위주의 심심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스스로 경력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제안했다.
임 소장도 “기업에서 일하려면 타인에 대한 이해, 일이나 성과 모두 골고루 나누며 관리할 수 있는 매니저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향후 경쟁력의 바탕이 될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적극적으로 키워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손정미 기자 jmsh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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