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피의자 조 모(32)씨 구타사망사건으로 검찰 수뇌부가 교체된 가운데 재발방지를 위한 수사관행과 제도개선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법조계와 인권단체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강압수사를 근절하고 강력사범에 대한 수사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본지는 피의자 인권보호와 증거위주 과학수사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두차례에 나눠 게재한다. <편집자주>
◇제도개선 앞서 솔직한 반성부터=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검찰 수뇌부와 가혹행위 관계자들을 처벌하는 것으로는 근본처방이 될 수 없다”며 “자백에 의존하는 수사관행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사법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검찰의 솔직한 자기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졌다.
인권운동사랑방은 12일 성명을 통해 “피의자 고문치사 사건에 대해 검찰이 내놓은 대책이 피의자 인권보장 보다는 강압수사에 익숙해진 수사관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수사권 강화방안’에 치중하고 있다”며 “이같은 이유는 검찰의 대책이 이 사건에 대한 진지한 자기반성에서 출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도 “그동안 인권·시민단체의 피의자 인권보장 촉구를 수용하지 않은 결과 검찰조사를 받던 피의자가 숨지는 사건까지 발생했다”며 “근본 처방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사건에 허덕이는 검찰·법원= 법조계는 검사 한명이 한달 평균 수백건의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검찰의 현실이 자백위주 수사관행에 매달리게 한 것으로 지적했다.
이경주(인하대·법학부)교수는 “사정이 이렇다보니 실적에 쫓긴 검찰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증거확보 노력보다 자백을 받기 위한 강압수사 유혹에 빠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 문제는 ‘경찰이 검거와 수사를 전담하고 검찰이 기소한다’는 원칙에 충실하면 쉽게 해결되는 문제”라며 “검찰이 모든 권한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했다.
법원의 책임론도 거론됐다.
법원이 자백의 증거능력을 엄격히 제한하고 한 재판부가 담당하는 사건을 대폭 줄여 피의자의 구두진술을 충분히 듣고 판결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소수의 판사들이 많은 사건을 다루고 있어 형식적인 서면판단으로 결정한다”며 “이에 따라 검찰이 작성한 진술조서가 주요한 증거자료로 채택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수사기관은 자백을 받기 위해 강압수사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 국장은 “법원에서 피의자와 증인에 대한 직접심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자백위주 수사관행도 발붙일 곳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사과정부터 변호사 참여토록= 이와 함께 피의자 인권보호를 위한 다양한 제도개선 방안이 제시됐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문제가 된 밤샘조사를 엄격히 제한할 것을 제도화하고 △검찰 특별조사실 등 수사기관의 폐쇄적 조사실에 CCTV 설치와 제출 의무화 △검찰 신문시 변호인 입회제도 신설 등을 제도개선책으로 제시했다.
한편 대검찰청은 각계의 피의자 인권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의견을 종합수렴해 다음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성홍식·범현주 기자 hss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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