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공약, 혈세 더 쓰기 경쟁인가
이승구 언론인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새벽 산책을 마치고 아파트 단지 입구로 들어서는 데 왠 소방차가 길을 막고 서 있었다. 달포 전 바로 옆 아파트에서 가스 폭발사고가 난 일이 있어 불안한 느낌을 갖고 옆으로 다가갔다. 소방차 앞에는 조그마한 승용차가 주차해 있었고 소방관과 자동차의 주인인 듯한 청년이 서 있었다. “무슨 일 입니까?” “별 일 아닙니다.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는 신고가 들어 와 나왔습니다.” 소방관은 승용차의 후드를 들어 올리고 전선을 축전지에 연결한 다음 소방차의 시동을 걸었다. 몇 번 붕붕거리는 절차를 거쳐 승용차의 시동이 걸렸다. “이런 신고가 자주 들어옵니까?” “그럼요. 아파트 열쇠를 두고 나왔다며 문 열어 달라는 사람도 있어요.”
하루 종일 아침에 일어난 일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자동차의 축전지가 방전돼 시동을 걸 수 없는 시민을 119 구조대가 출동해서 도왔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고 좋은 일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파트 열쇠가 없다고 119에 신고한다는 것은 어쩐지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소방차 한대가 출동하는 비용이 얼마나 될까. 전화를 거는 사람은 물론 그런 계산은 전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국민의 혈세는 엄청나게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에 이르면 은근히 화가 났다. 출동하는 119에도 문제가 있고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는 시민에게는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동네 열쇠 집을 부르면 1만원 정도로 해결할 일을 자기 돈이 아까워서 신고한다는 아침에 만난 소방관의 설명에는 “우리의 시민의식이 아직도 멀었구나” 라고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작은 정부’무색, 세금 더 걷기 공약 판쳐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단일화 후보’로 확정됨에 따라 16대 대통령선거전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후보들은 저마다 표를 얻기 위해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거의가 돈을 더 쓰겠다는 외침뿐이다.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0000억원을, 교육비를 GNP의 X%로 늘리겠다는 달콤한 사탕발림을 서슴지 않는다.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가. 국민의 심장에서 나온다. 국회는 2003년도 예산(일반회계) 1백11조 5천억원을 통과시켰다. 올해 본 예산을 기준하면 5.5% 증가한 규모다. 기획예산처는 국민의 조세부담률이 22.6%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내년 예산이 얼마나 더 증가할지 두려움부터 앞선다. 어디를 얼마 줄이고 어느 곳에 더 쓰겠다는 게 아니라 GNP기준 몇%로 늘리겠다는 소리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군사독재에 오랫동안 시달린 끝에 민주정부를 쟁취했고 이제 그토록 갈망하던 민주정권 시대도 10년을 넘기게 되었다. 그러나 그 민주 10년이 결코 만족스러운 시대였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정말 과거와 같은 정권, 정부를 용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첫 걸음은 효율적인 정부를 세우는 일이며 효율적인 정부는 국민이 내는 세금을 무서워하고 한푼이라도 아끼는 정부라고 감히 정의하고 싶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최대의 과제는 총체적인 국가경쟁력의 향상이다. 국가의 경쟁력은 기업에서 나온다.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국가경쟁력 향상의 지름길이다. 현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으나 현실의 두터운 벽에 막혀 실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정부지출을 줄이고 몸집을 날씬하게 하는 작은 정부 만들기에 실패한데서 시작했다고 지적하고 싶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란 첫째 세금을 줄여 주고 둘째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평균 30%선인 법인세율은 유럽의 일부 복지국가를 제외하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조세부담률도 결코 낮은 편이 아니다.
세금줄이고 효율적으로 쓰는 정책경쟁 해야
정부는 단순비교로 우리의 조세부담률이 OECD국가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부가 국민에게 되돌려 주는 부분 예컨대 복지수준 등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다른 나라에 없는 준조세를 포함하면 국민과 기업의 부담은 더 높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세금을 많이 걷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정부 지출이 많고 또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못 한데서 비롯된다.
세금을 걷는 능력도 많은 문제가 있다. 제대로 내는 기업과 월급쟁이에게는 가혹한 반면 자유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관대하다. 또한 GNP의 30%이상으로 추정되는 지하경제에는 속수무책인 것이 우리나라의 세무행정이다. 그럼에도 세무행정에는 언론은 물론이고 시민단체 학계마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형편이다.
다음 정부는 따라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금부담을 줄여줘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지출을 감소시키는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제는 지난날의 실패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선한 우리 백성이 너무 불쌍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승구 언론인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이승구 언론인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새벽 산책을 마치고 아파트 단지 입구로 들어서는 데 왠 소방차가 길을 막고 서 있었다. 달포 전 바로 옆 아파트에서 가스 폭발사고가 난 일이 있어 불안한 느낌을 갖고 옆으로 다가갔다. 소방차 앞에는 조그마한 승용차가 주차해 있었고 소방관과 자동차의 주인인 듯한 청년이 서 있었다. “무슨 일 입니까?” “별 일 아닙니다.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는 신고가 들어 와 나왔습니다.” 소방관은 승용차의 후드를 들어 올리고 전선을 축전지에 연결한 다음 소방차의 시동을 걸었다. 몇 번 붕붕거리는 절차를 거쳐 승용차의 시동이 걸렸다. “이런 신고가 자주 들어옵니까?” “그럼요. 아파트 열쇠를 두고 나왔다며 문 열어 달라는 사람도 있어요.”
하루 종일 아침에 일어난 일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자동차의 축전지가 방전돼 시동을 걸 수 없는 시민을 119 구조대가 출동해서 도왔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고 좋은 일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파트 열쇠가 없다고 119에 신고한다는 것은 어쩐지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소방차 한대가 출동하는 비용이 얼마나 될까. 전화를 거는 사람은 물론 그런 계산은 전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국민의 혈세는 엄청나게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에 이르면 은근히 화가 났다. 출동하는 119에도 문제가 있고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는 시민에게는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동네 열쇠 집을 부르면 1만원 정도로 해결할 일을 자기 돈이 아까워서 신고한다는 아침에 만난 소방관의 설명에는 “우리의 시민의식이 아직도 멀었구나” 라고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작은 정부’무색, 세금 더 걷기 공약 판쳐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단일화 후보’로 확정됨에 따라 16대 대통령선거전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후보들은 저마다 표를 얻기 위해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거의가 돈을 더 쓰겠다는 외침뿐이다.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0000억원을, 교육비를 GNP의 X%로 늘리겠다는 달콤한 사탕발림을 서슴지 않는다.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가. 국민의 심장에서 나온다. 국회는 2003년도 예산(일반회계) 1백11조 5천억원을 통과시켰다. 올해 본 예산을 기준하면 5.5% 증가한 규모다. 기획예산처는 국민의 조세부담률이 22.6%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내년 예산이 얼마나 더 증가할지 두려움부터 앞선다. 어디를 얼마 줄이고 어느 곳에 더 쓰겠다는 게 아니라 GNP기준 몇%로 늘리겠다는 소리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군사독재에 오랫동안 시달린 끝에 민주정부를 쟁취했고 이제 그토록 갈망하던 민주정권 시대도 10년을 넘기게 되었다. 그러나 그 민주 10년이 결코 만족스러운 시대였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정말 과거와 같은 정권, 정부를 용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첫 걸음은 효율적인 정부를 세우는 일이며 효율적인 정부는 국민이 내는 세금을 무서워하고 한푼이라도 아끼는 정부라고 감히 정의하고 싶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최대의 과제는 총체적인 국가경쟁력의 향상이다. 국가의 경쟁력은 기업에서 나온다.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국가경쟁력 향상의 지름길이다. 현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으나 현실의 두터운 벽에 막혀 실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정부지출을 줄이고 몸집을 날씬하게 하는 작은 정부 만들기에 실패한데서 시작했다고 지적하고 싶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란 첫째 세금을 줄여 주고 둘째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평균 30%선인 법인세율은 유럽의 일부 복지국가를 제외하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조세부담률도 결코 낮은 편이 아니다.
세금줄이고 효율적으로 쓰는 정책경쟁 해야
정부는 단순비교로 우리의 조세부담률이 OECD국가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부가 국민에게 되돌려 주는 부분 예컨대 복지수준 등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다른 나라에 없는 준조세를 포함하면 국민과 기업의 부담은 더 높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세금을 많이 걷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정부 지출이 많고 또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못 한데서 비롯된다.
세금을 걷는 능력도 많은 문제가 있다. 제대로 내는 기업과 월급쟁이에게는 가혹한 반면 자유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관대하다. 또한 GNP의 30%이상으로 추정되는 지하경제에는 속수무책인 것이 우리나라의 세무행정이다. 그럼에도 세무행정에는 언론은 물론이고 시민단체 학계마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형편이다.
다음 정부는 따라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금부담을 줄여줘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지출을 감소시키는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제는 지난날의 실패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선한 우리 백성이 너무 불쌍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승구 언론인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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