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문제와 중국인의 고민
이영일 한중문화협회 회장 호남대학교 교수
탈북자문제는 날이 갈수록 국제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북한주민들이 기아를 면하기 위해 먹을 것이 있는 중국대륙으로 밀려오는 것은 당분간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그러나 탈북자문제가 심각한 국제문제로 부상하는 것은 탈북자를 대하는 중국정부의 태도 때문이다.
중국은 탈북자문제를 인도주의적 입장이나 인권차원의 문제로 보지 않으려 한다. 북한과 중국간에 체결된 불법 입국자 송환에 관한 양국협약을 내세워 탈북자들을 붙잡아 북한으로 강제 송환해야할 대상으로 간주하는데 문제가 있다. 그러나 분명히 말해서 중국과 북한간에 체결된 협약은 양국 간 범법자들의 월경(越境)을 막고 되돌려 보내자는 데 참뜻이 있다. 범법자가 아닌 경우에는 이 협약은 적용되어질 수 없다.
탈북자들은 북한의 법을 어긴 사람들이 아니다. 북한체제를 반대해서 정치투쟁을 하다가 월경한 사람들도 아니다. 굶는 사람들이 먹을 것이 있는 곳으로 뛰쳐나온 사람들이다. 순수한 경제난민들이다. 먹을 것이 없는 북한을 도망쳐 나온 사람들을 다시 먹을 것이 없는 그곳으로 강제송환하다는 것은 인도적 견지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정부도 탈북자문제에 대한 중국의 정책이 국제사회의 호응이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또 자국의 이미지가 인권이나 인도주의를 외면하는 국가로 국제사회에 투영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중국은 유엔 상임이사국으로서 유엔의 인권선언과 난민협약에 참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탈북자문제에 대한 기존정책을 버리지 않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생존위한 경제난민, 강제송환 용납 못해
중국은 일본처럼 일본이나 한국처럼 단일민족국가가 아닌 복수민족국가이다. 비록 한족(漢族)이 압도적인 다수라고 하더라도 56개 소수민족을 안고 살아가는 다민족국가이다. 인종의 섞임을 꺼릴 만큼 인종 순결성을 부르짖는 나라도 아니다. 중국인들이 국부(國父)로 모시는 쑨원(孫文)도 신해(辛亥)혁명을 일으키던 때는 5족(五族)공화(共和)를 부르짖은 바도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56개 소수민족 가운데 조선족만이 유일하게 모국(母國)이 있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 않고 있다. 특히 200만 가까운 조선족은 주로 중국의 만주지역인 동북삼성(東北三省: 야오닝성, 헤이륭장성, 지린성)에 산재하는 가운데 조선족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연변은 자치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 한중수교이후 조선족들의 한국 나들이가 빈번해 지고 연변지역의 경제형편도 나날이 개선되어 가면서 조선족들이 자기들의 뿌리를 생각하게 되고 조선족들 자신의 정체성(正體性)에 대한 각성이 싹틀 수 있게 되었다. 소수민족 정책을 중시하고 있는 중국정부가 이러한 가능성을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오늘의 조선족들이 지금부터 70,80년 전, 더 멀리는 100여 년 전 중국으로 넘어 들어온 사람들이었음을 상기할 때 중국의 탈북자정책은 조선족 정책과 결코 무관할 수 없을 것이다.
그간 중국의 조선족 정책은 저우언라이(周恩來) 수상의 지시에 따라 언어는 북한의 표준말인 이른바 ‘문화어’를 사용하도록 했으며 각급 학교에서 한국역사에 대한 교육은 철저히 배제함으로써 조선족의 중국화를 성공적으로 촉진해 왔다. 그러나 저우언라이 수상의 조선족 정책은 이제 아무런 효용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지난 10년 동안 여름철 3개월 간 붐을 이루는 백두산 관광객의 거의 전부가 한국 사람들이고 또 20만 내지 30만 명 가량의 조선족들이 한국에 와서 일자리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결과 말은 물론이거니와 역사에 대한 지식도 중국 당국이 이제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
일자리 주선, 중국거주 허용해야
중국의 조선족 사회는 바야흐로 한국의 경제적 문화적 영향권 하에 놓이게 되었다. 여기에 앞으로 그 수를 예측할 수 없는 탈북자들이 추가되는 것을 용인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중국은 지금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중국의 조선족 정책도 중국의 개혁개방이전과 같아서는 안 된다. 아울러 탈북자문제도 체포송환이라는 비인도적 접근을 지양하고 탈북자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합법적 중국거주를 허용해야 한다. 탈북자들이 중국 땅에서 하나의 인간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 예컨데 탈북자들에게 임시기류(臨時寄留)를 허가해 주고 한국 등 국제사회의 협조를 얻어 중국어 교육과 일자리를 주선해 주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강제송환정책을 고집하는 한 중국정부는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을 피할 수 없다. 탈북자 강제송환정책은 2008년 올림픽을 준비하는 현대중국의 지향(指向)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정책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영일 한중문화협회 회장 호남대학교 교수
이영일 한중문화협회 회장 호남대학교 교수
탈북자문제는 날이 갈수록 국제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북한주민들이 기아를 면하기 위해 먹을 것이 있는 중국대륙으로 밀려오는 것은 당분간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그러나 탈북자문제가 심각한 국제문제로 부상하는 것은 탈북자를 대하는 중국정부의 태도 때문이다.
중국은 탈북자문제를 인도주의적 입장이나 인권차원의 문제로 보지 않으려 한다. 북한과 중국간에 체결된 불법 입국자 송환에 관한 양국협약을 내세워 탈북자들을 붙잡아 북한으로 강제 송환해야할 대상으로 간주하는데 문제가 있다. 그러나 분명히 말해서 중국과 북한간에 체결된 협약은 양국 간 범법자들의 월경(越境)을 막고 되돌려 보내자는 데 참뜻이 있다. 범법자가 아닌 경우에는 이 협약은 적용되어질 수 없다.
탈북자들은 북한의 법을 어긴 사람들이 아니다. 북한체제를 반대해서 정치투쟁을 하다가 월경한 사람들도 아니다. 굶는 사람들이 먹을 것이 있는 곳으로 뛰쳐나온 사람들이다. 순수한 경제난민들이다. 먹을 것이 없는 북한을 도망쳐 나온 사람들을 다시 먹을 것이 없는 그곳으로 강제송환하다는 것은 인도적 견지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정부도 탈북자문제에 대한 중국의 정책이 국제사회의 호응이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또 자국의 이미지가 인권이나 인도주의를 외면하는 국가로 국제사회에 투영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중국은 유엔 상임이사국으로서 유엔의 인권선언과 난민협약에 참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탈북자문제에 대한 기존정책을 버리지 않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생존위한 경제난민, 강제송환 용납 못해
중국은 일본처럼 일본이나 한국처럼 단일민족국가가 아닌 복수민족국가이다. 비록 한족(漢族)이 압도적인 다수라고 하더라도 56개 소수민족을 안고 살아가는 다민족국가이다. 인종의 섞임을 꺼릴 만큼 인종 순결성을 부르짖는 나라도 아니다. 중국인들이 국부(國父)로 모시는 쑨원(孫文)도 신해(辛亥)혁명을 일으키던 때는 5족(五族)공화(共和)를 부르짖은 바도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56개 소수민족 가운데 조선족만이 유일하게 모국(母國)이 있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 않고 있다. 특히 200만 가까운 조선족은 주로 중국의 만주지역인 동북삼성(東北三省: 야오닝성, 헤이륭장성, 지린성)에 산재하는 가운데 조선족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연변은 자치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 한중수교이후 조선족들의 한국 나들이가 빈번해 지고 연변지역의 경제형편도 나날이 개선되어 가면서 조선족들이 자기들의 뿌리를 생각하게 되고 조선족들 자신의 정체성(正體性)에 대한 각성이 싹틀 수 있게 되었다. 소수민족 정책을 중시하고 있는 중국정부가 이러한 가능성을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오늘의 조선족들이 지금부터 70,80년 전, 더 멀리는 100여 년 전 중국으로 넘어 들어온 사람들이었음을 상기할 때 중국의 탈북자정책은 조선족 정책과 결코 무관할 수 없을 것이다.
그간 중국의 조선족 정책은 저우언라이(周恩來) 수상의 지시에 따라 언어는 북한의 표준말인 이른바 ‘문화어’를 사용하도록 했으며 각급 학교에서 한국역사에 대한 교육은 철저히 배제함으로써 조선족의 중국화를 성공적으로 촉진해 왔다. 그러나 저우언라이 수상의 조선족 정책은 이제 아무런 효용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지난 10년 동안 여름철 3개월 간 붐을 이루는 백두산 관광객의 거의 전부가 한국 사람들이고 또 20만 내지 30만 명 가량의 조선족들이 한국에 와서 일자리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결과 말은 물론이거니와 역사에 대한 지식도 중국 당국이 이제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
일자리 주선, 중국거주 허용해야
중국의 조선족 사회는 바야흐로 한국의 경제적 문화적 영향권 하에 놓이게 되었다. 여기에 앞으로 그 수를 예측할 수 없는 탈북자들이 추가되는 것을 용인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중국은 지금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중국의 조선족 정책도 중국의 개혁개방이전과 같아서는 안 된다. 아울러 탈북자문제도 체포송환이라는 비인도적 접근을 지양하고 탈북자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합법적 중국거주를 허용해야 한다. 탈북자들이 중국 땅에서 하나의 인간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 예컨데 탈북자들에게 임시기류(臨時寄留)를 허가해 주고 한국 등 국제사회의 협조를 얻어 중국어 교육과 일자리를 주선해 주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강제송환정책을 고집하는 한 중국정부는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을 피할 수 없다. 탈북자 강제송환정책은 2008년 올림픽을 준비하는 현대중국의 지향(指向)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정책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영일 한중문화협회 회장 호남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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