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알맹이 없는 TV 경제토론(권화섭 2002.12.11)

지역내일 2002-12-11
알맹이 없는 TV 경제토론
권화섭 객원논설위원


어젯밤 열린 대선후보 3인의 경제관련 2차 TV 합동토론은 1차 토론과 마찬가지로 기계적인 진행 방식과 시간 제약으로 인해 애당초 만족스러운 토론이 될 수 없었다. 대선후보들의 토론에서 국민들이 듣고자 하는 것은 제한된 이슈에 관한 상대방 헐뜯기 식의 논쟁이 아니다. 현재의 경제상황이 새로운 위기를 우려할 정도로 어려운 만큼 대선 후보들도 그에 걸맞은 진지한 문제 접근과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려는 자세를 보여주었어야 한다.
이런 가운데서도 대선 후보들은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에 관해 몇 가지 중요한 화두를 제시했다. 그것은 현재의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책임 소재와 IMF 외환위기에 대한 평가, 개방정책의 문제점, 그리고 재벌개혁과 노사관계 및 빈부격차 등에 관해서다.

주요 경제현안, 문제만 제기 대책 논의 없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가계부채가 정부의 부동산 경기조장과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관행으로 빚어졌다면서 은행 영업행태의 개혁을 제기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흔히 개인 신용 불량자들의 불건전한 소비행태와 카드사용을 비난하지만 정말로 지탄받아야 할 도덕적 해이는 정부의 무원칙인 경기부양과 금융권의 위험을 무시한 과당 대출경쟁이기 때문이다.
IMF 외환위기 5년은 우리의 금융기관과 주요 기업들의 소유권을 대거 외국인들의 손에 넘겨준 채 지금 새로운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국면에 직면해 있다. 권영길 후보는 이를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김대중 정부가 무작정 추종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글로벌 개방시대에 자본의 국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의 국제전략 하에서 우리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얼마나 안전할 수 있는지는 앞으로의 금융기관 및 기업 해외매각에서 좀더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개방문제에 관한 논의는 권영길 후보의 쌀농사 절대 방어와 이회창, 노무현 후보의 개방 불가피론으로 의견이 갈렸다. 그러나 쌀 관세화가 이미 외교적 노력으로 막을 수 있는 단계가 지난 것이 사실이라면 개방 여부에 관한 논란은 무의미하다. 그보다는 UR타결 이후 지난 10년간 김영삼 정부에 이어 김대중 정부 하에서도 쌀 개방에 대비한 실효성 있는 농업 및 농촌 정책이 어째서 마련되지 못했는지에 관한 진지한 반성과 대책 논의가 있어야 했다.
재벌정책에 관해서는 정경유착 단절과 기업지배구조개혁이 그 해답이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구조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정부의 개입은 정경유착과 관료부패의 온상이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하에서의 빅딜 정책과 기업구조조정의 결과가 그것을 증명한다.
3인 대선 후보들은 성장과 분배 정책에 관해 상당한 견해의 차이를 드러냈다. 그러나 ‘성장이 없는 분배’와 ‘분배를 외면한 성장’이 다같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인 이상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될 수 없다. 이 문제에 관한 좀더 바람직한 접근은 현재의 우리 경제에 관한 확실한 인식과 합리적 대응이다.

은행 및 주요 기업 해외 매각 재고해야
IMF 외환위기 5년을 거치면서 우리는 빈부격차의 확대, 노사관계 불안정의 고조, 사회적 기업불신 풍조의 확산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전반적으로 사회적 갈등을 높이면서 잡다한 정부규제와 함께 우리나라를 기업하기 매우 나쁜 나라로 만들고 있다.
이런 상태로는 이회창 후보의 6% 성장이나 노무현 후보의 7% 성장 공약은 무의미해진다. 그러나 권영길 후보가 주장하는 노동자 지주제의 확대가 우리경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인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중남미 국가들의 참담한 경제 현실은 신자유주의에 따른 무방비한 대외개방,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 정경유착과 빈부격차 확대의 복합적 결과이다. 우리나라는 결코 그런 길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 그러나 대선 후보 3인의 경제문제에 관한 정략적 접근과 상대방 헐뜯기 식 토론은 우리경제의 앞날을 낙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남은 대선 기간 동안이라도 대선 후보들은 주요 국정문제에 관해 국민적 여론 수렴과 의견 결집에 진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권화섭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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