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평화적 해법 절실한 체첸사태(이경일 2002.11.01)

지역내일 2002-11-01
평화적 해법 절실한 체첸사태
이경일 언론인 전 한국언론재단 이사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모스크바 인질사건이 러시아 특수부대 진압작전으로 일단락되었으나 진압과정에서 200명에 가까운 인명이 희생된 것은 크게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사망자들의 대부분이 특수 신경가스에 의해 중독되어 사망했다는 의혹이 번지고 있는 것은 결코 간과할 사안이 아니다.
러시아 특수부대가 사용한 독가스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는 ‘살인가스’를 사용해서 인질범들은 물론 무고한 인질들을 사망하게 한 행위는 국가테러라고까지 주장할 수 있다. 진압작전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국민연설을 통해 “모든 인질들을 구할 수 없었다. 용서해 달라”고 말했다. 러시아정부는 “최악의 경우 인질 전원과 투입된 병력 등 1000명이 사망할 수 있었다”고 진압의 정당성을 옹호했다.
하지만 800여 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볼모로 한 상황의 불가피성과 위급성을 감안할지라도 특수가스의 사용이 정당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체첸분리주의자들로 밝혀진 인질범들의 주장이 순수하고 절박하다고 하더라도 무고한 사람들을 인질로 삼아 러시아정부와 세계를 협박한 행동 역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러 ‘살인가스’ 사용은 ‘국가테러’ 비난 고조
우리들이 주지하듯이 이번 사건의 발생원인은 러시아의 체첸점령에서 비롯되었다. 1859년 제정러시아에 의해 점령된 이후 체첸인들은 끊임없이 독립투쟁을 전개해 왔다.
체첸인들은 ‘소수민족의 자결원칙’을 주장했던 니콜라이 레닌이 집권하면 분리 독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실망적이었다. 단명에 그친 레닌 집권에 이어 새로운 독재자로 등장한 스탈린은 소수민족의 자결은커녕 오히려 ‘러시아족에 의한 복속’을 강화할 따름이었다.
체첸인들의 독립투쟁은 옛소련이 붕괴되면서 새롭게 점화되었다. 그들은 94년부터 96년까지 1차 체첸전을 감행한 데 이어 99년부터 현재까지 2차 체첸전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한때 100만명을 넘었던 인구는 80여만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쟁으로 사망했거나 전화를 피해 타지역으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푸틴 집권이후 격렬해지고 있는 체첸인들의 저항에 대해 러시아 군은 강력한 무력응징으로 맞서왔다. 러시아가 면적이 2만㎢도 채 안되는 체첸공화국에 대해 분리독립을 허용하지 않는 이유는 체첸의 막대한 석유매장량 때문이다.
체첸은 전쟁이 발발하기 전 연간 260만톤의 원유를 생산해왔던 석유의 보고이다. 더구나 흑해로 연결된 송유관 가운데 약 150㎞가 체첸을 경유하고 있어 러시아로서는 그 지역의 독립을 결코 용인할 수 없는 형편이다.
체첸인들의 대부분은 회교도들이다. 따라서 러시아가 체첸독립을 인정할 경우 러시아 전역에 산재해 있는 2000만명으로 추산되는 이슬람 세력을 자극하고 여타 소수민족들의 독립움직임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농후하다. 체첸반군 진압으로 국민적 인기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된 푸틴이 체첸에 대해 강경책을 써온 것이 이번 인질사건을 야기한 원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해결방안은 푸틴 대통령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 군이 인질사건 이후 체첸반군에 대해 대규모 보복공격을 벌인 것은 체첸사태의 평화적 해결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보복공격에 즈음해서 ‘테러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조처는 작년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무한전쟁’을 선언한 부시 미국 대통령의 결의를 연상케 한다.

체첸 독립열망 묵살 말고 협상으로 풀어야
푸틴 대통령이 과잉진압 비판을 외면하고 대 체첸 강경방침을 밝히자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푸틴을 두둔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 이라크 전쟁에서 러시아의 지지가 필요한 미국과 영국으로서는 이번 사건 처리를 러시아 정부의 입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강대국들의 이해타산 속에서 러시아와의 전쟁종식과 대화를 원하는 체첸분리 독립세력의 목소리가 완전히 무시되고 있는 현상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체첸분리주의자들이 극단적 방법으로 그들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것은 국제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그러나 민족이 다른 강대국으로부터 분리 독립하고자 하는 그들의 열망은 국제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러시아군의 체첸주둔이 장기화하고 ‘무조건 대화’를 요구하는 체첸반군세력의 주장이 계속 묵살된다면 체첸사태는 해결되기 어렵다. 러시아 정부의 유연한 전략변화가 무엇보다도 절실히 필요하다.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도 시도되어야 한다.




이경일 언론인 전 한국언론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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