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총리에 무당파 내각을
김 호 준
정치평론가
충남대학교 초빙교수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새 정부의 첫 총리 인선문제로 고심중이라고 한다. 새 정권의 구도를 ‘개혁 대통령-안정 총리’로 설정하고 총리감을 물색중이지만 아직 이렇다할 단안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전직 총리 출신인 고건, 이홍구, 이수성 등을 놓고 저울질을 해봤으나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시큰둥한 여론에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다. 국무총리는 정권의 ‘작은 얼굴’이다. 특히 정권 출범 초 첫 총리가 함축하는 상징성은 매우 크다. 그런 자리에 식상한 구시대 인물들의 이름만 오르내리니 “선거 때 공약했던 ‘낡은 정치 타파’는 어디로 갔느냐”는 불만이 터질 법도 하다.
노 정권은 원내 소수파다. 여소야대를 어떻게 타개하느냐가 큰 관심사다. 노 당선자의 이미지는 아직 불확실성이 많고 불안정한 편이다. 적대적이거나 불안해하는 세력을 껴안아 대화합을 이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첫 총리나 각료로 어떤 얼굴을 내세우느냐가 정국돌파와 민심수습에 아주 중요하다. 지금처럼 북핵대결, 반미문제 등으로 나라가 미묘한 국면에 처한 때는 인사문제로 오해를 사거나 갈등을 격화시키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말해 첫 총리는 시장논리에 투철한 ‘경제 총리’, 첫 내각은 정치색이 배제된 ‘무당파(無黨派) 내각’이 맞다는 생각이다. 그런 구도라야 불안해소 노력이 힘을 받을 뿐더러 정치적 포용력을 넓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여소야대 타개, 민심 수습의 열쇠
개혁이 성공하려면 경제안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노 당선자가 ‘개혁 대통령’의 파트너로 ‘안정 총리’를 언급한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안정 총리’는 뭐니뭐니해도 경제에 밝은 경제통이라야 적격이다. 대통령은 정치개혁에 전념할 테니 총리는 경제안정에 힘쓰라는 합리적 역할분담이 성립된다. 대통령과 총리의 상호 보완적 관계는 국민에게 안정감을 준다. 노 당선자가 2004년 총선 후 시행하겠다는 ‘분권형 대통령제’니 ‘책임 총리제’라는 게 별것인가. 이런 역할분담이 바로 ‘분권형 대통령제’요 ‘책임 총리제’다.
경제에서 안정과 개혁은 대립적인 것이 아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통하는 개념이다. 경제는 지속적으로 개혁해야 생산성 투명성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성장과 안정이 도모된다. 바꿔 말해 ‘개혁 대통령-안정 총리’는 ‘정치개혁 대통령-경제개혁 총리’로 치환할 수 있다. 대통령과 총리가 함께 끄는 이 ‘개혁의 쌍두마차’는 국민의 변화 열망에 부응할뿐더러 “노무현 정권은 개혁정권”이라는 기대에 현실성을 더해줄 것이다.
경제부처를 통괄하는 경제부총리가 있는데 총리까지 경제통을 기용하는 건 ‘옥상옥(屋上屋)’이라는 비판이 일 수 있다. 그러나 경제안정·경제개혁을 일부 부처간 조율문제가 아니라 범정부 차원의 국가적 추진과제로 보면 문제될 게 없다. 오히려 의욕적인 인사로 보아야 한다. 새 정부가 추진할 난공(難攻)의 ‘7% 경제성장’이나 ‘동북아경제 중심국가’ 전략에 부합하는 적극적인 포석이다. 노 당선자나 주변의 진보적 성향을 두고 긴장하는 재계를 안심시키는 데도 ‘경제 총리’처럼 호소력 있는 대안이 없을 것이다.
노 당선자가 국정의 제1목표로 삼을 정치개혁은 정파의 이해를 넘어 추진할 때 비로소 힘을 받는다. 기존의 여·야당을 초월해서 ‘큰 정치’를 펴야 공감대를 넓힐 수 있다. 대립노선을 지양하고 야당과도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개혁은 성공한다. 원내 소수파인 노무현 정권은 ‘무당파’를 표방하고 거국적 협조를 구해야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국회 과반수 의석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의 협조 없이 노 정권의 순항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노 당선자가 역점을 두고 있는 정당개혁이나 재벌개혁, 주5일 근무제, 교육개혁, 복지정책 등은 국회에서 관련법안이 통과되어야 실행이 가능하다. 이런 문제해결에 정권의 무당파성은 정쟁을 줄이고 초당적 지지기반을 확대시켜줄 수 있다.
정파 초월 ‘큰 정치’ 펴야 힘 받아
정당정치에서 보면 ‘무당파 내각’은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여소야대 정국에선 지혜일 수 있다. 특히 노무현 진영이 “이건 정권재창출이 아니다”라고 선언할 만큼 정부·여당과의 관계가 애매한 것이라면 민주당에 전리품을 나눠줄 이유는 적어진다. 대선 때 기회주의적으로 처신한 의원 수십 명을 ‘역적’으로 분류한 ‘민주당 살생부’도 그런 논리를 뒷받침한다. 또 현역의원은 입각할 경우 내년 총선 때문에 1년의 단명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여야를 배제한 무당파 조각(組閣)에 합리성을 부여한다.
인사는 메시지가 분명해야 한다. 총리는 정체성이 뚜렷할수록 좋고, 내각은 최고의 인재로 짜는 게 중요하다. 전문성 있고 도덕성 강한 인사들이 정부를 지휘하고 인사의 지역적 편중은 없어야 한다. 새로 불거진 세대간 갈등을 막기 위해 노·장·청 안배도 고려해야 마땅할 것이다.
김호준 칼럼니스트 충남대학교 초빙교수
김 호 준
정치평론가
충남대학교 초빙교수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새 정부의 첫 총리 인선문제로 고심중이라고 한다. 새 정권의 구도를 ‘개혁 대통령-안정 총리’로 설정하고 총리감을 물색중이지만 아직 이렇다할 단안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전직 총리 출신인 고건, 이홍구, 이수성 등을 놓고 저울질을 해봤으나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시큰둥한 여론에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다. 국무총리는 정권의 ‘작은 얼굴’이다. 특히 정권 출범 초 첫 총리가 함축하는 상징성은 매우 크다. 그런 자리에 식상한 구시대 인물들의 이름만 오르내리니 “선거 때 공약했던 ‘낡은 정치 타파’는 어디로 갔느냐”는 불만이 터질 법도 하다.
노 정권은 원내 소수파다. 여소야대를 어떻게 타개하느냐가 큰 관심사다. 노 당선자의 이미지는 아직 불확실성이 많고 불안정한 편이다. 적대적이거나 불안해하는 세력을 껴안아 대화합을 이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첫 총리나 각료로 어떤 얼굴을 내세우느냐가 정국돌파와 민심수습에 아주 중요하다. 지금처럼 북핵대결, 반미문제 등으로 나라가 미묘한 국면에 처한 때는 인사문제로 오해를 사거나 갈등을 격화시키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말해 첫 총리는 시장논리에 투철한 ‘경제 총리’, 첫 내각은 정치색이 배제된 ‘무당파(無黨派) 내각’이 맞다는 생각이다. 그런 구도라야 불안해소 노력이 힘을 받을 뿐더러 정치적 포용력을 넓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여소야대 타개, 민심 수습의 열쇠
개혁이 성공하려면 경제안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노 당선자가 ‘개혁 대통령’의 파트너로 ‘안정 총리’를 언급한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안정 총리’는 뭐니뭐니해도 경제에 밝은 경제통이라야 적격이다. 대통령은 정치개혁에 전념할 테니 총리는 경제안정에 힘쓰라는 합리적 역할분담이 성립된다. 대통령과 총리의 상호 보완적 관계는 국민에게 안정감을 준다. 노 당선자가 2004년 총선 후 시행하겠다는 ‘분권형 대통령제’니 ‘책임 총리제’라는 게 별것인가. 이런 역할분담이 바로 ‘분권형 대통령제’요 ‘책임 총리제’다.
경제에서 안정과 개혁은 대립적인 것이 아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통하는 개념이다. 경제는 지속적으로 개혁해야 생산성 투명성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성장과 안정이 도모된다. 바꿔 말해 ‘개혁 대통령-안정 총리’는 ‘정치개혁 대통령-경제개혁 총리’로 치환할 수 있다. 대통령과 총리가 함께 끄는 이 ‘개혁의 쌍두마차’는 국민의 변화 열망에 부응할뿐더러 “노무현 정권은 개혁정권”이라는 기대에 현실성을 더해줄 것이다.
경제부처를 통괄하는 경제부총리가 있는데 총리까지 경제통을 기용하는 건 ‘옥상옥(屋上屋)’이라는 비판이 일 수 있다. 그러나 경제안정·경제개혁을 일부 부처간 조율문제가 아니라 범정부 차원의 국가적 추진과제로 보면 문제될 게 없다. 오히려 의욕적인 인사로 보아야 한다. 새 정부가 추진할 난공(難攻)의 ‘7% 경제성장’이나 ‘동북아경제 중심국가’ 전략에 부합하는 적극적인 포석이다. 노 당선자나 주변의 진보적 성향을 두고 긴장하는 재계를 안심시키는 데도 ‘경제 총리’처럼 호소력 있는 대안이 없을 것이다.
노 당선자가 국정의 제1목표로 삼을 정치개혁은 정파의 이해를 넘어 추진할 때 비로소 힘을 받는다. 기존의 여·야당을 초월해서 ‘큰 정치’를 펴야 공감대를 넓힐 수 있다. 대립노선을 지양하고 야당과도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개혁은 성공한다. 원내 소수파인 노무현 정권은 ‘무당파’를 표방하고 거국적 협조를 구해야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국회 과반수 의석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의 협조 없이 노 정권의 순항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노 당선자가 역점을 두고 있는 정당개혁이나 재벌개혁, 주5일 근무제, 교육개혁, 복지정책 등은 국회에서 관련법안이 통과되어야 실행이 가능하다. 이런 문제해결에 정권의 무당파성은 정쟁을 줄이고 초당적 지지기반을 확대시켜줄 수 있다.
정파 초월 ‘큰 정치’ 펴야 힘 받아
정당정치에서 보면 ‘무당파 내각’은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여소야대 정국에선 지혜일 수 있다. 특히 노무현 진영이 “이건 정권재창출이 아니다”라고 선언할 만큼 정부·여당과의 관계가 애매한 것이라면 민주당에 전리품을 나눠줄 이유는 적어진다. 대선 때 기회주의적으로 처신한 의원 수십 명을 ‘역적’으로 분류한 ‘민주당 살생부’도 그런 논리를 뒷받침한다. 또 현역의원은 입각할 경우 내년 총선 때문에 1년의 단명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여야를 배제한 무당파 조각(組閣)에 합리성을 부여한다.
인사는 메시지가 분명해야 한다. 총리는 정체성이 뚜렷할수록 좋고, 내각은 최고의 인재로 짜는 게 중요하다. 전문성 있고 도덕성 강한 인사들이 정부를 지휘하고 인사의 지역적 편중은 없어야 한다. 새로 불거진 세대간 갈등을 막기 위해 노·장·청 안배도 고려해야 마땅할 것이다.
김호준 칼럼니스트 충남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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