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돈 없이 공약 이루어지나(안찬수 2003.01.30)

지역내일 2003-01-30 (수정 2003-02-02 오후 4:42:38)
돈 없이 공약 이루어지나
안찬수 재정금융팀장

돈 없이 공약 이루어지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활동이 한 달 넘게 진행되면서 노무현 당선자 정부의 정책방향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노 당선자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10대 아젠다에 대한 토론은 차기 정부가 추진해갈 정책방향의 대강을 짐작케 했다. 이런 정책들이 착실히 실천된다면 분명 우리나라는 매우 살기 좋은 나라가 되리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실현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따져보는 것 또한 필요하리라고 본다.
노 당선자를 앞으로 5년간 한국이라는 세계 12위 정도의 경제규모를 지닌 기업의 CEO라고 가정해보자. 기업과 국가는 분명 차이가 있지만 둘 다 ‘경영’이라는 관점 아래 비교해볼 수 있으리라고 본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할 요건은 재정충당 방안에 대한 검토일 것이다.
그 동안 인수위에서 제기되거나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내용들을 보면 노 당선자의 정부는 우선 ‘돈 쓸 곳’이 참 많다. 물론 그 명분은 4대 격차의 해소 등을 꼽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우리 사회는 IMF를 거치면서 4대 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4대 격차란 지역간, 계층간, 산업간, 세대간의 차이가 점차 차별로 굳어져가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대통령 당선자가 이런 문제점에 대해 인식하고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 하다. 그러나 희망과 현실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

재정대책 없이 돈 쓸 일만 발표
노 당선자 정부는 대표적으로 임기 중에 교육재정 6% 와 농림예산 비중의 10% 이상 확대, 문화예산 비중 2% 확보, 연구개발투자비 GDP 3% 확대, 보육예산 4배 증액 등을 내걸었다. 세부 정책과제에 들어가면 돈 들어갈 데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320만 명의 기초생활보장을 위한 교육·의료비 등의 급여확대를 비롯 저임금 근로자에게 세액공제액이 소득세보다 많을 경우 차액을 돌려주는 근로소득세액공제확대 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또 지방분권과 각종 사회복지 예산의 경우 20조원∼30조원이 더 들어가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세출이 크게 늘어난다면 연간 수십조원 이상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지만 이를 충당할 세입확대 방안은 거의 없다. 한 마디로 모두가 열심히 쓸 곳만 연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모 부처에서는 “당선자가 예산을 늘려줄 터이니 어디다 쓸 것인지 검토해보자”는 분위기도 있다고 한다.
국가경영에서 ‘쓸 돈’은 원천적으로 국민 호주머니에서 걷어들이는 세금이 모체다. 국가 재산의 매각 등을 통해 얻어지는 세외수입항목이 있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지도 않고 국민의 정부 때 팔만한 것은 거의 팔아치워 앞으로 더 팔 것도 별로 없다. 앞으로 노 당선자가 담당할 5년 임기 동안의 세입에 대해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경제성장률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게 돼있다. 우리나라 재정의 조세탄성치가 약 1.2% 포인트라고 한다면 올해 일반회계 세입예산액 약 1백조원을 기준으로 성장률 1% 의 등락에 따라 약 1조 2천억원의 세금이 오르거나 내리게 돼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경제상황은 지난해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 세입예산은 더 줄여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세입여건이 불투명한 것이다. 그러나 쓸 곳은 점차 늘어만 가고 있다.

공약 지키려 ‘과중한 세금’ 부과 경계해야
비록 노 당선자의 임기가 시작되는 해이기는 하지만 2003년은 예산 년도로 봤을 때 이미 김대중 정부가 짜놓은 예산의 틀에 따라 움직이게 돼 있다. 엄밀히 ‘김대중 예산’이지 ‘노무현 예산’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현행 예산에는 또 예산구조를 혁명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어쩔 수 없이 지출되는 경직성 예산 항목이 있다. 소위 법정경비로서 미국 등의 예산 구조에서 ‘의무지출’이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국방비 인건비 등 이들 비용이 약 50% 이상 차지한다. 한 마디로 빠듯한 살림에서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경제를 활성화시켜 파이를 키우든가 국민 세금을 더 짜내든가, 기존 예산의 세출을 구조조정 하든가, 빚을 내든가 4가지 방법이 있다. 노 무현 정부는 과연 이 4가지 중 어떤 방법을 통해 세출 수요를 맞출 것인지 궁금하다. 과거 역사로부터 우리가 얻은 교훈이 있다면 ‘세금을 더 많이 걷는 개혁’이라는 말은 성립되기 어려운 명제라는 점이다.



안찬수 재정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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