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군

지역내일 2003-02-27
이제는 서비스시대 3. 전북 무주군의 실험
‘통제’에서 ‘섬김’으로
권위의 ‘벽’헐어내고 군민의 자치로‥ 관 주도 버리고 군민축제 정착


호텔 로비같은 민원실에 들어서자 마자 미소를 머금은 직원이 전통차를 내놓는다. 담당 직원은 코가 땅에 닿을 만큼 허리를 숙이고 원스톱서비스를 약속한다. 다음날 군수는 ‘별 불편은 없었느냐’며 안부전화로 하고.
같은 날 저녁 군청 소회의실에서는 난상토론이 벌어진다. 정책부서는 물론 실무부서의 핵심인 6급직원들과 군수가 머리를 맞대고 시책방향을 놓고 설전을 벌인다. 며칠간의 밤샘 끝에 2003년을 낡고 부패한 사고방식과 이기주의, 낙후 시설을 말끔히 청산하는 ‘낙후추방의 원년’으로 만들자는 결의를 모아냈다.
무주군 430여 공무원과 3만여 군민의 새로운 실험은 이렇게 시작됐다.

◇ 관행을 깨야 관치가 사라진다
담장·벽 헐고 공직자 다면평가 도입

무주군의 실험은 ‘관행 파괴’에서 시작됐다. 민선자치가 열린 지난 1996년 무주군은 군청을 둘러쌓고 있던 담장을 헐어냈다. 권위와 문턱을 뜯어낸다는 각오였다. 두꺼운 담이 헐려 나가면서 군청 앞마당에는 분수대가 들어서고 어린이 놀이터가 되고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가 됐다. 관광객들에게는 기념 사진을 찍는 단골 코스가 됐다. 민원실은 은행식 창구로 바뀌었다.
급기야 2000년 5월에는 군청 모든 사무실의 벽을 헐어내고 개방형 사무실로 바꿨다. 벽이 있던 자리에 야상화 꽃밭과 토종어류 수족관, 공예품 전시관이 들어섰다. 전국의 많은 지자체 관계자들이 ‘무주를 배우자’고 다녀갔고 여전히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관행파괴는 공직자 인사에서도 나타났다. 민간에서나 이뤄지던 ‘공직자 다면평가제’를 2000년에 도입해 적용하고 있다. “인기투표 하는 거냐”며 시큰퉁 하던 공무원들도 해를 넘기면서 긍정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또 2001년 10월 군단위에서는 처음으로 전자입찰제를 시행, 입찰행정의 투명성을 높였고, 2053억원이 투입된 수해복구 사업에 CM(Construction Management. 건설사업관리제) 제도를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활동으로 무주군은 2000년 경영행정대상(국무총리기관 표창)등 중앙정부는 물론 언론사, 전문단체 등이 최우수 사례로 선정한 단골 지자체가 됐다. (수상 실적 참조)

◇ “이런 산간오지 보셨습니까?”
‘무료 순환버스 타고 주민자치센터로 목욕간다’

국내 지자체 중 바다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내륙의 한 가운데(실제 무주군 설천면을 기준으로 무궁화 위성이 돌고 있다) 위치한 무주군은 산간벽지의 대명사였다. 민선 이후 무주는 바뀌기 시작했고 지난 2002년에는 ‘삶의 질 향상부문 최우수단체상’(능률협회)을 수상하기도 했다.
우선 군민들은 10분 간격으로 365일 운행하는 무료순환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안성 부남 무풍 설천면의 주민들은 홀수일과 짝수일을 나눠 주민자치센터에 마련된 목욕탕을 이용한다. 열린 군청사 2층에는 1년내내 밤 10시까지 운영하는 ‘인터넷까페’가 마련돼 있다. 2002년에 개관한 보건의료원은 무료 건강검진을 통해 그 결과를 데이터베이스화, 예방차원의 진료를 가능하게 한다.
4계절 천연잔디와 함께 관중석에 등나무로 그늘을 만든 ‘등나무 운동장’은 운동경기 뿐 아니라 영화를 무료로 상영하는 야외극장으로 활용된다. 또 문화관광부 최우수 사례로 선정된 ‘예체문화관’은 수영장과 헬스, 공연전시장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각종 프로그램을 제공 받을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마을회관은 관광객의 민박집이 되기도 하고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한글학당이 되기도 한다.

◇ 반딧불이로 시작한 지역특화
‘반딧불이가 못 살면 사람도 못 살아’

무주군이 언론과 지자체 사이에서 주목 받은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반딧불이’다. 전남 함평군의 나비가 그런 것처럼 무주의 반딧불이는 3cm를 겨우 넘는 미물이 아니라 무주군의 아이덴터티가 됐다. 군 개발 청사진의 시작과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딧불이라는 지표곤충을 군의 트레이드마크로 활용, 산업 관광 행정 문화 등 전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군민의 동의와 동참을 이끌어 내기란 쉽지 않았다. 메모지 하나에서부터 건설분야까지 “반딧불이가 살지 못하면 사람도 살 수 없다”는 자세로 임했다. 이제는 읍내 식당의 상당수가 ‘반딧불’을 상호명으로 쓸 정도여서 ‘반딧불 무주=청정지대’의 등식을 만들어 가고 있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인 도로와 제방을 걷어내고 돌과 나무, 수초와 야생화를 심었다. 하천은 치수 기능과 함게 자연미를 최대한 살린 자연하천으로 되살아 났다. 지난해 여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집중호우에서도 돌로 쌓은 남대천 제방이 시가지를 지켜내 ‘수해복구 사업의 전형’이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숲 가꾸기 사업에서 나온 산림 부산물로 유기질 퇴비를 만들어 친환경농법에 활용하고 있다. 군 전체에 굴뚝이 있는 이른바 ‘공해산업’시설이 없다. 겨울철 눈길 제거에 염화칼슘을 쓰지 않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환경친화적으로 개발된 녹색 임도는 산악 MTB와 트레킹 코스로 활용한다. 군 전체를 야생동물수렵금지구역으로 지정한 것도 눈에 띈다. 6회를 맞는 반딧불축제는 국내 대표적인 환경축제로 자리 잡아 문화관광부가 우수문화축제로 지정하고 있다.
무주군은 푸른지구상(97년 국제환경노동문화원) 환경시범자치단체(98년 환경부) 지속가능한도시대상(2001. 건교부 등) 환경운동대상(2002. 환경부) 등 자타가 인정하는 녹색도시로 성장했다.

◇ 전통으로 먹고 산다
‘술 콩 삼베’등 전통산업 테마마을

무주군이 실험은 최종적으로 군민의 풍족하고 여유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데 맞춰져 있다. 자치의 가장 큰 분수령이 결국은 주민소득과 직결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군은 지난해부터 ‘가장 무주적인 소득산업’개발을 위해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왔다.
고심 끝에 나온 것이 ‘1촌 1품’운동. 1개 마을에서 공해없는 전통산업을 일으키고 각 지역 중심지에 마련된 상설시장(반딧불장터)이 전통상품의 집산지가 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마을마다 전통수공예 생산 시설을 갖추고 상시 전시관 및 판매센터를 갖췄다.
적상면 서창마을은 적상산 자락에서 생산한 산머루를 이용, 와인생산 시설을 갖춰 ‘술 익는 마을’로 키워간다. 이동마을은 전통된장을 비롯, 국산 콩으로 만드는 모든 상품을 취급하는 ‘콩 익는 마을’치목마을은 전통기법으로 베를 생산하는 국내 최대 수의 생산 마을을 꿈꾸고 있다.
무주군 신호상 정책관리실장은 “1촌1품 운동은 상설시장과 어울려 지역경제를 살리는 무주군의 기본 경제단위가 될 것”이라며 “무주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 “공무원이 편하면 주민 눈에 눈물난다”
마음을 움직이는 신바람 자치

“처음에는 민원이 접수되면 규제조항이 뭔가부터 찾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를 찾게 되었다.”(민원실 근무 직원) “뙤약볕에서 100m가 훨씬 넘는 터널을 세우면서 ‘내가 이럴려고 공무원이 됐나’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그러나 행사 기간 내내 군민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기념물로 기록되면서 이듬해에는 자발적으로 나서게 됐다.”(반디불 터널 공사를 직접 담당한 직원)
무주군 공직자들은 하나같이 검게 그을린 얼굴을 하고 있다. 항간에는 공무원들이 가장 꺼리는 근무지라고도 한다. 그만큼 일과 요구사항이 많다. 한 간부급 공무원은 “항상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산다”고 말한다.
‘해도 너무한다’는 볼멘 소리가 나올 때도 있다. 그러나 그간의 각종 평가가 증명하듯 이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평을 받는다. 군민에게 무료로 개방한 각종 시설은 여느 지자체 같으면 일과시간에만 개방할 법도 한데 공휴일은 물론 늦은 밤까지 문을 열어 놓는다. 군민들의 동참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집과 일터로 찾아간다.
태권도공원 평가 실사단을 맞은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전국 21개 지자체가 경쟁에 나선 가운데 군민의 유치열기를 보여주기 위해 군민의 3분의 1인 1만여명이 무주군 입구에서부터 실사단을 맞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중앙부처 예산 확보 작업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만큼 공무원들은 바쁘고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김세웅 군수는 ‘의사당에 불이 환할 때 국민이 편안히 잠들 수 있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공무원이 편하면 주민 눈에서 눈물이 나는 법”이라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가장 극진한 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 군수 인터뷰 - 군청 방위병, 군수 되다
3선의 김세웅(49세) 무주군수는 1991년 7월 도의원을 거쳐 95년부터 거푸 3번째 민선단체장에 당선됐다. 민선 2기 선거에서는 당시 국민회의의 아성이었던 지역에서 무소속 당선의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정규학력이 중졸이었던 그는 방통고와 방통대를 거쳐 지금은 행정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인구 3만의 소도읍 토박이로 아무개네 집 숟가락 수를 알 만큼 지역에 밝다. 작은 지역이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많다. 1976년 그는 군청 병사계 일을 돕던 방위병이었다. 당시 병사계 차석 공무원은 지금 군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관리실장으로 김 군수를 보좌하고 있다. 김 군수는 “그때 공무원들 구두 참 많이 닦았다”고 말했다.
김 군수는 추진력과 아이디어가 넘치고 대중연설에 탁월한 재능을 갖춘 인물로 꼽힌다. 반딧불축제도 그의 제안에서 시작됐다고. 군립 의료원은 민간병원이 부도로 경매처분 되자 이를 낙찰받아 군민의 병원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97년 동계U대회를 치러낸 단체장 답게 수 급의 알파인 스키 실력을 갖고 있다. 호불호가 분명해 지지자와 반대세력이 극명하게 나뉜다. 이러한 평가에 대해 그는 “변화에 대한 맹목적인 반대가 가장 힘들고 어려웠다”면서 “절대다수의 군민들이 믿고 지지해 준 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군민이) 군청을 군민의 집으로 만들고 무주가 청정환경의 중심지가 되도록 함께 해 준 것을 가장 큰 영광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남은 임기 동안 군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주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수상실적
푸른지구상 (97년 국제환경노동문화원)
환경시범자치단체(98년 환경부)
제3회 지방자치경영혁신단체대상(98년 능률협회)
민원행정전국최우수기관(99년 행정자치부)
제1회 경영행정우수단체장(2000년 능률협회)
제5회 지방자치경영대상최우수단체상(2000년 능률협회)
제2회 공공부문혁신대회우수사례(2000년 기획예산처)
경영행정대상(2000년 국무총리기관표창)
제1회 지방자치개혁박람회우수사례(2000년 행자부)
지속가능한도시대상(2001년 국토도시계획학회 등)
구조혁신 우수군(2001년 행자부)
제3회 자치경영혁신전국대회우수상(2002년 능률협회)
제10회 환경운동대상(2002 조선일보)
제7회 한국지방자치경영대상 ‘삶의질 향상’최우수단체상(2002년 능률협회)
2002 주민자치센터 박람회 특별상
한국지방자치 경쟁력 경영성과부문 3위(2002년 한국공공자치연구소)
지자체 조직혁신업무 우수기관(2002년 행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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