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새 경제팀의 과제(권화섭 2003.03.04)

지역내일 2003-03-04 (수정 2003-03-04 오전 11:07:40)
새 경제팀의 과제
권화섭 객원논설위원



새 정부의 경제팀은 국내외 경제상황이 대단히 불확실한 가운데 개혁과 안정을 적절히 조화시켜 나가야 하는 지극히 어려운 과제를 부여받았다. 개혁과 안정은 갈등적 개념이다. 그러나 개혁 없는 안정은 정체를, 안정 없는 개혁은 혼란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그 둘은 필연적 보완관계를 형성한다.
최근 산업활동지표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무역수지가 연 2개월 째 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 올해 우리경제의 성장률이 3%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은 김진표 부총리가 이끄는 경제팀이 풀어가야 할 첫 번째 과제다. 이런 상황에서 개혁과 안정을 함께 추구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유연성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이 점에서 우리는 경제팀이 사회문화 부처의 ‘파격’ 발탁과는 대조적으로 안정 위주로 짜여졌고 김 부총리가 조정능력과 균형감각을 인정받는 인물이라는 점에 기대를 가진다.

경제상황 불투명, 성장률 3%대 추락 우려
김진표 부총리는 3일 첫 경제장관간담회를 열고 시중에 금융기관의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식의 정책은 지양하고 그 대신에 재정의 조기집행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토지 환경 수도권 규제 등의 완화와 법인세율의 단계적 인하를 통해 기업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재의 상황에서 이것은 가히 경제정책의 모범답안이다. 그동안 정부의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이 부동산 거품과 가계신용위기를 촉발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남겼고 그 후유증 때문에 현재로서 전혀 그러한 부양책을 동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단기적인 경기부양과 국민들의 경제적 불안감 해소는 분명히 구별해야 한다. 지금 기업과 국민이 우려하는 것은 단기적인 경기상황 악화가 아니라 새 정부의 개혁 지향성이 경제현실을 외면하고 지나치게 경직되고 성급한 접근 형태를 띠게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김진표 경제팀은 성장과 분배의 조화, 성장잠재력 확충,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 목표를 국민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재벌개혁의 원칙이나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되풀이 나열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
특히 경제발전 전략의 측면에서 새 정부는 전임 김대중 정부의 외환위기 극복과 경제구조조정의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는 경제운용의 기본 틀을 확실하게 민간자율과 분권화에 입각한 민주적이고 시장친화적인 체제로 바꾸어가야 한다. 동시에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다짐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고 싶은 나라”를 실천하는 것을 경제개혁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것은 정부가 기업을 개혁의 대상이 아닌 진정한 협력의 파트너로 대하며 기업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할 수 있도록 경쟁적 환경을 만들어주는 ‘서비스 정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1년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치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우리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과 발전전략 창출을 위해서는 “정부와 시장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며 정부-기업관계는 한국의 발전단계와 세계경제의 변화에 맞춰 진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외환위기 이후 한국인들이 스스로 한국경제에 대한 확신이 흔들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제는 다시 새로운 자신감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기업 자율성·잠재력 배양하는 개혁 되길
스티글리치 교수의 이러한 충고는 그동안 갈등과 긴장을 높여온 정부-기업관계의 개선을 위해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그것은 정부와 시장, 즉 정부와 기업 관계가 긴밀하지 못하면 경제발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현재의 한국경제 발전단계에서 정부는 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을 지양하고 기술개발 장려, 교육의료제도 개선, 금융증권시장 및 식품안전 관련 규제와 같은 경제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특히 외환위기 이후 스스로 우리경제를 지나치게 평가절하하고 과거의 성장전략을 무작정 해체하려 했던 사실을 반성하고 우리의 경제적 자부심을 회복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를 최단시간에 극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적 표준과 제도를 절대시하고 한국적 제도와 관행을 죄악시함으로써 우리의 경제적 자부심에 중대한 손상을 입혔다. 이런 패배주의로는 새 경제를 만들 수 없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이 새 경제의 출발점이다.





권화섭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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