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소파 개정’ 대선 정략 아니길(남봉우 2002.12.06)

지역내일 2002-12-06
‘소파 개정’ 대선 정략 아니길
남봉우 정당팀장


‘소파 개정’이 대선 쟁점으로 떠오른 요즘 정부 외교채널의 핵심 관계자는 우리 외교의 현황을 얘기하면서 달라진 한미관계를 흥미롭게 들려줬다. 지난 시절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외교가 없었다고 했다. 미국의 일방적 주문에 따라갔을 뿐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가장 두드러진 예가 군인들인데 예전에는 미군 영관급 인사가 우리 장성을 오라가라 해도 아무 말 없이 따랐지만, 지금은 국방상의 한미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 우리나라 별 셋 짜리가 나갔는데 그쪽에서 별 둘 짜리가 나오면 “그쪽도 별 셋 짜리가 나오라 그래” 할 정도가 됐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과거의 한미관계는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와 1만 달러의 관계였다면, 지금의 변화는 국민소득 1만 달러의 한국과 3만 달러의 미국의 관계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여중생 사망사건이 처리되는 과정을 보면서 아직도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1대 3 이상의 차이가 느껴져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유력 후보들, 부시 사과 소파 개정 요구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높아지면서 대선후보들의 미국에 대한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졌다. 지난 화요일 진행된 TV합동토론에서 이회창 노무현 권영길 세 후보 모두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주장했고, 부시 미 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요구했다.
애초 미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왔던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나, “대선 전에 미국을 다녀올 일 없다”고 큰소리쳤던 노무현 후보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대미 저자세를 취할 것으로 우려됐던 이회창 후보조차 앞장서서 ‘국민의 분노’를 얘기한다. 이 후보는 세 후보 중 가장 먼저 부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전당원의 소파개정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민첩함을 보여줬다.
어쨌거나 대선이라는 특수한 환경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들 대선 후보들의 여중생 사망과 소파에 대한 태도는 지도자로서 당연하면서도 바람직한 자세라는 게 유권자들의 생각일 것이다.
반미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자 김대중 대통령은 ‘소파 개선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이 준 국방부 장관과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5일 오전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를 열고 소파 운용절차를 개선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미국은 소파 개정은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소파의 개선은 이번 파문을 잠시 가라앉히기 위한 정치적 미봉책”이라며 전면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개정을 포함한 제반 문제는 사실상 다음 정부의 몫이다. 그런 만큼 다음 대통령으로 유력한 이회창 노무현 후보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한 것은 이미 ‘차기 대통령’으로서의 약속이라는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97년 15대 대통령 당시 최대의 화두는 IMF극복이었다. 당시 대통령 후보들 역시 나름대로 외환위기 분위기를 선거에 유리하게 활용하려고 애를 썼었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IMF극복을 위해 전력을 투구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국가와 정권의 운명이 거기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차기 대통령, 소파 개정 공약 꼭 지켜야
19일 한표를 찍을 유권자는 올해 우리나라를 휩쓴 반미 분위기 한가운데 있었던 바로 그 사람들이다. 금년 2월 부시 미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으로,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오노의 승리 탈취로 한반도가 들썩거릴 때 유권자들은 바로 그 자리에 있었다.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분노하고 있는 대부분의 인사들도 또한 그 유권자들이다.
만약 유력 대선 후보들의 소파 개정 공약이 대선을 관통하고 있는 이러한 반미분위기를 편승하려는 얄팍한 수단이라면 지금이라도 솔직히 고백하는 게 낫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입맞추고 싶겠지만 여중생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소파 개정 요구는 여느 공약과 다르다는 점을 후보들이 분명히 기억했으면 한다.
물론 협상이라고 하는 게 상대가 있는 게임인 만큼 어느 일방의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예컨대 미국이 소파 운용 개선에는 동의하지만 개정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후 미국의 눈치를 보며 ‘사정이 달라졌다’고 발뺌한다면 그 정권은 성립부터 새로운 저항운동에 부닥칠 것이다.

남봉우 정당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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