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소녀 가장, 인천 부평6동 정미네 사는 이야기

“고등학교는 마쳐야 하는데”

지역내일 2003-02-18 (수정 2003-02-21 오후 2:51:52)
“우리 애가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살아야 할텐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 그게 내 남은 삶의 의미야.”
윤학문 할아버지(79)는 거친 손을 들어 초등학교 3학년인 정미를 쓰다듬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시 부평구 부평6동, 정미는 높이 치솟은 아파트 숲 사이에 있는 판자촌에 살고 있다. 이곳에서 정미는 내년에 팔순인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정미의 아빠는 알콜중독으로 행방불명 됐다. 어머니 또한 가출 후 재혼을 한 상태이다.
정미네 집은 산동네 판자촌 입구에 무너질 듯 위태롭게 서있다. 지난해말 1차 철거가 진행됐다. 올해 들어 막바지 철거가 진행될 것이라는 소문에 가슴을 졸이며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다. 전세 300만원에 세들어 사는 정미네는 철거가 시작되면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 목재 구해 손수 의족 만들어 = 정미는 좁고 퀘퀘한방안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꼼지락거린다. 정미의 얼굴에는 울긋불긋한 반점이 여러개 나 있다. 몸에서는 피부병이 자꾸 재발하고 기관지염또한 심각한 상태다. 집안에 통풍이 안되기 때문에 걸린 병이다.
할아버지는 거의 걷지를 못한다. 99년 교통사고로 인해 한 쪽 다리를 잃고 의족으로 생활한다. 나머지 다리도 마비상태로 끌고 다닌다. 의족은 직업이 목수였던 할아버지가 손수 깎았다. 300여만원이나 하는 의족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리가 마비된 사실이 증명되면 1급이 되는데 병원마다 엑스레이 한번 찍으면 10만원이 넘으니….”
현재 한쪽 무릎 밑이 절단된 상태의 할아버지는 장애 4급으로 판정받았다. 나머지 한 쪽마저 신경이 마비된 게 증명되면 1급 장애가 된다. 1급이면 100만원이 넘는 생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엑스레이를 찍을 수 있는 10만원이 없어 이마저 포기하고 있는 상태다.

◇ “미술학원에 보내고 싶다” = 할머니는 고혈압으로 일을 할 수가 없다. 할머니는 다리가 아파서 바닥에 누우면 일어나기가 힘들다. 부천시의료보험조합원 13명이 돈을 내서 침대를 하나 사줬다. 침대에서는 할머니와 정미가 자고 할아버지는 침대 밑에 자리를 정했다. 허름한 쪽방이 옆에 붙어있지만 기름값을 아끼느라 방 하나에서 생활한다.
정미는 그림을 잘 그려서 미술대회에도 자주 출전한다. 할머니는 정미를 미술학원에 보내고 싶다. 하지만 돈이 없어 공부를 못시키는 게 가장 가슴아프다.
사회복지법인 굿네이버스에서 일하는 김성일 상담사는 “소녀소녀 가장세대의 58.7%가 30만원이하의 열악한 수입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50만원이상은 11.0%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정미네 형편도 마찬가지다.
김 상담사는 2년 반 전 정미네와 알게 됐다. 정미는 잘생기고 친절한 상담사 오빠가 보고싶다. 하지만 김 상담사는 정미가 기다리는 만큼 자주 찾아올 수 없다. 부평구 관내에만 소년소녀 가장이 78세대 109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소년소녀 가장들의 주된 수입원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보조금과 민간단체에서 지원하는 결연 후원금이다. 정미네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따른 최저 생계비 32만원과 6만 5000원의 시·구 지원금으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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