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물 시장기능 왜곡하는 또다른 축-도매법인과 무능한 공무원

도매법인 허위경매 유도, 관련 공무원… ‘난 몰라’

지역내일 2000-08-24
지난주 강원도에서 배추를 싣고 온 한 수집상은 경매에 참여하지 못해 생물(生物)을 죽여
(?) 헐값에 팔 수밖에 없었다.
오전 11시 경매에 맞춰 달려 온 이 수집상은 11시21분에 시장에 들어 왔으나 경매는 6분전
인 11시 15분에 끝나버렸다. 도매법인 경매사는 단 한마디만 남긴 채 자리를 떳다. “다음에
있을 오후 3시 경매에 참여하라”고.
이같은 일은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는 일이다.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는 오전 3시, 11시, 오후 3시, 6시 등 하루 네 차례 경매가 실시된
다. 하지만 경매시작 시간만 있을 뿐 마치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수집상들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시작시간에 맞춰 와야 된다는 얘기다.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왜곡책임이 중도매인들에게 집중되자 참다 못한 중도매인은 관리 사무
소 직원에게 솔직히 우리가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단속해 달라고 애원했다.
그 중도매인은“정상적으로 하지 않느냐. 잘 안되면 가지고 와 봐라. 우리(관리사무소)가 나
설려고 해도 수사권이 없지 않느냐”는 황당한 답변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시장 기능 왜곡의 또 다른 주범 1…도매법인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안에 있는 현행법(농안법)상 산지에서 직접 물품을 구입해서 경매를
붙이도록 돼 있다.
지난 88년 시장 개설이후 법대로 지켜진 예가 거의 없다. 법인은 능력도 없을뿐더러 애써
하려고 하지 않는다.
산지물품 구입은 대개 중도매인과 산지유통인(수집인) 사이의 몇 십 년간 이어 온 인간적인
관계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법인은 아직까지 생산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법인은 굳이 산지출하독촉을 하지 않는다. 돈 안되고 자리만 많이 차지하는 엽채류에 관심
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법인은 이 대신 중도매인과 산지유통인들이 수집한 물품에 대한 형식적인 경매를 해 준다.
이들이 장부를 조작해 물량을 축소하는 불법 거래를 묵인한다. 그 대가로 수수료(거래대금
의 6%)만 챙기는 것이다.
법인은 또 자신들이 부담해야할 각종 공과금을 법인에게 떠넘긴다. 청소비, 하차비 등 지난
해 농수산물시장에 부과된 공과금 12억 원 가운데 11억 원을 중도매인들이 부담했다.

법보다 더 힘을 발휘하는 업무방침
법인들은 규정과 달리 자신들 마음대로 방침을 만들어 놓고 중도매인들을 옳아 매고있다.
형행 농안법에는 중도매인이 월 1천만 원 이상 법인경매 물품을 사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고이며 3회 누적이면 허가 취소로 규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법인들은 업무방침이라는 이름으로 최소 제한금액을 2천500만원∼6천만 원으로 바꿨다.
이 때문에 일부 상인들은 법인들의 방침을 충족시키기 위해 거래하지도 않은 물품을 만들어
서 허위서류를 작성하고 수수료 몫으로 법인에다 떼주는 형편이다.
이 같은 법인의 전횡이 가능한 것은 중도매인들의 목줄을 법인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바른
말하다 ‘눈엣가시’로 찍히면 법인과 맺은 약정이 해제되는 엄청난 피해를 입어야 한다.
이와는 달리 자신들의 말을 잘 듣는(?) 중도매인들에게는 상당한 인센티브를 준다.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담보 금액의 몇 배가 넘는 물품 구입비를 빌려주는 것이다.

무능한 관리사무소- 시장왜곡 주범 2
농수산물관리사무소에는 소장을 포함 모두 50명의 직원이 있다. 이 가운데 청경과 기능직
인원을 빼면 17명만 정규직이다.
이들은 시장내 시설 관리, 운영, 유통지도 등으로 분류, 전담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 가장 중
요한 업무는 정상경매를 지도·감독하는 것이다.
과연 제대로 하고 있을까. 한마디로 ‘무능’이다.
하루에만도 법인, 중도매인, 산지수집인 사이에서 수없이 일어나는 허위경매, 거래 수량줄이
기 등 각종 불·탈법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다. 정상경매를 제대로 유도하지 못하고 있다
는 얘기다.
불법묵인…법인 등과 유착의혹
지난 한해 관리사무소가 비 상장 거래와 불법 위탁판매 행위 등으로 단속한 중도매인 등은
겨우 48명에 그치고 있으며 올해는 7월말 현재 49명만 단속한 실적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관리사무소는 시장안에 있는 잔품처리장 350여개 가운데 대부분이 불법 시설물인데도 불구
그냥 봐주고 있다. 지금와서는 이를 양성화하기 위한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또 잔품처리장은 개인소유가 될 수 없다. 거의 대부분의 잔품처리장 사용주가 지난 98년 이
후 바뀌지 않았고 처리장이 수 천 만 원에 음성적으로 거래되고 있는데도 ‘강 건너 불 구
경’이다.
짧은 임기, 개혁의지없는 관리사무소
시 산하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농수산물관리사소가 제1의 회피 근무처다. 끊이지 않는 잡음
때문에 잘 해 봐야 고생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는 “이들 대부분이 발령 받았을 때 이미 떠날 갈 날만 헤고 있다”고
까지 비아냥 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정규직 직원들의 임기는 대개 1∼2년 사이다. 농안법과 시장 메카니즘을 제대로 파악할 때
즈음면 다른 곳으로 떠난다.
소장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95년1월에 부임한 추인호 소장이 2년9개월 재임, 장수소장으로
꼽힐 뿐 올 8월까지 4명의 소장이 바꿨으며 이들은 대개 1년 정도 머물다 갔다.
이들 직원들 사이에 공용시장 전문가가 없다. 수 십년간 시장에서 삶의 터전을 일궈 온, 노
회한(?) 상인과 법인을 감당해 낼 재간도 없다.
이 같은 직원들 임기와 인적구성은 시장 개혁의 의지를 절대 생산하지 못했다. “있는 동안
소란 없이 아무 일 없으면 된다”는 식의 무사안일과 직무유기만 난무할 뿐이다.

턱없이 부족한 관련 공무원
농수산물관리사무소는 턱없이 부족한 인원으로 불법을 막을 수 없다고 인식을 갖고 있다.
실제로 관리사무소의 정규직 직원 가운데 실제 현장에서 정상 경매를 지도 단속하는 직원은
계장을 포함, 7명이다. 중도매인들의 불법거래를 단속하는 직원은 계장과 직원 2명 등 3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엄청난 규모의 시장 곳곳을 찾아다니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불법 경매 등을 방관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관리사무소 한 직원은 “한계를 느낀다. 열심히 하지만 솔직히 벅차다”라며 어려움을 토로
하기도 했다.

잘못된 출발…무작위 입점이 화근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이 지난 88년 개장이후 파행운영되데는 법인, 중도매인, 산지수집인들
사이에 먹이사슬처럼 얽힌 공생 메카니즘, 관련공무원들의 직무유기 등이 주원인 이지만 잘
되지 않을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개장당시 대구시는 충분한 준비도 없이 팔달시장 등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들을 무분별하게
끌어 들였다.
시는 이들이 관행처럼 저질러 온 불법을 막지 않았다. 불법 시설물도 그냥 눈감아 주었다.
시장 활성화와 책임자의 치적이 우선 이였기 때문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현행법을 따르지 않고 공용시장이 제 기능을 할 수 없도록 만든 ‘자충
수’가 되 버린 것이다.
개장 13년이 지난 지금 시장구성원들의 불법과 이를 묵인한 관련 공무원들은 이젠 도저히
합법을 운운할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몰았다.
●유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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