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회사들의 몇 년에 걸쳐 개발한 신약들이 대부분 저조한 판매실적으로 본전도 건지지 못해 ‘신약’이라는 이름값을 못하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신약 승인을 받았으나 선진국에서 판매 허가는 받지 못한 소위 ‘국산 신약’은 7종(천연물 신약 3종 포함) 정도다. 개발회사들은 신약으로 승인된 후 각종 장밋빛 전망들을 내놨으나 대부분 개발비를 회수하는 것도 불투명한 상황이며 일부는 홍보비도 건지지 못할 정도로 초라한 매출 성적을 냈다.
화려하게 등장했던 국산 신약들. 판매승인 이후 현주소를 알아본다.
◇초라한 ‘신약 1호’, SK제약 선플라 = SK제약 선플라는 99년 국산 신약 1호를 알렸던 백금계 항암제. 당초 이 약은 위암 치료를 위한 항암제로 개발됐는데, 위암의 경우 수술의 효과가 탁월해 항암치료가 많지 않아 회사의 속을 태웠다. 개발된 지 4년이 다돼가는데도 식약청에 제출해야 하는 환자 3000명분의 자료를 모으지 못했다.
판매실적은 더 초라하다. 의약품 마케팅 조사기관인 IMS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종합병원 매출은 25억6000만원이며 2001년에는 29억8000만원, 2002년에도 30억원을 간신히 넘기는 데 그쳤다.
문제는 비슷한 백금성분의 항암제가 외국계 제약회사 뿐 아니라 국내 제약사들에서도 나오고 있어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이 약의 개발에 10년 동안 81억원의 비용이 들었다.
한편 SK제약 측은 회사가 여러 가지 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신약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공개하기는 곤란하다며 관련 정보에 대해 전혀 알려줄 수 없다는 반응으로 일관했다.
◇의사 처방 안나오는 SK제약 조인스정 = 역시 SK제약 제품인 조인스정도 참담할 정도로 매출 실적이 저조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망에 파악된 자료에 따르면 2002년 조인스정은 1억 1360만원어치가 처방됐다. 물론 심평원에 전산으로 청구하는 병원의 비율은 30%선이므로 이 액수가 처방된 전량을 뜻하는 것은 아니나, 종합병원의 경우 90% 이상이 반영되고 있어 조인스정이 사실상 일선 의료기관에서 거의 처방되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
SK제약은 이 약에 대해 ‘부작용이 적은 천연물 성분’을 내세웠으나 의사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조인스정을 개발하는 데 약 60억원의 돈이 들어갔다.
SK제약은 제품 발매 당시 조인스정으로 국내시장에서 5백억원 이상, 해외에서 200억원 이상의 매출이 가능하다고 호언했다.
◇희귀약품 딱지붙은 대웅제약 이지에프 = 대웅제약 이지에프는 2호 신약으로 당뇨병으로 썩어들어가는 발을 치료하는 약이다.
2002년 이 약의 매출은 4억원에 불과했다. 한 바이얼에 58만원이 넘는 이지에프의 매출이 저조한 것은 임상시험이 완전히 종료되지 않은 채, 희귀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희귀의약품은 연 매출 5억원 이하인 제품이 대상이다”며 “이 약이 급히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조기에 허가가 났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91년부터 50억원을 들여 이지에프를 개발했다.
이 회사는 이지에프의 독특한 효능 때문에 일정 수준의 매출은 보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중동과 256만불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중국, 미국, 유럽, 일본 등의 라이센스 계약 체결을 위해 다수 회사와 접촉중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경쟁자 만난 중외제약 큐록신정 = 중외제약 큐록신정은 국산 신약가운데 처음으로 임상시험 전단계를 국내에서 완료한 신약이다.
큐록신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퀴놀론계 항생제로 기존 국산 신약보다 시장성이 좋아 큰 기대를 모았다. 중외제약은 첫 해 세 달정도만에 약 2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이는 초기 약국들이 제품을 비치하기 위한 물량이며 실제로 이 만큼이 처방됐다는 뜻은 아니다. 심평원에 전산으로 청구된 액수는 약 1억 2000만원 정도.
중외제약 관계자는 “올해 120억원 이상의 매출 목표를 세웠으며 1분기의 경우 분기 목표량의 70%정도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큐록신 개발과정에서 국산 신약으로는 유례없는 20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했다.
문제는 올초 LG생명과학이 비슷한 계통의 항생제인 팩티브로 미국 FDA 승인을 받아 경쟁이 불가피해진 것. 이는 국내 개발이란 효과가 분산될 수 밖에 없음을 뜻한다.
◇생존기간 확인안된 동화약품 밀리칸주 = 동화약품 밀리칸주는 최근 간암치료제로 개발됐으며 최근 정부기관에서 수여하는 각종 상을 수상했다.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비해 지금까지 실적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약 100여명의 환자가 이 약을 투여받았다. 사용한 병원도 신촌세브란스와 건양대병원 두 곳 뿐이다.
밀리칸주는 한 세트에 240만원이 넘는 고가인데다 이 약을 투여했을 때 과연 기존 치료법보다 생존기간을 늘려주는지에 대한 확인자료가 없어 아직 활발히 처방되지 않고 있다. 이 약이 환자에 사용된 지가 1년도 안됐기 때문에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에 비해 환자의 수명이 얼마나 연장되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동화약품은 밀리칸주 개발에 43억원 가량을 투자했으며 연간 약 2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최근 9개 종합병원에서 이 약을 사용하기로 결정을 내렸다”며 “항암제 신약의 경우 종합병원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과정이므로 이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산 신약 냉대 어디까지= 동아제약의 스티렌정과 구주제약의 벌독성분 아피톡신이 시장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국산 신약 가운데는 저조한 매출로 투자비 회수조차 의문스러운 경우도 많다.
업계에서는 국산 신약에 대한 일방적인 냉대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약개발 초기인 만큼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계 회사들에 비해 훨씬 적은 투자비용이나 열악한 인프라로 인해 획기적인 신약이 없는 것이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한 상위 제약회사 연구소장은 “의사들이 여러 논문에서 충분히 검증된 약을 사용하려는 것이 당연하다”며 “의약품은 철저히 품질로 승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N
지금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신약 승인을 받았으나 선진국에서 판매 허가는 받지 못한 소위 ‘국산 신약’은 7종(천연물 신약 3종 포함) 정도다. 개발회사들은 신약으로 승인된 후 각종 장밋빛 전망들을 내놨으나 대부분 개발비를 회수하는 것도 불투명한 상황이며 일부는 홍보비도 건지지 못할 정도로 초라한 매출 성적을 냈다.
화려하게 등장했던 국산 신약들. 판매승인 이후 현주소를 알아본다.
◇초라한 ‘신약 1호’, SK제약 선플라 = SK제약 선플라는 99년 국산 신약 1호를 알렸던 백금계 항암제. 당초 이 약은 위암 치료를 위한 항암제로 개발됐는데, 위암의 경우 수술의 효과가 탁월해 항암치료가 많지 않아 회사의 속을 태웠다. 개발된 지 4년이 다돼가는데도 식약청에 제출해야 하는 환자 3000명분의 자료를 모으지 못했다.
판매실적은 더 초라하다. 의약품 마케팅 조사기관인 IMS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종합병원 매출은 25억6000만원이며 2001년에는 29억8000만원, 2002년에도 30억원을 간신히 넘기는 데 그쳤다.
문제는 비슷한 백금성분의 항암제가 외국계 제약회사 뿐 아니라 국내 제약사들에서도 나오고 있어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이 약의 개발에 10년 동안 81억원의 비용이 들었다.
한편 SK제약 측은 회사가 여러 가지 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신약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공개하기는 곤란하다며 관련 정보에 대해 전혀 알려줄 수 없다는 반응으로 일관했다.
◇의사 처방 안나오는 SK제약 조인스정 = 역시 SK제약 제품인 조인스정도 참담할 정도로 매출 실적이 저조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망에 파악된 자료에 따르면 2002년 조인스정은 1억 1360만원어치가 처방됐다. 물론 심평원에 전산으로 청구하는 병원의 비율은 30%선이므로 이 액수가 처방된 전량을 뜻하는 것은 아니나, 종합병원의 경우 90% 이상이 반영되고 있어 조인스정이 사실상 일선 의료기관에서 거의 처방되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
SK제약은 이 약에 대해 ‘부작용이 적은 천연물 성분’을 내세웠으나 의사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조인스정을 개발하는 데 약 60억원의 돈이 들어갔다.
SK제약은 제품 발매 당시 조인스정으로 국내시장에서 5백억원 이상, 해외에서 200억원 이상의 매출이 가능하다고 호언했다.
◇희귀약품 딱지붙은 대웅제약 이지에프 = 대웅제약 이지에프는 2호 신약으로 당뇨병으로 썩어들어가는 발을 치료하는 약이다.
2002년 이 약의 매출은 4억원에 불과했다. 한 바이얼에 58만원이 넘는 이지에프의 매출이 저조한 것은 임상시험이 완전히 종료되지 않은 채, 희귀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희귀의약품은 연 매출 5억원 이하인 제품이 대상이다”며 “이 약이 급히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조기에 허가가 났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91년부터 50억원을 들여 이지에프를 개발했다.
이 회사는 이지에프의 독특한 효능 때문에 일정 수준의 매출은 보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중동과 256만불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중국, 미국, 유럽, 일본 등의 라이센스 계약 체결을 위해 다수 회사와 접촉중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경쟁자 만난 중외제약 큐록신정 = 중외제약 큐록신정은 국산 신약가운데 처음으로 임상시험 전단계를 국내에서 완료한 신약이다.
큐록신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퀴놀론계 항생제로 기존 국산 신약보다 시장성이 좋아 큰 기대를 모았다. 중외제약은 첫 해 세 달정도만에 약 2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이는 초기 약국들이 제품을 비치하기 위한 물량이며 실제로 이 만큼이 처방됐다는 뜻은 아니다. 심평원에 전산으로 청구된 액수는 약 1억 2000만원 정도.
중외제약 관계자는 “올해 120억원 이상의 매출 목표를 세웠으며 1분기의 경우 분기 목표량의 70%정도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큐록신 개발과정에서 국산 신약으로는 유례없는 20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했다.
문제는 올초 LG생명과학이 비슷한 계통의 항생제인 팩티브로 미국 FDA 승인을 받아 경쟁이 불가피해진 것. 이는 국내 개발이란 효과가 분산될 수 밖에 없음을 뜻한다.
◇생존기간 확인안된 동화약품 밀리칸주 = 동화약품 밀리칸주는 최근 간암치료제로 개발됐으며 최근 정부기관에서 수여하는 각종 상을 수상했다.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비해 지금까지 실적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약 100여명의 환자가 이 약을 투여받았다. 사용한 병원도 신촌세브란스와 건양대병원 두 곳 뿐이다.
밀리칸주는 한 세트에 240만원이 넘는 고가인데다 이 약을 투여했을 때 과연 기존 치료법보다 생존기간을 늘려주는지에 대한 확인자료가 없어 아직 활발히 처방되지 않고 있다. 이 약이 환자에 사용된 지가 1년도 안됐기 때문에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에 비해 환자의 수명이 얼마나 연장되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동화약품은 밀리칸주 개발에 43억원 가량을 투자했으며 연간 약 2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최근 9개 종합병원에서 이 약을 사용하기로 결정을 내렸다”며 “항암제 신약의 경우 종합병원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과정이므로 이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산 신약 냉대 어디까지= 동아제약의 스티렌정과 구주제약의 벌독성분 아피톡신이 시장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국산 신약 가운데는 저조한 매출로 투자비 회수조차 의문스러운 경우도 많다.
업계에서는 국산 신약에 대한 일방적인 냉대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약개발 초기인 만큼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계 회사들에 비해 훨씬 적은 투자비용이나 열악한 인프라로 인해 획기적인 신약이 없는 것이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한 상위 제약회사 연구소장은 “의사들이 여러 논문에서 충분히 검증된 약을 사용하려는 것이 당연하다”며 “의약품은 철저히 품질로 승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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