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21세기 ‘바그다드의 아수라장'(안병찬 2003.04.03)

지역내일 2003-04-03 (수정 2003-04-03 오전 11:07:00)
21세기 ‘바그다드의 아수라장’

안병찬 경원대학교 초빙교수 언론학



20세기의 일이다. 문 앞에 적(敵)이 있었다. 그 적은 코카서스의 유전 지대를 노리는 아돌프 히틀러의 정예중의 정예인 제6군이었다. 유전 지대의 최후 전략 거점인 스탈린그라드를 일거에 함락할 기세였다. 하늘에서 독일 제8공군의 전폭기 3천대가 쏟아 붓는 폭탄세례는 밤낮 없이 스탈린그라드를 불태워 개와 고양이까지 볼가강을 헤엄쳐 달아났다고 묘사된다.
히틀러는 침공에 의해서 소련에 정치적 변동이 일어나 붕괴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스탈린이 중대한 패배를 하면 자국민들에 의해서 타도될 것이라는 희망사항을 기정사실로 여겼다. 실제로 히틀러는 참모총장 요들 장군에게 이런 말을 했다는 기록이다. “우리들은 문짝을 걷어차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하기만 하면, 저 엉터리 건물은 건더기도 없이 허물어져 버릴 것이다.” 그러나 전쟁광인 히틀러는 결코 문짝을 걷어차지 못했다. 무시무시한 스탈린그라드 시가전은 20세기 전쟁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혈전이다. 싸움은 ‘시가전(市街戰)’이라는 새로운 전투유형을 만들어낼 만치 처절했다. 소련 화가 우가로프는 한 건물 공간에서 벌어지는 처절한 전투 장면을 그린 후 ‘1942년 가을 스탈린그라드의 아수라장’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6개월의 혈전과 3개월의 시가전 끝에 파울루스 원수가 항복한 날 베를린 방송은 정규 프로그램을 끊고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을 내보냈다고 전해진다.

히틀러의 스탈린그라드 침공과 닮았다
제 51회 베를린 영화제 개막 작품인 ‘문 앞의 적(에너미 앳 더 게이트)’은 작년에 국내에서 상영되었다. 프랑스의 장 자크 아노가 2001년에 제작·감독한 이 영화는 바로 스탈린그라드 혈전이 무대이다. ‘반공’의 분위기를 풍기는 이 영화는 러시아에서 배척을 당한다. 스탈린그라드 혈전에 참가했던 러시아 퇴역군인들은 승전기념일을 앞둔 5월 초 볼그라드(옛 스탈린그라드) 하원에서 항의집회를 열었다. 이 영화는 6개월 간 목숨을 걸고 스탈린그라드를 자발적으로 방어한 수많은 병사와 노동자와 시민을 붉은 군대 사령관이 인간 방패로 내세우는 장면 등 여러 가지가 소련을 악의적으로 그렸다는 것이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한다. 전쟁사도 되풀이 될 것이다. 바그다드 전쟁은 스탈린그라드 전쟁과 공통되는 부분이 많다. 두 개의 침략전쟁이 모두 유전지대를 둘러싸고 있다. 처음에 영국과 미국 침략군은 압도적인 공중 폭격과 미사일 타격, 강습 전투 사단의 쾌속 돌파로 이라크 군을 초개처럼 쓸어버릴 기세였다. 미국 AP통신은 개전 초인 3월 23일자 남부 이라크 발신 보도에서 미군의 기세를 단거리 경주로 묘사했다. ‘미군은 쿠웨이트로부터 국경을 넘어 쏟아져 들어간 단거리 경주(스프린트)처럼 2일 만에 유프라테스강을 건너 바그다드 중간 지점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제목은 ‘동맹군측 사담 정권의 붕괴 언급’이다. 그 4일 후 AP통신은 중부 이라크 발신 기사로 '바그다드로 북상중인 미 해병대는 후세인의 최 정예인 공화국 수비대의 남진으로 충돌위기에 있음'을 알린다.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와 영국 총리 토니 블래어는 문짝만 걷어차면 이라크 시민이 영미 해방군을 향해 만세를 부르고 사담은 멸망하리라고 기대했을 터이다. 결과는 외세침략과 ‘사담의 독재’는 무관하다는 점의 확인이다. 이라크 시민은 ‘조국 이라크를 지키려는 성전’에 임해서 단결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라크군은 쿠웨이트 국경에 인접해있는 바스라 등 많은 전략요충지를 여전히 지켜 내고 있다. 이라크군은 지난 달 27일 수도 바그다드 방위를 맡던 공화국 수비대를 남진시켜 북진중인 미 제3보병사단 전방에 배치했다. 양측 정예군간에 교전이 일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바그다드 외곽은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 6개 사단이 둘러싸고 있다. 따로 특수공화국수비대 4개 여단 2만 명이 시내를 지키고있다.

전쟁의 역사는 되풀이 되기도 한다
벌써부터 바그다드 시가전이 벌어지면 21세기의 스탈린그라드 혈전이 되리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라크 지도부와 주민은 바그다드를 21세기의 스탈린그라드로 만들 각오를 하고 있다는 프랑스 르몽드 신문 보도가 그 하나이다. 무엇보다 이라크의 사하프 공보장관이 “미영군이 바그다드 외곽으로 접근하겠지만 바로 그곳이 무덤이 될 것이다”라고 장담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지금까지는 미국 병사 1명 당 이라크 병사 5∼20명이 사망하고 있지만 시가전이 벌어지면 비율이 1대1이 될 것이므로 바그다드를 포위한 뒤 일정한 기간 바그다드에 진입하지 못하리라고 분석한다. 미영군의 침략과 야만적인 민간인 살상을 불법이라고 비판하는 세계인들은 ‘반전 평화’의 소원을 빌고 있다. 바그다드가 스탈린그라드와 베트남 전쟁의 교훈 위에서 21세기의 ‘스탈린그라드’로 끈질기게 살아남기를.

안병찬 경원대학교 초빙교수 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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