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노통, 국민 총동원한 인사탕평을(주섭일 2003.05.30)

지역내일 2003-05-30 (수정 2003-05-30 오전 11:24:27)
노통, 국민 총동원한 인사탕평을
주섭일 본지 고문




“‘주 선생님의 세상’이 와서 좋겠습니다. 원조 운동권이시니까 …” 최근 한 언론인의 혼사에 갔다가 전 프랑스특파원들과 식사를 하면서 들은 말이다. 당혹스러웠다. 이 말을 한 사람은 1980년대 암흑기를 파리에서 함께 보낸 김승웅 국회대변인의 부인이었다. 나는 중앙일보 파리특파원에서 해직된 후 파리대학교에서 프랑스혁명과 동학농민전쟁 등 한말변혁운동을 비교연구하고 있었다. 이웃에 살던 김승웅 한국일보특파원과 자주 만나 민주화 토론을 벌리곤 했는데, 18년만에 만난 부인의 말에 진땀을 흘렸다. 김 대변인은 “주 선배는 여전히 무공해이시지 …”라고 말하기도 했다. 쥐구멍을 찾는 기분이었다. 운동경력을 후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생활 40년이 된 필자에게는 후배 언론인의 말이 엄청난 충격이었다. 4.19 학생운동의 주역중의 한 사람으로, 서울대 민통련 중앙위원을 지낸 이유로, 그리고 민주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추구한 ‘죄’로 구체제의 탄압을 받았던 과거를 상기했기 때문이다. 5.18 광주항쟁으로 국제언론이 신군부를 ‘서울의 봄’을 압살한 ‘폭도’라고 비난했을 때 일부 한국특파원들은 ‘전(全)비어천가’를 읊었다. 그리고 그들은 신문사 편집국장으로, 방송국 보도본부장으로 벼락출세하는 목불인견(目不忍見)도 있었다. 나에게는 ‘강제해직’이라는 ‘사형선고’가 떨어졌으니 정말 ‘엄혹한 겨울’이었다. 그들과는 ‘천당과 지옥의 신분상 차별’이 있었고 김 특파원과의 토론은 나에게 난관극복의 큰 힘이 되었다.
나는 귀국해 1987년 6월 항쟁에 참여한 후 중앙일보에 복직(1988년 3월2일)한 후 노무현 의원을 5공 청문회를 중계한 TV에서 처음 보았다. 나는 새로운 정치인상(政治人像)을 그에게서 발견했다.

100일도 안돼 혼란 야기한 노 정권의 우왕좌왕
특히 기명 칼럼에서 새 정치인의 발견을 쓰고 새 시대의 개막을 예고했었다. 부패정치와 지역주의 타파, 민주정치를 기대했기 때문에 1997년 대선에서 필자는 제도권 언론인 가운데 몇 안 되는 DJ지지 영남출신 언론인이 되었다. 그러나 DJ정권의 엄청난 부패, 지역편중인사는 국민을 분노시켰고 민주세력을 실망시켰다. 그리고 노무현 정권이 출범해 그 기대를 넘겨받았다. 그런데 100일도 안돼 국가가 대혼란에 빠졌다.
민주당 경선에서 노 후보 승리를 ‘변화의 표상(表象)’이라고 규정한 ‘구 정치질서붕괴 신호입니다’를 필자는 본란에 썼고 반노비노파가 민주신당을 만들 때는 ‘민주신당 왜 필요합니까’라는 제목으로 후단협 이탈파를 비판했다. 역사의 반동을 막고 민주주의를 전진시키려는 한국지식인과 민중의 의지가 노 정권을 등장시켰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지지세력은 물론 국민 모두가 극심한 혼란에 빠져있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까지 모두 혼란의 극치를 보이지만 정부여당은 안정회복에 역부족이다. 아직 새롭고 안정된 민주시대는 오지 않고 방황의 시대가 덮치는 것 같아 불안하다.
설상가상으로 노대통령과 형의 땅투기 의혹이 터졌다. 대통령이 해명했음에도 국민은 대통령의 해명을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차라리 대통령 스스로 검찰수사를 지시했다면 파문은 가라앉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만 추적하면 좋겠다”고 하소연함으로써 발뺌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국가원수는 고도의 도덕성과 윤리를 갖고 국민의 모범이 돼야한다. 국가원수가 도덕적 모범이 되지 못하면 국가의 도덕성은 붕괴될 것이다. 대통령 가족의 모든 의혹은 한점 의혹 없이 규명돼야 하는 이유다. 특히 ‘장수천 경영’의 문제도 대통령 능력을 의심하게 한다. 생수회사 하나 제대로 경영하지 못해 주변 사람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사람이 국가경영을 어떻게 할 수 있나 라는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국민에게 희망을 빼앗는 국가원수의 결정적 결함이 될 수도 있다. “대통령을 못해먹겠다”거나 “불안하고 우울하다”라는 표현은 국가경영에 대한 무능, 자질과 실력부족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다.

개혁 깃발보다 국가경영 실용주의 시급하다
안팎정세는 이러한 말장난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없을 만큼 급박하다. 노 정권은 ‘국민참여’를 표방하나 국민이 참여한 흔적은 없다. 국민으로부터 인재를 공정하게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한 것 같지 않다. 경영과 관리능력이 검증 안 된 통추, 변협 그리고 386운동권출신에게 감투를 모두 주었을 뿐이다. 특히 60대를 배제해 ‘산 역사의 교훈’을 배척했다. 선진국에서 상원은 풍부한 경험을 갖는 지혜를 의미함으로 어떤 식으로 일을 진행시켜야 하는가를 알려준다고 에릭 홉스봄은 지적했다. 노 정권은 주변에 역사의 나침반 없이 항해하고 있으니 방황하는 것이다.
대안은 국민을 총동원하는 광범위한 인사탕평책이다. 통추, 변협, 386만으로 국가경영의 성공은 불가능하다. 또 대통령이 이념적 정체성을 가져야 우왕좌왕도 없다. 나의 민주화 운동을 후회하게 하는 ‘개혁정권의 실패’를 보고싶지 않다. 개혁도 못하는 개혁 깃발로 국민을 더 실망시키지 말고 국가경영을 위한 소박한 실용주의 채택도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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