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지역내일 2003-06-13
심상찮은 노사문제와 정부의 역할

노동계가 폭발 일보 직전이다. 조흥은행노조는 25일 파업돌입과 함께 은행전산시스템의 마비라는 극단적 방식을 예고했다. 현대자동차노조는 다음달 2일 파업을 예고했다. 노조의 요구에는 주5일제 도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사측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노총도 주5일제 도입, 경제특구법 폐기, 조흥은행 일괄매각 방침 철회 등을 요구하며 오는 30일 총파업을 선언하고 나섰다.
전교조는 촌지, 폭력, 형편없는 급식 등 학생들의 기본적 인권은 뒤로 미룬 채 정보인권을 놓고 사생결단을 하고 있다.
아무리 예고된 위기는 없다고 하지만, 6월말 7월초는 새 정부에 최대위기가 될 것 같다.
재계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친노동자 성향’이 이런 사태를 불러왔다고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 심지어 사석에서는 “이러다 임기 채우겠어”라는 극단적 불만이 나오고 있다.

노동계 잇따라 파업 예고
지난해 월드컵 열기에 편승해 거세게 불었던 ‘노풍’의 실체는 무엇인가. 변화와 참여다. 노무현 후보는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자신이 설 자리를 외면하지 않았기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인생역정을 볼 때 ‘원칙을 지키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지난해 6월 거리를 메운 ‘붉은 악마’의 물결 속에서 우리사회의 기존질서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후 1년 사이에 사회 구성원 간 세력판도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종전에는 주류가 기득권을 완강하게 쥔 채 비주류의 목소리는 사회갈등이 폭발하지 않을 정도 수준에서 수용해 주면되었다. 그러나 요즘은 어느 분야나 주류와 비주류의 구분이 불명확하다. 양자의 역학관계에 큰 변화가 생겼다.
부작용도 많이 생기고 있다. 조금 커진 자신의 힘에 우쭐해지며 자존심과 아집이 나온다. 나아가 비본질적인 것을 놓고 사생결단을 하거나, ‘잘하면 내 탓이고, 못하면 네 탓’이 횡행하고 있다.
과도기의 혼란을 슬기롭게 극복하려면 정부 언론 국민 모두가 사회가 변화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독재 독점이 사라진 자리에 참여와 타협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국민들이 균등한 기회를 보장 받고, 공정한 경쟁을 하려면 정부가 공정한 경기규칙을 만들어놓고, 이를 공정하게 집행해야 한다. 공정한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조세와 사회복지를 통해 재분배를 하면 된다. 이 단계에서 비로소 정치논리가 개입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공정한 중재자가 돼야 한다
그러나 노 정부 출범 100여 일 동안 노무현 대통령은 ‘반어법’과 ‘역설화법’으로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대통령의 일부 참모들은 부적절한 언행을 보였다.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NEIS 문제에서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현직 환경부 장관이 3보1배 현장에 나타나 거리를 함께 행진하는 것도 옳은 자세가 아니다. 다단계 알선행위와 화물차 과잉, 지입제 등으로 왜곡된 화물운송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개인화물차주들의 집단 운송거부에 대해 정부가 할 일은 왜곡된 시장을 바로 잡는 일이다. 본질적 문제를 뒤로 미루고, 임시방편으로 급한 불을 끄는 것은 올바른 해결방법이 아니다.
대선 때 도움을 준 노조니까, 내년 총선 때 중요한 지역이니까, 이런 식으로 정치논리가 개입하기 시작하면 정부는 공정한 중재자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경기규칙은 휴지조각이 되고 만다. 노조도 “우리가 지난 대선 때 너를 이렇게 도와줬는데, 내년 총선 때 두고 보자”라며 극단적 투쟁방법을 택하게 된다.
정부가 “아직은 노조의 힘이 약하다”며 노조에게 떡을 하나 더 주는 것은 당장 손쉬운 방법이다. 그 보다는 부의 부당한 세습을 방지하고, 국제적 수준의 기업투명성을 확보토록 하고, 정당한 노동3권을 저해하는 법과 제도를 정비해 공정한 경쟁의 토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 상책이다.
변화와 참여의 물결 속에서 탄생한 노무현 정부 앞에는 두개의 길이 있다. 소수를 위한 정권에 머무를지, 아니면 전 국민의 공정한 중재자가 될지 선택해야 한다. 노 대통령이 “나의 비전은 원칙이 바로 선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한 것에 다시 한번 기대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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