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재기 막아야 투기 잡는다
김영호 시사평론가
수도권에는 어딜 가나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논밭을 뒤엎거나 산을 헐어내서 아파트를 짓는다. 10년 전에만 해도 한가하던 농촌 마을이 신도시로 바뀌거나 거대한 아파트 숲으로 변했다. 그렇게 아파트를 많이 짓지만 값은 뛰기만 한다. 집 없는 사람들이 줄지 않는지 이사철만 되면 철새가족들이 더 싼 셋방을 찾아 헤맨다.
전국주택보급률이 작년 말 현재 100.6%로 높아졌다. 서울도 82.4%로 만성적인 주택난이 다소 풀렸다. 그런데 통계청의 작년 4월 전국점유형태별 가구수 변화추이를 보면 세입자가 오히려 늘어나고 자가소유자도 줄어드는 이상한 현상을 나타낸다. 전체가구의 42.5%인 615만3000가구가 세입자라고 한다. 이것은 1980년의 39.3%보다 3.2%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또 자가소유비율은 54.2%로서 1980년의 58.6%에 비해 4.4%나 감소했다.
그러면 새로 지은 그 많은 아파트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 해답은 간단하다. 부유한 사람들이 아파트를 사재기하는 바람에 집값이 올라 가난한 사람들은 셋방신세를 면하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주택공급은 크게 늘어났지만 누구인가 매집(買集)하니 주택소유가 일부에 편중되고, 그래서 투기가 일어 값이 뛴다는 뜻이다.
아파트 값이 지난 2~3년 사이에 지역에 따라 2~3배나 올랐다.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는 현실에서 이런 폭등세는 투기목적의 가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세입자가 오히려 증가한다는 사실은 무주택자에 의한 실수요가 아닌 유주택자에 의한 가수요가 아파트 투기를 주도한다는 뜻이다. 유주택자 중에는 주택규모를 늘리려는 실수요도 있겠지만 절대다수가 투기수요로 유추된다. 그 까닭에 비이사철에도 수요가 왕성한 것이다.
아파트 투기꾼이 임대사업자로 위장 탈세
전국의 주택전산망이 완비된 지도 10년이 넘어 소유형태별 현황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다주택보유자에 관한 자료가 정보공개의 폐쇄성 때문인지 언론에 거의 보도된 적이 없다. 입수 가능한 1993년말 자료를 보면 전국 주택수는 752만호이고 그 중에 19.9%인 149만6000호가 2채 이상 갖은 가구가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5채 중에 1채 꼴로 복수의 주택을 갖은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1가구 2주택 103만6000호(13.8%), 1가구 3주택 18만7000호(2.5%), 1가구 4주택 이상 27만3000호(3.6%)이다. 10채 이상 소유자만도 수천명이라고 한다. 여기에다 차명소유를 포함하면 소유집중은 더 심할 것이다. 지난 10년간의 공급과 투기를 미루어 보면 주택소유의 집중현상이 더욱 심각해졌을 것이다.
국세청의 주택임대수입자 현황을 보면 부분적이지만 주택다보유실태를 짐작할 수 있다. 작년말 현재 임대수입자는 14만7348명이고 이들이 소유한 주택수는 48만8989채이다. 더 세분화하면 2채 소유자 5만1577명, 3채 소유자 5만7131명, 4채 소유자 1만7986명, 5채 이상 소유자 1만6752명 등이다. 15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평균 3.5채 꼴로 집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임대소득 미신고자와 차명소유자를 포함하면 주택다보유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하찮은 생필품을 매점해도 사회적 지탄과 행정적 제재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집사재기는 예외적이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오히려 각종 세금혜택을 준다. 투기를 조장하는 거나 다름없다. 집사재기를 하면서 투기이득이 아닌 임대소득만 기대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중-대형 아파트와 재개발 아파트 구입자 가운데 실질적인 무주택자가 몇 사람이나 있겠는가? 집을 수십 채 갖은 사람들은 지난 3년 새 최소한 수십억원대의 이득을 보았을 것이다.
오피스텔 포함 주택 다보유자 중과세해야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엉뚱하게도 아파트 투기를 잡겠다며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도 양도소득세를 물리겠다고 한다. 20~30년 장기보유자라면 투기를 모르고 산 사람이다. 그런데 장기보유에 따른 양도차익이 크다는 이유로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일생을 벌어서 겨우 집 한 채를 지니고 사는데 보유세를 중과세하고 양도세마저 부과하겠다니 집을 내놓으라는 논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비과세 폐지는 주택을 ‘소유’가 아닌 ‘주거’의 개념으로 바꾸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면 살던 집을 팔아 세금 내고 셋방살이 하라는 말인가?
노무현 정부가 정말 투기를 잡고 집값을 떨어뜨리려면 집사재기에 대해 불이익을 줘야 한다. 집을 여러 채 소유할 수 없게끔 취득-보유-양도세를 중과세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주택역할을 하는 오피스텔도 여기에 포함시켜야 한다. 차명을 통한 은닉-분산소유도 가려내야 한다. 또 집 값 상승으로 얻는 이득을 고려하여 전-월세값도 통제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중고시장에 매물이 쏟아지고 신품시장에 나오는 공급물량과 맞물려 집값이 떨어진다. 가수요가 봉쇄되니 투기는 자연스럽게 차단된다.
김영호 시사평론가
김영호 시사평론가
수도권에는 어딜 가나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논밭을 뒤엎거나 산을 헐어내서 아파트를 짓는다. 10년 전에만 해도 한가하던 농촌 마을이 신도시로 바뀌거나 거대한 아파트 숲으로 변했다. 그렇게 아파트를 많이 짓지만 값은 뛰기만 한다. 집 없는 사람들이 줄지 않는지 이사철만 되면 철새가족들이 더 싼 셋방을 찾아 헤맨다.
전국주택보급률이 작년 말 현재 100.6%로 높아졌다. 서울도 82.4%로 만성적인 주택난이 다소 풀렸다. 그런데 통계청의 작년 4월 전국점유형태별 가구수 변화추이를 보면 세입자가 오히려 늘어나고 자가소유자도 줄어드는 이상한 현상을 나타낸다. 전체가구의 42.5%인 615만3000가구가 세입자라고 한다. 이것은 1980년의 39.3%보다 3.2%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또 자가소유비율은 54.2%로서 1980년의 58.6%에 비해 4.4%나 감소했다.
그러면 새로 지은 그 많은 아파트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 해답은 간단하다. 부유한 사람들이 아파트를 사재기하는 바람에 집값이 올라 가난한 사람들은 셋방신세를 면하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주택공급은 크게 늘어났지만 누구인가 매집(買集)하니 주택소유가 일부에 편중되고, 그래서 투기가 일어 값이 뛴다는 뜻이다.
아파트 값이 지난 2~3년 사이에 지역에 따라 2~3배나 올랐다.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는 현실에서 이런 폭등세는 투기목적의 가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세입자가 오히려 증가한다는 사실은 무주택자에 의한 실수요가 아닌 유주택자에 의한 가수요가 아파트 투기를 주도한다는 뜻이다. 유주택자 중에는 주택규모를 늘리려는 실수요도 있겠지만 절대다수가 투기수요로 유추된다. 그 까닭에 비이사철에도 수요가 왕성한 것이다.
아파트 투기꾼이 임대사업자로 위장 탈세
전국의 주택전산망이 완비된 지도 10년이 넘어 소유형태별 현황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다주택보유자에 관한 자료가 정보공개의 폐쇄성 때문인지 언론에 거의 보도된 적이 없다. 입수 가능한 1993년말 자료를 보면 전국 주택수는 752만호이고 그 중에 19.9%인 149만6000호가 2채 이상 갖은 가구가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5채 중에 1채 꼴로 복수의 주택을 갖은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1가구 2주택 103만6000호(13.8%), 1가구 3주택 18만7000호(2.5%), 1가구 4주택 이상 27만3000호(3.6%)이다. 10채 이상 소유자만도 수천명이라고 한다. 여기에다 차명소유를 포함하면 소유집중은 더 심할 것이다. 지난 10년간의 공급과 투기를 미루어 보면 주택소유의 집중현상이 더욱 심각해졌을 것이다.
국세청의 주택임대수입자 현황을 보면 부분적이지만 주택다보유실태를 짐작할 수 있다. 작년말 현재 임대수입자는 14만7348명이고 이들이 소유한 주택수는 48만8989채이다. 더 세분화하면 2채 소유자 5만1577명, 3채 소유자 5만7131명, 4채 소유자 1만7986명, 5채 이상 소유자 1만6752명 등이다. 15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평균 3.5채 꼴로 집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임대소득 미신고자와 차명소유자를 포함하면 주택다보유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하찮은 생필품을 매점해도 사회적 지탄과 행정적 제재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집사재기는 예외적이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오히려 각종 세금혜택을 준다. 투기를 조장하는 거나 다름없다. 집사재기를 하면서 투기이득이 아닌 임대소득만 기대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중-대형 아파트와 재개발 아파트 구입자 가운데 실질적인 무주택자가 몇 사람이나 있겠는가? 집을 수십 채 갖은 사람들은 지난 3년 새 최소한 수십억원대의 이득을 보았을 것이다.
오피스텔 포함 주택 다보유자 중과세해야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엉뚱하게도 아파트 투기를 잡겠다며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도 양도소득세를 물리겠다고 한다. 20~30년 장기보유자라면 투기를 모르고 산 사람이다. 그런데 장기보유에 따른 양도차익이 크다는 이유로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일생을 벌어서 겨우 집 한 채를 지니고 사는데 보유세를 중과세하고 양도세마저 부과하겠다니 집을 내놓으라는 논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비과세 폐지는 주택을 ‘소유’가 아닌 ‘주거’의 개념으로 바꾸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면 살던 집을 팔아 세금 내고 셋방살이 하라는 말인가?
노무현 정부가 정말 투기를 잡고 집값을 떨어뜨리려면 집사재기에 대해 불이익을 줘야 한다. 집을 여러 채 소유할 수 없게끔 취득-보유-양도세를 중과세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주택역할을 하는 오피스텔도 여기에 포함시켜야 한다. 차명을 통한 은닉-분산소유도 가려내야 한다. 또 집 값 상승으로 얻는 이득을 고려하여 전-월세값도 통제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중고시장에 매물이 쏟아지고 신품시장에 나오는 공급물량과 맞물려 집값이 떨어진다. 가수요가 봉쇄되니 투기는 자연스럽게 차단된다.
김영호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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