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미래 노사관계를 논하자
이원덕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87년 민주화 이후 16년의 짧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우리 노사관계는 크게 변했다. 그러나, 개발연대의 노사관계 모형을 대체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지는 못하였다. 이 때문에 때로는 법과 원칙이 흔들리고, 예측가능성이 낮아 노사관계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혹자는 우리나라가 지난 8년간 만불소득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노사관계의 불안이라고도 한다. 노사대립과 투쟁 때문에 외국인은 투자를 꺼리고 우리 기업은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경쟁력 평가기관인 IMD는 금년에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인구 2천만명 이상 30개국 가운데 꼴찌인 30위라고 평가하였다.
따라서 노사관계에서 개발연대 모델을 대체하는 새로운 모델을 탐색하여 정착시키는 것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이 미래노사관계 모델은 네덜란드와 같은 유럽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여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유럽식은 사회적 합의주의가 발달되어 있으며 노사정 대화와 근로자의 경영참가가 보편화되어 있다. 또한 경제위기시에 노사정 대타협을 통한 고통분담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1982년 네덜란드의 바세나르협약이다. 70년대까지 노사갈등-저성장-고실업으로 이른바 ‘네덜란드병’을 앓고 있던 나라가 고용창출·노동시장 유연성제고·임금인상자제 등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대타협에 성공함으로써 ‘90년대에 노사안정-고성장-저실업을 실현한 것이다.
유럽, 영미식 아닌 새 노사관계 모델 필요
영미식은 유럽식과 달리 시장원리에 기초한 신자유주의를 중시한다. 또한 전통적으로 노동권과 경영권이 분리 되어왔다. 노사갈등해결방식에서도 노사정 대타협보다는 법과 원칙이 지배해왔다.
유럽식과 영미식 가운데 어느 하나의 모델이 우리나라의 미래노사관계 모델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의 미래노사관계는 우리의 현실과 역사성 위에서 모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유럽식과 영미식의 이분법적 구분도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도 않다. 유럽식은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분권적 노사관계 시스템 등 영미식 요소를 도입하는 반면, 영미식은 작업장 수준에서의 근로자 참여(Employee Involvement) 등 유럽식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80년대 이후 국제노사관계 모델의 수렴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미래노사관계는 현실적합성과 역사적 전통을 고려하고 유럽식과 영미식의 장점을 취함으로써 민주주의 시대의 새로운 한국적 노사관계 모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새 노사관계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민주적 노사관계 관리시스템의 확립이 필요하다. 민주화 이후 지난 16년간 과도기적 노사갈등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노사갈등 예측 및 예방조정기능이 무너진 데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작은 갈등의 씨앗이 증폭되어 큰 분규로 비화된 다음에 사후대처식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비용이 커지는 것이다. 개발연대에는 안기부와 경찰 등이 공권력을 통한 노사분규 예방과 탄압 등 통제적 노사관계 관리를 담당하였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통제적 노사관계 관리 기제는 무너져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역할을 대체하는 민주적 노사갈등해결시스템은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노동위원회 등 공적조정기구의 예방조정기능을 강화하고, 민간전문가에 의한 사적조정서비스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이를 담당할 수 있는 노사관계 전문인력을 양성해나가야 할 것이다.
민주적 관리시스템 확립, 전문인력 양성해야
노동관계법도 개선해나가야 한다. 개발연대에는 노동기본권을 제한하는 대신 보상조치로 개별근로조건은 법적 강제에 의해 과보호한 측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노동기본권을 국제노동기준과 부합하는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한편, 개별근로조건을 현실에 맞게 규정함으로써 노동시장의 경직화를 예방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노동시장의 효율적인 작동을 통해 ‘실업 없는 직장이동’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직업안정서비스를 선진화하고, 불가피한 실업기간 중의 생계보호를 위해 사회안전망을 확충해나가야 할 것이다.
민주화시대의 선진적 노사모델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노·사·정 모두의 노력과 양보,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타협」이 필요하다. 이것은 근로자에게는 괜찮은 일자리를, 그리고 기업에게는 경쟁력 강화를 가져다주고 국민경제적으로는 대망의 소득2만불시대를 열기 위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할 국가과제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가 네덜란드 모델에서 배우고자 하는 것은 바로 노·사·정의 타협과 절제의 미덕은 아닐런지.
이원덕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87년 민주화 이후 16년의 짧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우리 노사관계는 크게 변했다. 그러나, 개발연대의 노사관계 모형을 대체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지는 못하였다. 이 때문에 때로는 법과 원칙이 흔들리고, 예측가능성이 낮아 노사관계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혹자는 우리나라가 지난 8년간 만불소득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노사관계의 불안이라고도 한다. 노사대립과 투쟁 때문에 외국인은 투자를 꺼리고 우리 기업은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경쟁력 평가기관인 IMD는 금년에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인구 2천만명 이상 30개국 가운데 꼴찌인 30위라고 평가하였다.
따라서 노사관계에서 개발연대 모델을 대체하는 새로운 모델을 탐색하여 정착시키는 것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이 미래노사관계 모델은 네덜란드와 같은 유럽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여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유럽식은 사회적 합의주의가 발달되어 있으며 노사정 대화와 근로자의 경영참가가 보편화되어 있다. 또한 경제위기시에 노사정 대타협을 통한 고통분담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1982년 네덜란드의 바세나르협약이다. 70년대까지 노사갈등-저성장-고실업으로 이른바 ‘네덜란드병’을 앓고 있던 나라가 고용창출·노동시장 유연성제고·임금인상자제 등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대타협에 성공함으로써 ‘90년대에 노사안정-고성장-저실업을 실현한 것이다.
유럽, 영미식 아닌 새 노사관계 모델 필요
영미식은 유럽식과 달리 시장원리에 기초한 신자유주의를 중시한다. 또한 전통적으로 노동권과 경영권이 분리 되어왔다. 노사갈등해결방식에서도 노사정 대타협보다는 법과 원칙이 지배해왔다.
유럽식과 영미식 가운데 어느 하나의 모델이 우리나라의 미래노사관계 모델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의 미래노사관계는 우리의 현실과 역사성 위에서 모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유럽식과 영미식의 이분법적 구분도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도 않다. 유럽식은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분권적 노사관계 시스템 등 영미식 요소를 도입하는 반면, 영미식은 작업장 수준에서의 근로자 참여(Employee Involvement) 등 유럽식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80년대 이후 국제노사관계 모델의 수렴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미래노사관계는 현실적합성과 역사적 전통을 고려하고 유럽식과 영미식의 장점을 취함으로써 민주주의 시대의 새로운 한국적 노사관계 모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새 노사관계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민주적 노사관계 관리시스템의 확립이 필요하다. 민주화 이후 지난 16년간 과도기적 노사갈등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노사갈등 예측 및 예방조정기능이 무너진 데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작은 갈등의 씨앗이 증폭되어 큰 분규로 비화된 다음에 사후대처식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비용이 커지는 것이다. 개발연대에는 안기부와 경찰 등이 공권력을 통한 노사분규 예방과 탄압 등 통제적 노사관계 관리를 담당하였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통제적 노사관계 관리 기제는 무너져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역할을 대체하는 민주적 노사갈등해결시스템은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노동위원회 등 공적조정기구의 예방조정기능을 강화하고, 민간전문가에 의한 사적조정서비스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이를 담당할 수 있는 노사관계 전문인력을 양성해나가야 할 것이다.
민주적 관리시스템 확립, 전문인력 양성해야
노동관계법도 개선해나가야 한다. 개발연대에는 노동기본권을 제한하는 대신 보상조치로 개별근로조건은 법적 강제에 의해 과보호한 측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노동기본권을 국제노동기준과 부합하는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한편, 개별근로조건을 현실에 맞게 규정함으로써 노동시장의 경직화를 예방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노동시장의 효율적인 작동을 통해 ‘실업 없는 직장이동’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직업안정서비스를 선진화하고, 불가피한 실업기간 중의 생계보호를 위해 사회안전망을 확충해나가야 할 것이다.
민주화시대의 선진적 노사모델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노·사·정 모두의 노력과 양보,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타협」이 필요하다. 이것은 근로자에게는 괜찮은 일자리를, 그리고 기업에게는 경쟁력 강화를 가져다주고 국민경제적으로는 대망의 소득2만불시대를 열기 위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할 국가과제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가 네덜란드 모델에서 배우고자 하는 것은 바로 노·사·정의 타협과 절제의 미덕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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