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말부터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상품 판매) 제도가 도입되면 국내 보험산업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카슈랑스가 보험판매채널을 재편하고 보험산업의 구조개편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최근 3년간 설계사들이 10만명 가량 줄어 2003년 6월 생손보사 모두 20만명에 불과하다. 앞으로 전문설계사 자격을 갖추지 못한 설계사들은 도태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벌써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개발원 안철경 동향분석팀장은 ‘방카슈랑스 시대의 개막, 국내보험산업에의 영향과 대응’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은행채널의 등장으로 보험사는 판매 분야의 비용절감과 경쟁우위를 갖춘 판매채널 구축에 강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며 “보험판매채널을 재편하고 보험산업의 구조개편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방카슈랑스 추진현황=국내에서는 방카슈랑스가 단계적으로 허용된다. 이에 대해 외국계 생보사를 비롯해 은행쪽에서 전면시행 등을 주장하며 많은 불만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03년 8월말 저축성 및 가계성 보험부터 허용되며, 2005년 4월부터는 개인 보장성보험으로 확대하고, 2007년 4월에는 단체보험까지 허용해 모든 보험상품이 허용되는 3단계 과정을 거친다.
방카슈랑스 도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제휴 실적을 보면 대형사 위주의 제휴 편중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2003년 6월 기준으로 제휴 현황을 보면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 삼성화재 등은 10개 이상과 제휴를 맺은 반면, 중소형 보험사들은 제휴실적이 부진하다.
이는 원래 근본 취지인 대형사 판매제휴 독점을 방지하고 중소형사에게도 방카슈랑스의 기회를 부여하고자 제정된 규제(보험사 1곳이 5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규정)가 근본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모집조직 재편 촉진=이와 함께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면 전통적인 보험판매채널인 전속설계사 채널에 위기감을 높여 모집조직의 재편을 촉진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게다가 은행이라는 채널이 등장해 보험사는 판매 분야의 비용절감과 경쟁우위를 갖춘 판매채널 구축에 대한 강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이는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가 조사한 ‘2003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평균적으로 보험설계사를 통해 보험에 가입하겠다는 응답자가 70.1%에 달하고, 은행도 15.2%에 이른다. 또 앞으로 보험상품을 구매하는 경로로 연령대가 높을수록 은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20대와 30대가 14.0%, 40대가 15.8%, 50대 이상이 16.6%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혼란스러워 하는 은행권=하지만 은행권의 반응은 냉담하다. 오는 8월부터 방카슈랑스가 시행돼도 그 파급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은행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은행권의 방카슈랑스 업무를 까다롭게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은행들은 방카슈랑스가 도입되면 보험상품 판매에 따른 수수료 수입 증가 등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정부의 시행령을 100% 준수할 경우 수익성 향상은커녕 방카슈랑스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직원을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직원으로 한정한다는 조항을 그대로 따를 경우 방카슈랑스 업무를 취급하는 점포가 거의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최근 대부분의 점포가 고객별로 구성돼 있어 창구 직원들 대부분이 대출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점포당 보험상품 판매직원 수가 2명으로 한정돼 업무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은행측 주장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정부가 처음부터 시행방침을 밝혔다면 은행들이 전직원을 대상으로 교육투자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며 “방카슈랑스가 시행돼도 은행 경영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동안 쏟아부은 교육투자비와 전산개발비 등이 아까워 그만둘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효과는 크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방카슈랑스 도입이 가져올 은행산업의 변화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기대도 많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보험산업 보호를 위해 이런 저런 규정을 달아놓았지만 조만간 규제가 완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방카슈랑스가 은행의 주된 수익원으로 자리잡게 되고, 겸업화가 진전되는 등 은행산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자회사 등 새로운 형태의 산업구조 등장=은행이 보험판매 제휴단계에서 자회사 설립단계로 이행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은행자본 진입을 축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산업구조가 나타나 방카슈랑스의 도입은 보험산업의 구조개편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안 팀장은 “방카슈랑스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소비자의 보험인식제고, 신시장 개척 및 서비스의 질 제고를 위한 계기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특히 시행 초기 채널간 갈등이 심화될 경우 보험상품 판매비용의 절감분을 훨씬 초과하는 조정비용을 수반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채널간 갈등 해소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판매자회사 적극검토, 채널별 상품 포트폴리오, 기존조직의 전문화 등 채널활용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 방카슈랑스가 진전되면 은행들은 전략적 제휴보다는 보험자회사를 설립, 보험사들이 시장기회를 상실할 리스크가 매우 커 보험사는 은행과의 제휴모델을 강화하던가 대형화 전략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 김선일 구본홍 기자 sikim@naeil.com
특히 방카슈랑스가 보험판매채널을 재편하고 보험산업의 구조개편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최근 3년간 설계사들이 10만명 가량 줄어 2003년 6월 생손보사 모두 20만명에 불과하다. 앞으로 전문설계사 자격을 갖추지 못한 설계사들은 도태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벌써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개발원 안철경 동향분석팀장은 ‘방카슈랑스 시대의 개막, 국내보험산업에의 영향과 대응’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은행채널의 등장으로 보험사는 판매 분야의 비용절감과 경쟁우위를 갖춘 판매채널 구축에 강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며 “보험판매채널을 재편하고 보험산업의 구조개편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방카슈랑스 추진현황=국내에서는 방카슈랑스가 단계적으로 허용된다. 이에 대해 외국계 생보사를 비롯해 은행쪽에서 전면시행 등을 주장하며 많은 불만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03년 8월말 저축성 및 가계성 보험부터 허용되며, 2005년 4월부터는 개인 보장성보험으로 확대하고, 2007년 4월에는 단체보험까지 허용해 모든 보험상품이 허용되는 3단계 과정을 거친다.
방카슈랑스 도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제휴 실적을 보면 대형사 위주의 제휴 편중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2003년 6월 기준으로 제휴 현황을 보면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 삼성화재 등은 10개 이상과 제휴를 맺은 반면, 중소형 보험사들은 제휴실적이 부진하다.
이는 원래 근본 취지인 대형사 판매제휴 독점을 방지하고 중소형사에게도 방카슈랑스의 기회를 부여하고자 제정된 규제(보험사 1곳이 5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규정)가 근본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모집조직 재편 촉진=이와 함께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면 전통적인 보험판매채널인 전속설계사 채널에 위기감을 높여 모집조직의 재편을 촉진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게다가 은행이라는 채널이 등장해 보험사는 판매 분야의 비용절감과 경쟁우위를 갖춘 판매채널 구축에 대한 강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이는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가 조사한 ‘2003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평균적으로 보험설계사를 통해 보험에 가입하겠다는 응답자가 70.1%에 달하고, 은행도 15.2%에 이른다. 또 앞으로 보험상품을 구매하는 경로로 연령대가 높을수록 은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20대와 30대가 14.0%, 40대가 15.8%, 50대 이상이 16.6%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혼란스러워 하는 은행권=하지만 은행권의 반응은 냉담하다. 오는 8월부터 방카슈랑스가 시행돼도 그 파급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은행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은행권의 방카슈랑스 업무를 까다롭게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은행들은 방카슈랑스가 도입되면 보험상품 판매에 따른 수수료 수입 증가 등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정부의 시행령을 100% 준수할 경우 수익성 향상은커녕 방카슈랑스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직원을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직원으로 한정한다는 조항을 그대로 따를 경우 방카슈랑스 업무를 취급하는 점포가 거의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최근 대부분의 점포가 고객별로 구성돼 있어 창구 직원들 대부분이 대출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점포당 보험상품 판매직원 수가 2명으로 한정돼 업무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은행측 주장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정부가 처음부터 시행방침을 밝혔다면 은행들이 전직원을 대상으로 교육투자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며 “방카슈랑스가 시행돼도 은행 경영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동안 쏟아부은 교육투자비와 전산개발비 등이 아까워 그만둘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효과는 크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방카슈랑스 도입이 가져올 은행산업의 변화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기대도 많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보험산업 보호를 위해 이런 저런 규정을 달아놓았지만 조만간 규제가 완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방카슈랑스가 은행의 주된 수익원으로 자리잡게 되고, 겸업화가 진전되는 등 은행산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자회사 등 새로운 형태의 산업구조 등장=은행이 보험판매 제휴단계에서 자회사 설립단계로 이행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은행자본 진입을 축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산업구조가 나타나 방카슈랑스의 도입은 보험산업의 구조개편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안 팀장은 “방카슈랑스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소비자의 보험인식제고, 신시장 개척 및 서비스의 질 제고를 위한 계기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특히 시행 초기 채널간 갈등이 심화될 경우 보험상품 판매비용의 절감분을 훨씬 초과하는 조정비용을 수반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채널간 갈등 해소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판매자회사 적극검토, 채널별 상품 포트폴리오, 기존조직의 전문화 등 채널활용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 방카슈랑스가 진전되면 은행들은 전략적 제휴보다는 보험자회사를 설립, 보험사들이 시장기회를 상실할 리스크가 매우 커 보험사는 은행과의 제휴모델을 강화하던가 대형화 전략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 김선일 구본홍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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