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경찰서 동부 순찰지구대 동행취재기

신속 출동으로 주민 체감치안 높여

지역내일 2003-07-16
경찰청이 지난 6월 한달 동안 시범 운영한 순찰지구대 제도가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어 8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서울 서대문·구로·노원·강동·종암 등 5개 경찰서와 울산과 제주지방청에서 기존에 독자적으로 운영되던 파출소 3~4개를 하나로 묶어 순찰지구대를 편성해 한달 동안 방범시스템 및 지역 주민의 민심 등에 대한 점검한 것.
박재현 경찰청 방범기획과장(총경)은 “아직 시행 초기라 눈에 띄게 나타나는 실적차이는 없으나 당초 일부 우려와 달리 골목골목 쉬지 않고 이루어지는 순찰과 신속한 출동으로 체감치안도가가높아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순찰지구대 제도가 새로운 방범시스템의 모델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시설 및 장비 보강, 인원 확충 등의 시급한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본지에서는 순찰지구대 시범운영 한달을 통해 과거 파출소 제도와 무엇이 달라졌는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점검하기 위해 14일 서대문경찰서 동부 순찰지구대를 동행취재 했다.

◆장소 너무 좁아= 14일 오후 8시, 서대문구 충정로 동부 순찰지구대를 찾았다.
예전에 충정로 파출소로 운영되던 이곳에 교남, 충정로, 북아현, 북아현1 등 4개 파출소를 통합, 동부 순찰지구대를 창설한 것이다.
이날 근무 인원은 14명. 김선식 소장은 “예전 6명씩 근무하던 파출소 4개를 합치다 보니 근무 인원이 24명이 돼야하는데 교육, 휴가, 민원담당관 등의 인원이 빠지다 보니 실제 순찰요원의 수가 줄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또 “순찰차 5대와 소내근무 2명 등 기본 12명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오늘처럼 인원이 적은 날은 야간 휴식시간 없이 근무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다”며 “하지만 휴식을 못 주하라도 순찰차 5대는 반드시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구대 내부를 돌아보니 공간이 너무 협소했다. 예전에 20명이 사용하던 파출소를 70명의 인원이 사용하다보니 장소가 너무 비좁아 직원들 방에는 개인 사물함으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직원 대부분이 장소가 비좁은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말했다. 5대의 순찰차도 주차공간이 따로 없어 지구대 사무실 앞 도로 상에 일렬로 주차돼 있었다.

◆관할구역 가리지 않아= 오후 9시, 이정남 경사와 조상철 순경이 한 조가 된 18호 순찰차에 동승해 취재를 시작했다.
이 경사는 경력 20년의 베테랑이고 조 순경은 올 2월에 경찰학교를 졸업한 신출내기 순경이다. 18호 순찰자가 순찰하는 구역은 종로구 무학동과 행촌동 일대다.
동부 지구대가 관할하는 지역은 신촌 등 유흥가가 많은 지역에 비해 커다란 사건은 별로 없지만 도난이나 폭력 사건이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이 경사는 시행 전후의 차이점에 대해 “예전에는 파출소 관할 구역을 넘어서까지 동료를 지원하는 것을 꺼렸는데 순찰지구대가 출범한 뒤에는 예전보다 소속감, 연대감이 더 생기고 동료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돼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달에 한번 휴무가 가능해 직원들 복지 면에서도 좋고 관내 강력 범죄가 발생하면 5대의 순찰차가 동시에 모일 수 있어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실제로 지구대 관할 범위가 넓어져 관내 지리 파악 미숙 등 근무하기가 예전보다 어려운 면도 있다”고 말했다.

◆신고 1분만에 출동하기도=순찰차를 타고 골목골목 순찰을 돌았다. 1단 기어로도 올라가기 힘든 가파른 골목길을 순찰차는 빠짐없이 누비고 다녔다. 서울 시내에 이렇게 가파른 골목이 많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주취자가 있다는 무전을 받고 현장으로 출동, 정확히 1분 후에 신고 장소에 도착했다. 여학생이 술에 만취됐는데 친구들이 집을 몰라 112 신고를 한 것. 이 경사와 조 순경은 지구대에 재빨리 연락해 여학생의 주소를 확인하고 순찰차로 집 앞까지 데려다 줘 부모에게 인계를 했다.
금새 두시간이 지났다. 지구대로 다시 들어와 커피 한잔을 하고 11호 순찰차로 바꿔 탔다.
운전은 충정로 파출소에 근무했던 조 순경이 담당했다. 옆 좌석에 탄 이 경사는 외지차량 등 의심이 가는 차량들을 핸드폰조회기로 조회를 해 용의차량인지 계속 확인했다.
이 경사는 “새벽, 낮 근무 시간대에는 방범순찰카드를 작성해 대문이 열려있거나 자동차의 문이 잠겨있지 않은 등 범죄의 표적이 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순찰카드를 투입해 주민들에게 알린다”고 말했다.

◆더 바빠진 경찰=순찰지구대 창설 이후 달라진 체감 치안에 대해 지역 주민들은 대체적으로 호응을 보였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 모(38)씨는 “아직 뚜렷한 차이점은 잘 모르겠고 경찰관들이 예전보다 더 바빠 보인다”며 “예전에는 순찰 중 편의점에 잠시 들러 커피나 음료수 등을 마시고 갔는데 요즘은 순찰차 근무라 그런지 순찰차만 자주 돌아다니지 얼굴은 통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아현동에 사는 기 모(29·여)씨는 “동네에 어린 학생들의 가끔 패싸움을 하는데 누구도 말리지 못해 안타까울 때가 많은데 순찰지구대가 있어 여러 명이 한번에 도착해 금새 사건을 해결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김 모(22)씨는 “집에 들어가는 입구가 막다른 골목이라 불량배들이 가끔 눈에 띠였는데 순찰차들이 지속적으로 순찰을 돌다보니 요즘은 불량배들을 볼 수 없어 안심”이라고 말했다.

◆기존 파출소는 민원실 역할=지구대로 돌아가는 길에 주간 파출소로 운영되는 북아현1파출소에 들렀다. 시간이 새벽 한시경인데 불은 환하게 켜져있고 문은 잠겨져 있었다. 파출소 앞 벤치에는 주민들이 서너명이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 경사는 “주간에는 1명, 오후 3시부터 11시까지는 2명의 민원담당관이 근무를 하는데 소재수사, 주민들의 간단한 민원, 가출인 접수 등의 업무를 한다”고 말했다. 또 “밤 11시 이후 파출소가 문을 닫아도 문 앞에 지구대와 직통으로 연결되는 전화가 있어 수화기를 들면 바로 연결돼 신고 등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별다른 사건 없이 조용했다. 하지만 순찰차는 단 한 대의 차라도 들어갈 수 있는 골목이면 여지없이 누비며 순찰을 다녔다.
새벽 3시가 되자 심한 피로가 몰려왔다. 하지만 지구대 경찰관들은 또 다른 근무지로 가기 위해 커피한잔을 마시며 잠을 쫓고 있었다.

/ 김장환 기자 polkj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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