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구조조정과 노동시간 단축

지역내일 2000-12-04 (수정 2000-12-05 오후 3:21:21)
한국경제의 최대 화두인 구조조정은 지금 중대한 딜레마에 빠져있다.
기업의 구조조정이 실패하면 한국경제가 망하고 구조조정을 강행하면 국민의 정부가 위기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경기가 침체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
까지 정부는 그럴 경우 정권위기감 때문에 저금리정책, 외자유치정책 등을 통한 경기부양책을 쓰곤
했다.
여기에는 4.13 총선 같은 정치변수가 크게 작용하기도 했다. 정부의 이러한 행태는 결과적으로 구조
조정을 지연시켰고 대우와 현대사태 같은 구조조정 실패 케이스들을 초래하게 되었다. 중남미를 비
롯한 제삼세계국가들에서 이미 경험한 바와 같이 경제위기발생 →구조조정→경기침체→경기부양책
→경제위기재발의 악순환이 우리 경제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서유럽 국가들의 경우 구조조정은 경기침체가 아니라 경쟁력강화와 경제회생을 유발시키는
선순환을 이뤄내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도 선진국에는 선순환을 가져오고 제3세계에는 악순환
을 가져오고 있는 셈인데 이런 상반되는 결과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정부는 분명히 알아야 한
다.

기술혁신 통한 선진국 구조조정
자본과 기술이 대외 종속적인 경제에서는 그러한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기업구조조
정도 세계화도 더 많은 외국자본과 더 많은 외국기술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대외종속의 심화를 가
져올 뿐이다. 따라서 경제는 외국자본의 이해관계에 따라 폭락과 폭등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선진국들은 축적된 자본과 기술혁신을 통해서 구조조정을 하고 세계화를 추진하기 때문에 경
쟁력 강화와 경제회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경제현실을 보면 부실한 기업들에 공적자
금을 투입하고 기술혁신 없이 인원만을 감축하는 것이 구조조정의 핵심이 되고 있는데 이래서야 어
떻게 경쟁력이 강화되고 경제가 회생된단 말인가.
정부의 경제정책을 보면 구조조정에 대한 기본인식부터 잘못되어 있지는 않은가 하는 의구심을 떨치
기 어렵다. 구조조정 정책의 기본인식부터 바꾸어야 한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한국경제구조에는 문
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개별기업의 구조조정만 노동자의 희생을 대가로 요구하고 있다. 기
업구조조정은 국가경제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기업내부 경영정책의 대상이다. 오늘날 한국경제 위기
를 단순히 몇몇 기업들의 경영실패의 결과로 보고 있는 한 한국경제의 구조조정은 성공할 수 없다.
개별기업의 구조조정이 아니라 전체경제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한다. 정부가 구조
조정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계속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결국 대량실업과 빈부 격차의 심화, 자본과
기술의 대외종속 심화라는 불행한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다. 이는 현정권 차원에서도 결코 바람직하
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국가도 흥하고 정권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구조조정 정책을 새로운 관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구조조정과정에서 감원이 어쩔 수 없는 고육책이라고는 해도 구조조정의 궁극적
목표는 고용안정과 고용창출에 놓아야 한다. 그 방법의 하나로 중요한 것이 주5일 근무제의 도입이
다. 지난 10월 23일 노사정위원회는 현재 연간 2497시간에 달하는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가능한 한 빠
른 시일내에 2000시간 이하로 줄이도록 한다는 내용의 ‘노사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알겠지만 이 합의문에 따른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주 5일(40시간) 근무제
가 내년 하반기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서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주
5일 근무제를 하루라도 빨리 폭 넓게 도입해서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실업을 방지하며 고용
을 늘려야 한다.

주 5일제 근무, 세계적 추세
노동시간 단축문제는 경제와 사회전반에 미칠 커다란 파장 때문에 각계의 관심도 뜨겁다. 경제가 지
금처럼 불안정한 상황에서 노동시간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언론의 논조도
있다. 노동시간 단축 때문에 발생할 비용증가를 어떻게 상쇄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을 분명하게 내놓
지 않은 채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노사정합의문을 불쑥 내놓은 것은 더 많은 기업의 도산과 실업의
양산만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주 5일근무제가 세계적 추세인 현실과 그 동안 최장의 노동시간에만 의존하다가 경쟁력을 상
실한 한국기업들의 나태함과 허약함을 감안해 보면 이제 노동시간을 줄여 삶의 질을 높이고 생산성
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노동계측의 주장에 설들력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주5일 근무제는 임금삭감이나 인원감축 없이 이뤄지는 편이 좋다. 그럴 때 산업평화가 가능하고 기업
들도 창의성과 혁신성이 향상되어 국제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것을 선진국의 역사에서 배웠으면 한
다.
박 영 호

한신대학교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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